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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쓰레기에 악취 진동…고양이 26마리와 사는 애니멀호더

카라와 고양이협회 구조나서…전염병 걸린 고양이도 있어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2018-07-07 08:05 송고
6일 경기 안산시 한 아파트에서 애니멀호더로부터 구조된 고양이.© News1 이기림 기자
6일 경기 안산시 한 아파트에서 애니멀호더로부터 구조된 고양이.© News1 이기림 기자


"고양이 수십마리 키우는 할아버지, 할머니 때문에 엘리베이터를 타면 악취가 진동을 해요. 우리 신랑은 8층에서 엘리베이터가 멈추면 냄새난다고 절대 안타요."
지난 6일 오전 경기 안산시 신길동의 한 아파트. 키울 능력이 되지 않는데 과하게 많은 고양이를 키우는 '애니멀호더' 할아버지 함모씨가 산다는 소문을 듣고 이곳을 찾아가자, 한 주민이 기자를 붙잡고 불만을 토해냈다. 실제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에 내리자 고양이 특유의 배설물 냄새가 코를 찔렀다.

함씨의 집에 들어서자 마스크없이 몇분도 버티지 못할만큼 암모니아 냄새가 심했다. 집안 곳곳은 가재도구들이 쓰레기처럼 지저분하게 널려있었고, 음식물은 썩어 구더기와 날파리가 득실거렸다. 고양이 전용 화장실이 없다보니 널려있는 물건 사이사이에 고양이 배설물들이 가득했다. 바닥은 불쾌할 정도로 끈적거렸다. 

원래 함 할아버지는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챙겨주는 '캣할아버지'였다고 한다. 그러다 4년전 고양이 3마리를 집에서 키우기 시작한 게 화근이었다. 중성화수술을 하지 않아 고양이들이 교배하면서 새끼를 낳았고, 그 뒤로도 서로 번식하면서 최근에는 30여마리로 늘었다. 함씨가 마트 주차장 관리일을 해서 번돈으로 이 고양이들을 먹여살리고 있다는 것.

함씨의 아내인 박모씨는 "고양이가 계속 늘어나면서 말도 못할 정도로 문제가 됐다"며 "남편에게 다른 곳에 보내자고 해도 안보내고 신주 모시듯 하더라"고 말했다.
고양이들이 살던 집. 집에서는 악취가 코를 찔렀고, 바닥 곳곳에 고양이 배설물이 있었다. © News1 이기림 기자
고양이들이 살던 집. 집에서는 악취가 코를 찔렀고, 바닥 곳곳에 고양이 배설물이 있었다. © News1 이기림 기자


그야말로 '생지옥'이 따로없는 이곳을 다행히 한 캣맘이 발견하고, 카라와 한국고양이보호협회에 제보했다. 이날 함 할아버지는 카라와 고보협 관계자들의 오랜 설득끝에 고양이들을 입양보내기로 결정했다. 동물단체들은 집안 곳곳에 숨어있는 고양이들을 모두 찾아내 구조하는데 성공했다.

구조된 고양이 26마리는 곧바로 서울 목동의 하니동물의료센터로 옮겨져 진료를 받았다. 고양이들의 상태는 심각했다. 허피스바이러스에 감염된듯 고양이들 눈에서 눈물이 흘렀고, 7마리에서는 범백혈구감소증이 발견됐다. 이는 전염성이 강하고 치사율이 매우 높은 무서운 병이다. 혈액검사 등 재진단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현재 격리돼 치료중이다. 

함 할아버지와 같은 애니멀호더가 전국에 수없이 많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애니멀호더 대부분이 소유강박장애를 가지고 있다. 이들과 살고 있는 동물들은 열악한 생활환경에 질병으로 죽기 일쑤고, 이웃들은 동물분뇨로 인한 악취와 소음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좋은 의도에서 동물을 키우던 사람들도 이처럼 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오는 9월21일부터는 최소한의 사육공간이 없으면 많은 수의 동물을 키울 수 없도록 하는 법이 시행된다. 동물보호법 개정으로 사육공간 등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아 동물을 다치거나 질병에 걸리게 할 경우 학대행위로 간주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구조된 고양이들. 현재 고보협 협력병원인 서울 목동의 하니동물의료센터로 옮겨져 치료 중이다. 완치되면 고양이들은 '입양파티' 등을 통해 새로운 가족에게 입양될 예정이다.© News1 이기림 기자
구조된 고양이들. 현재 고보협 협력병원인 서울 목동의 하니동물의료센터로 옮겨져 치료 중이다. 완치되면 고양이들은 '입양파티' 등을 통해 새로운 가족에게 입양될 예정이다.© News1 이기림 기자



lgir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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