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트럼프 "북미회담, 과정될 것"…'신속한 CVID' 입장 바꿨나?

NYT "北, 핵능력 동결 장기화하는 길 열어줬다"
'과정'으로 본건 '비핵화' 아니라 '회담'이란 주장도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2018-06-04 15:43 송고 | 2018-06-04 17:34 최종수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만난 뒤 기자들과 얘기를 하고 있다.© AFP=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만난 뒤 기자들과 얘기를 하고 있다.© AFP=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약 1시간30분 간 면담한 뒤에 내놓은 발언을 두고 미국이 기존의 북한 비핵화 원칙에서 다소 입장을 바꾼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남쪽 잔디밭(South Lawn)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나는 이것(회담)이 한번 만남이 될 것이라고 결코 말하지 않았다. 이것은 과정이 될 것이다"며 "과정(process, 프로세스)"란 말을 15분 동안 9번이나 반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선 "그들이 그렇게 하길 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그렇게 하길 원하고 있음을 안다"면서 "그들은 그 과정 중에(along the line) 다른 것들도 원한다"면서 국가발전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괄타결에 대한 북한 입장'을 묻는 질문엔 "이것(12일 정상회담)은 시작일 것이다. 나는 한번 회담에 이것(비핵화)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하지 않고, 말한 적도 없다"며 "한번의 회담으로선 아니지만 무척 긍정적인 일이 일어날 것이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다소 비판적 입장을 나타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공식 발표하는 자리에서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1994년 빌 클린턴 당시 미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 간 합의 내용을 언급하며 "즉각적인 무장해제를 요구하는 대신에 북한이 핵 능력 동결을 장기화하는 길을 열어줬다"고 비판했다.

즉,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의 '신속한' 달성이란 기존 원칙에서 물러섰다는 것이다. 특히 과거 북핵 협상 시 시한이 명시되지 않은 점이 실패의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되는데 그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본것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denuclearization)'란 말을 단 한번도 쓰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인 '최고의 압박'에 대해선 "그 용어 사용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자신이 대북 제재를 해제하는 때를 "학수고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과정"이란 용어를 근거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원칙을 어느 정도 수용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지원 방식과 종전선언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 이 같은 분석이 나온 배경이 됐다.

이는 미국이 대북 협상 원칙인 '선비핵화, 후보상'에서 물러났다는 지적이다. 이를 근거로 해서 비핵화와 체제보장을 핵심으로는 2~3단계의 '비핵화 로드맵'을 양측에서 조율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개최 의지를 드러내면서 대북 친화적 메시지를 전한 것이지 CVID 원칙을 버렸다고 보는 것은 지나치다는 분석도 있다. 다시 말해, "과정"으로 본 것은 '회담'이지 '비핵화'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김현욱 국립 외교원 교수는 "정상회담을 여러차례 한다는 것이지 비핵화를 단계별로 한다고 말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런데도 정상회담 이전에 미국이 요구한 '선비핵화, 후보상'을 얻어내지 못하고 회담에 임하게 됐다"며 "회담 개최를 고집하다보니, 기존 주장을 강하게 하지 못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비핀 나랑 MIT대학 정치학과 교수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은 무조건적으로 CVID를 강요한다고 비난받았지만 지금은 그것에 못 미치는 중요한 진전을 이루기 위해 기준을 완화했다며 비난받고 있다"며 "신중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후자는 전쟁을 막을 수있는 최선의 희망이다"고 말했다.


allday33@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