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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녀’ 아닌 ‘미투’…춘향,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야”

춘향제 모니터링단,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문제 제기

(남원=뉴스1) 박효익 기자 | 2018-06-18 14:19 송고
섹시댄스를 추는 전국춘향선발대회 후보들(출처 ‘문화기획달’ 블로그) © News1
섹시댄스를 추는 전국춘향선발대회 후보들(출처 ‘문화기획달’ 블로그) © News1

춘향의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열녀’라는 전통 유교적 관점의 여성상에 국한하는 게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화시켜야 한다는 의견이다.

지리산 지역 여성주의 문화단체인 문화기획달은 제88회 춘향제에 대한 시민 모니터링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춘향제 시민모니터링은 ‘2018년 양성평등 및 여성사회참여확대 공모사업’ 선정단체로서 여성가족부 후원을 받아 여성 주민들을 주축으로 진행한 농촌페미니즘 예공공(예술인문 공부공동체) 활동 중 하나다. 
모니터링은 춘향제 부대행사인 ‘춘향선발대회’와 ‘신관사또 부임행차’에 초점이 맞춰졌다. 모니터링단은 “춘향선발대회와 신관사또 부임행차가 여성을 한 남성에게 성적으로 종속시키는 열녀이데올로기와 남성의 성적욕망을 허용하는 기녀제도라는 전근대적인 가치를 남원의 지역문화로 둔갑시켜 관광상품과 대중의 유희거리로 만들었다”며 “‘여성 친화 도시’로 선정된 남원이 춘향을 소비하는 방법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문화기획달에서 행동지기로 활동하는 권명심씨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춘향상의 재정립과 관련해 모니터링 과정에서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여러 의견이 제시됐다고 밝혔다.

권씨는 “미투 사건과 연결시켰을 때 변 사또의 행동이 권력형 성범죄에 해당할 수 있으니까 고발자 이미지를 살릴 수 있다는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며 “의견의 주류는 ‘열녀’ 이미지는 가져갈 수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시대적인 상황을 보면 춘향은 변 사또의 수청을 거절한 게 몽룡과의 사랑을 지키려고 했다기보다 살아가기 위한 유일한 선택지였기 때문”이라며 “‘화냥년’이 되지도 않으면서 유교적인 관점에서 여자로서 춘향이 할 수 있는 선택은 ‘열녀’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제88회 전국춘향선발대회 입상자들.(남원시 제공) © News1
제88회 전국춘향선발대회 입상자들.(남원시 제공) © News1

모니터링단은 특히 춘향전이라면 춘향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씨는 “춘향의 욕망과 의지, 그의 생각이 중요한데 춘향전은 남성의 시선으로 본, 남자가 봤을 때 바람직하고 개념 있는 여성, 남자가 원하는 예쁘고 도발적이면서도 정절을 지키는 여성을 그린 것”이라며 “우리가 춘향이라면 이런 춘향이 안 나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춘향의 자기결정권이 보장돼야 한다고도 했다. 권씨는 “자기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선택하고, 그게 꼭 몽룡일 필요도 없고 제3의 인물이 나올 수도 있는 것”이라며 “또 나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을 고발하고, 당시에 서지현 검사가 춘향이었다면 신문고를 때린다든지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니터링단은 현재 춘향전 이본 다시 읽기 낭독모임을 하고 있다. 원전을 제대로 이해해야만 춘향을 제대로 패러디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권씨는 “내년에 춘향제에 시민으로서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며 “프렌즈페스티벌이나 안티 춘향선발대회 개최 혹은 새로운 극을 만들어 공연하는 방법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밝혔다.

권씨는 “현재 남원에서는 다른 춘향의 모습이 허용되지 않는다”며 “‘방자전’과 같은 영화가 나오면 반대 현수막이 걸리고 ‘춘향을 어떻게 하인 놈이랑 갖다 붙이느냐’란 목소리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어 “춘향제라고 하면 춘향전을 현대적으로 새롭게 해석하고 패러디가 가능해야 한다”며 “그것을 막는다면 춘향제에서 춘향은 현대에서 소통할 수 없는 춘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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