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4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성차별 채용비리 강력 처벌 촉구 기자회견에서 시중은행들의 성차별 채용비리를 비판하고 있다. 2018.4.4/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취업난으로 고통받는 청년들이 선망하는 직종 중 하나인 은행권의 채용 과정에서 각종 청탁과 로비, 성차별이 만연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시중은행들은 청탁이 들어오면 대상자들을 특별 관리하며 전형점수 조작을 일삼았다. 채용팀장이 부행장 자녀와 동명이인인 지원자의 점수를 상향 조작했다가 뒤늦게 이를 알고 탈락시키거나, 임원 아버지가 딸의 면접에 참여해 합격시키는 등 각종 촌극도 곳곳에서 빚어졌다. 17일 대검찰청 반부패부(부장 김우현 검사장)는 전국 6개 시중은행의 채용비리 수사와 관련해 12명을 구속하는 등 총 38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서울북부지검·서울서부지검·서울남부지검·부산지검·대구지검·광주지검 등 전국 6개 검찰청은 금융감독원과 공조해 지난해 11월부터 시중은행들을 대상으로 집중 수사를 벌여왔다.

검찰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그동안 자행된 은행권의 채용 비리는 충격적이다. 청탁대상자 명부 작성·관리를 통한 부정채용, 고위 임원 자녀배려, 청탁 대상자 합격을 위한 자격 조건 조작 및 맞춤형 전형 신설, 점수 조작, 성차별, 학연 등 채용 비리에서 나타나는 모든 행태가 드러났다.하나은행의 경우 청탁이 들어오면 대상자는 서류전형은 무조건 합격시키고 필기전형, 면접전형에서 탈락 대상인 경우 점수 조작이나 감점사유를 삭제했다. 이들은 특별 리스트로 관리되며 전형 절차마다 은행장에게 보고됐다.

하나은행은 2013년과 2016년 신입행원 채용때는 소위 명문대 출신 지원자 6명 합격을 위해 합격권 점수를 받은 특정대 6명이 피해를 봤다.

국민은행에서는 성차별이 만연했다. 지난 2015년 여성 지원자 평균점수가 높자 남성 지원자 113명의 등급점수를 상향해 합격시켜 여성 지원자 112명이 불합격 고배를 마셨다. 하나은행 역시 지난 2013~2016년 신입행원 채용때 내부적으로 남녀 채용 비율을 4대1로 설정하고, 성별에 따라 별도의 커트라인을 적용했다.

임직원의 자녀 등 '내부자 배려' 역시 국민은행의 일상적 채용 문화였다. 채용팀장은 부행장의 자녀와 생년월일이 같은 동명이인 여성 지원자가 눈에 띄자 점수를 조작해 중간 전형에서 합격시켰다가 부행장 자녀가 남성으로 군복무 중인 사실을 알게 되자 해당 지원자를 면접에서 탈락시켰다. 부행장의 청탁은 없었지만 채용팀장의 과잉 충성과 오인으로 벌어진 촌극이다.

우리은행은 2015년 국가정보원 간부의 딸 채용청탁을 받고 합격시켰지만, 대학교를 정상적으로 졸업하지 못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자 이듬해 3월 사직한 뒤 9월에 재응시, 불합격권으로 분류되자 서류전형 점수 조작으로 합격시켰다.

대구은행은 은행장이 주요 거래처 자녀에 대한 채용지시를 내리자 청탁 대상자에게 가짜 보훈번호를 부여, '보훈 특채'로 합격시켰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 보훈자들을 위한 특채전형이 불법채용의 통로로 활용된 셈이다.

부산은행은 1조4000억원 상당의 경상남도 도금고 유치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경남발전연구원장으로부터 딸 채용청탁을 받자 모든 전형에서 점수조작을 자행했다. 이를 통해서도 합격 안정권에 들지 못하자 합격 인원을 증원하고 영어면접까지 추가해 기어코 합격시켰다. 

부산 시금고 지정 유지에도 사활을 건 부산은행은 부산시 세정담당관으로부터 아들 채용청탁을 받자 점수조작을 통해 합격시키도 했다.

광주은행의 2015년 신입 행원 채용 면접에서는 특별한 부녀 상봉이 이뤄졌다. 인사 및 채용 부문 총괄 임원과 그의 딸이 2차 면접에서 지원자와 평가자로 마주앉은 것. 임원의 딸은 자기소개서에도 부친의 지위를 당당히 기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버지는 딸에게 면접 최고점수를 줬고 딸은 최종 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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