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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비핵화 어떤 방식 택할까…새로운 '트럼프 모델'?

'선폐기 후보상' 리비아 모델은 강경 반발
'카자흐 모델'도 상황에 꼭 들어맞진 않아

(서울=뉴스1) 김윤경 기자 | 2018-06-07 19:43 송고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오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북미정상회담에서 거론될 북한의 비핵화 방식(model)을 두고 여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핵을 가졌던 나라들 가운데 어떤 나라의 비핵화 방식이 두 나라 정상의 의중에 맞고 국제사회에 있어서도 적절한 지에 대해선 누구도 한 마디로 결론내리기 어렵다.
다만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제기했다가 오히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 밖으로 물러나기만 했다는 방식은 '리비아 모델'. 비핵화와 큰 관련이 없는 것이었지만 무아마르 알 카다피의 최후를 목도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결코 이 방식을 택하지 않으리란 전망이 벌써부터 나왔었다.

그렇다고 해서 나머지 모델들 역시 각국의 당시 상황에 맞춰 적용됐던 것들이기 때문에 이번에 도출될 것으로 기대되는 방식과 똑같을 수는 없다. 이른바 '트럼프 모델' 말이다. 게다가 이번 회담에서 도출될 비핵화 관련 결론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과정'(process)이란 표현을 썼다. 구체 윤곽을 장담하긴 아직 이르다고 할 수도 있다.

◇리비아 모델
리비아 모델은 핵무기와 핵물질, 핵개발에 필요한 장비와 자료를 모두 미국에 넘겨주고 비핵화 검증을 건친 뒤 경제적 지원과 국교 정상화 보상을 받는 방식이다. 미국의 강경파들이 선호한다.

지난 2003년 12월 리비아는 자발적으로 핵포기를 선언했다. 그 다음 해 수도 트리폴리에 미 국무부 이익대표부가 들어섰고 3월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핵사찰을 개시했다. 6월엔 이익대표부가 연락사무소로 격상됐고 9월엔 미국의 제재가 해제됐다. 이 과정에서 리비아의 모든 핵물질과 핵시설, 핵능력은 미 테네시주 오크리지 연구소로 옮겨졌다. 그리고 2005년 10월 미국은 리비아 핵폐기가 완료됐다고 발표했다. 2006년 5월엔 양국 국교 정상화가 이뤄졌고 6월엔 미국이 25년 만에 리비아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뺐다.

이렇게 2년여에 걸쳐 '선(先)폐기 후(後)보상'이란 과정이 마무리됐다.

카다피 국가원수가 사망한 것은 그 이후의 또다른 변수가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바로 민주화 물결 '아랍의 봄'이 그 변수다. 민주화 혁명의 물결 속에서 장기독재 정권이 몰락한 것. 카다피는 반군에 생포돼 최후를 맞았다.

핵폐기 때문에 카다피가 죽은 건 아니라고 해도 충격적인 '카다피의 최후'를 목도한 김정은 위원장이나 북한 권력부가 리비아식의 비핵화의 길을 걷지 않겠다고 외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워 보인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지난달 24일 리비아 모델의 절대 수용 불가를 강조하면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비판했고, 몇 시간 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하기에 이르기도 했다.

◇카자흐스탄 방식

카자흐스탄의 비핵화는 말하자면 '얼결에'(?) 됐다. 핵보유국도 얼결에 됐다.

구(舊)소련이 붕괴하면서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등과 함께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받아 핵보유국이 됐고, 이후 1992~1995년 핵무기와 전략 폭격기 등을 러시아로 넘기며 비핵화했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압박했기 때문이다.

비핵화의 대가는 달았다. 경제지원과 체제보장이었다.

강경화 외교장관은 지난달 초 미 백악관에서 볼턴 NSC 보좌관과 만나 비핵화 방식을 논의했는데, 여기서 "리비아뿐 아니라 카자흐스탄 방식 등 여러 (비핵화) 방식이 있는 만큼 북한의 경우 어떤 것이 제일 현실적인지 학술적 차원에서 얘기를 나눴다"고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강경파들이 주장한 리비아 모델이 멀어지고 있는 터라 카자흐스탄 모델이 관심을 받고 있다. 북한에 자금과 기술을 지원해 핵무기를 포함한 대량파괴무기를 없애자는 것인데, 북한의 핵 과학자나 엔지니어들의 재훈련이나 재취업 문제도 여기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북한이 대가없이 비핵화 단계부터 밟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적잖다.

아산정책연구원의 김지윤 선임 연구원은 "북한의 비핵화는 전적으로 미국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종전협정 △제재해제 △북미수교 등의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도 개념부터 다른 비핵화에 대한 이견을 좁히긴 쉽지 않아 보이고, 특히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 약속은 더더욱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도 2차, 3차 회담의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이 과정에서 단계적인 비핵화를 검토해볼 수는 있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김지윤 선임 연구원은 또 "카자흐스탄 방식의 경우 미국이 전적으로 돈을 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중국, 일본이 돈을 쓰라고 하고 있다. 미국의 공적자금은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통령 마음대로 집행하기 어렵다"라고 언급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방식

남아공은 인종분리 정책(아파르트헤이트) 때문에 핵을 개발했다. 아파르트헤이트에 반대하는 국제사회가 남아공에 제재를 가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핵무기 개발에 나선 것.

핵무기 개발까지 가지 못했던 리비아와는 달리 남아공은 핵무기 제조에 성공한 이후 자진 폐기한 유일한 경우였다. 냉전이 끝나면서 남아공은 1989년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1993년 핵무기를 폐기했으며, 이듬해 IAEA의 사찰을 통해 비핵화가 확인됐다.

경제제재 해제와 체제안전 보장이라는 보상을 바라고 있는 북한의 경우 남아공 방식은 적용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s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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