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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성폭력 만연한데"…자율규제 외면하는 1인방송

인터넷 특성상 '사전검열' 어려워…사후규제는 솜방방이
사전 자율규제 '있으나마나'…버젓이 '음란방송'

(서울=뉴스1) 김위수 기자 | 2018-06-04 14:44 송고
한 1인방송업체 메인에 걸린 배너(왼쪽)와 실제 방송 중인 1인방송. (홈페이지 캡처) © News1
한 1인방송업체 메인에 걸린 배너(왼쪽)와 실제 방송 중인 1인방송. (홈페이지 캡처) © News1

음란, 폭력 등 유해물이 인터넷 1인방송플랫폼에서 범람하고 있지만, 정작 운영사업자들은 '자율규제'를 사실상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후 적발이 되더라도 이에 대한 엄격한 처벌조항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음란방송'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무더기 제재를 받은 인터넷 1인방송업체에서 여전히 자율규제가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1인방송업체 A사에 접속해보니 오후 2시 이른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음란방송이 성행 중이었다.
미성년자 시청불가를 내건 콘텐츠임을 감안하고 봐도 방송 내용은 수위가 상당했다. 방송 진행자들은 방송이 진행되는 중간 신체 일부를 노출하거나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행위를 여과없이 내보냈다. 한 방송에서는 '(아이템) X개 이상은 이곳으로'라는 성매매를 연상시키는 문구를 내놓고 버젓이 방송하기도 했고, 또다른 방송에서는 남성의 성기를 지속적으로 때리는 등 자극적인 내용이 방송되고 있었다. 심한 경우 신체를 버젓이 노출한 상태로 특정 신체부위를 만지는 장면이 방송되기도 했다.

음란방송이 진행되는 동안 채팅창에는 'XXX님이 아이템 X개를 선물하셨습니다'라는 문구가 계속해서 나타났다.

A사의 메인에는 '인터넷 개인방송에서 음란물 OUT'이라는 배너가 걸려있다. 배너를 클릭하면 나타나는 '방송기준 웹툰'을 통해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에 준수해 유해영상으로 판단되는 방송"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기준이 되는 것은 방심위가 마련한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제8조'(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반 등)인데, 해당 규정에 따르면 △남녀의 성기, 음모 또는 항문 등 특정 성적 부위 또는 성적 행위를 노골적으로 표현 또는 묘사하는 내용 △자극적이고 혐오스런 성적표현 및 남녀 성기에 관한 은어 및 비속어를 사용하여 성행위를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내용 △성행위와 관련된 신음소리 등을 극히 자극적으로 묘사하는 내용을 포함해 '사회통념상 일반인의 성욕을 자극해 성적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수치심을 해해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다음 각목의 정보'를 금지한다고 명시돼있다.

문제는 해당조항을 위반했을 때의 사후조치가 매우 미흡하다는 사실이다. 방심위가 내릴 수 있는 시정요구는 △해당정보의 삭제 또는 접속차단 △이용자에 대한 이용정지 및 이용해지 처분에 불과하다.

1인 방송진행자의 경우 이용정지 처분을 받더라도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 방송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이용자에 대한 처분은 실효성이 없다. 실제 돈을 받고 한 인터넷방송플랫폼을 통해 미성년자와 2대 1로 성관계하는 내용을 방송한 인터넷방송진행자가 출소 후 다른 플랫폼에서 인터넷방송을 시작해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이용정지 처분을 받은 다른 인터넷방송진행자가 시청자들에게 "다른 플랫폼에서 방송을 하겠다"고 예고한 일도 있엇다.

사업자들에게 자율규제를 권고하고 있지만 이는 '권고'사항에 불과하다. 적발시 사업자가 책임을 지도록 하는 조항도 없어 사업자 차원에서의 자율규제는 미진하기만 하다. 사업자 입장에서도 당장 현금이 오가는 음란방송을 적극적으로 제지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사회에 미치는 피해가 극심하다고 판단될 경우 방심위내에서 '사이트폐쇄'를 의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방심위 내부기준으로 전체 게시물이 70% 이상 유해하다고 판단될 경우로 극히 드문 경우다. 웹사이트 폐쇄조치를 의결한 것은 방심위 출범 후 단 두번에 불과했다.

이같은 사후처벌규정의 미비가 '솜방망이 처벌'로 이어지고, 음란방송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권헌영 한국인터넷윤리학회 회장(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은 "이런 문제들의 경우 적발사항에 대한 정부의 무관용 처벌을 통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방송통신위원회와 같은 행정기관과 더불어 형사사법기관과 함께 일관되고 촘촘한 공동 대응체계를 마련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주도로 더 많은 사업자가 자율규제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withsu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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