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경찰 관계자가 송유관 기름 절도범들로부터 압수한 물품을 공개하고 있다. 2018.6.28/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경부고속도로를 가로지르는 국가 소유의 송유관에 구멍을 뚫고 기름을 훔쳐 주유소에서 시세보다 싸게 판매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9명을 송유관안전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거하고 송유관 천공기술자 강모씨(53)와 주유소관리자 박모씨(56), 운영자 최모씨(55) 3명을 구속했다고 28일 밝혔다.강씨 등은 2017년 4월부터 8월까지 경부고속도로 인근의 주유소를 빌려 주유소 저장탱크와 송유관을 연결하는 고압호스를 설치, 대한송유관공사 소유의 경유와 휘발유 총 46만1280리터를 절취하고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처분해 5억3000여만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수개월 동안 범행에 적합한 고속도로 주유소를 물색한 뒤, 지난해 4월 충남 천안에 위치한 한 주유소를 빌렸다.

이들은 주유소와 직선거리로 90m 떨어진 송유관 근처에 50㎝ 깊이의 얕은 땅굴을 파고 송유관과 고속도로를 우회하는 250m 길이의 고압호스를 설치했다. 이 고압호스를 주유소 저장탱크로 직접 연결해 기름을 빼돌린 뒤 소비자들에게 시세보다 100~150원 가량 싼 가격에 판매했다.송유관에 기름이 흘러들어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주유소 사무실 쪽방에 진동감지센서, 압력계, 비중계, 분기관 등의 시설을 설치해 실시간으로 확인하기도 했다. 또한 수사기관의 추적을 대비하기 위해 순찰을 하거나 사무실 인근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자신들이 사용하는 대포폰으로 주변을 감시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이같은 범행은 대한송유관공사의 누유감지시스템에 인지되면서 경찰이 한국석유관리원과 공조 수사에 들어감에 따라 덜미가 잡혔다.

경찰 조사결과, 강씨는 2015년 11월 경북 경주시 인근에서도 같은 수법으로 기름을 훔치다 적발돼 수배 중이었으며, 지난 3월에는 전남 여수시 인근에서도 기름을 훔치기 위해 한밤중에 땅굴을 파다가 검거되는 등 추가로 범행을 저지르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송유관 기름 절도는 범행 과정에서 화재·폭발이 일어날 위험이 있는 등 사회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범죄"라며 "2011년 이후 처벌이 대폭 강화되고 있음에도 성공하면 많은 수익이 창출되기 때문에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범행 중 유증기가 흘러나오거나 송유관에 고압호스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폭발이 발생하면 송유관 등 시설물이 파손되거나 인명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불량한 도유 시설을 설치하거나, 수사기관에 적발된 도유 시설을 방치하면 기름이 흘러나와 주변 토양과 하천이 오염되는 등 환경문제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는 설명이다.

경찰은 "훔친 기름을 판매하는 데 따른 세금 탈루로 국고가 손실되고 범행이 적발되면 고압호스를 제거하고 복구하는 과정에서 기름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대한송유관공사 및 한국석유관리원과 협업체제를 유지해 지속 단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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