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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다역 캡틴, 8년 전 박지성에 버금가야할 기성용

(파주=뉴스1) 임성일 기자 | 2018-05-25 06:00 송고
축구대표팀 '캡틴' 기성용이 23일 오후 경기도 파주 축구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2018러시아 월드컵 대비 소집 훈련에서 가볍게 몸을 풀고 있다. 기성용은 오는 28일 대구에서 열리는 온두라스와의 친선경기에 출전하면 A매치 100경기 출전을 달성하게 된다. 2018.5.2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축구대표팀 '캡틴' 기성용이 23일 오후 경기도 파주 축구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2018러시아 월드컵 대비 소집 훈련에서 가볍게 몸을 풀고 있다. 기성용은 오는 28일 대구에서 열리는 온두라스와의 친선경기에 출전하면 A매치 100경기 출전을 달성하게 된다. 2018.5.2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오는 28일 대구에서 펼쳐지는 온두라스와의 평가전을 통해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출전) 가입이 확실시 되는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기성용은 관련한 언급에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난 것 같다"며 웃었다. 형식적 표현이 아니라 기성용은 진짜 빨리 100경기 고지에 올랐다.

대한축구협회 집계에 따르면, A매치 100경기 이상을 뛴 한국 선수는 최다 출전자인 차범근과 홍명보(이상 136경기) 등 모두 13명으로 기성용이 14번째를 예약했다. 만약 기성용이 온두라스전에 출전한다면 29세 124일에 센추리클럽에 가입하게 되는데 이는 역대 3번째로 어린 나이다.
연간 A매치 숫자가 지금보다 훨씬 많았던 1970년대에 차범근이 24세, 김호곤이 26세에 100경기를 돌파한 적 있으나 이후로는 30세를 넘어야 가능했던 일로 여겨졌다. 이제 기성용은 1980년대 이후 가장 어린 나이로 센추리클럽에 가입하는 선수라는 이정표의 주인공이 된다.

월드컵 본선도 3번째 출전을 앞두고 있다. 21세, 막내급 나이로 처음 출전한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의 감격을 경험했고 한창 무르익던 때 야심차게 출전했던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1무2패라는 최악의 성적표도 받아보았다.

환희와 좌절을 모두 맛본 기성용은 이제 커리어 3번째 본선 앞에 서 있다. 앞선 2번의 대회보다 그의 비중은 더 커졌다. 형들을 믿고 따라가기만 했던 대회(2010 남아공)와 자신의 몫을 해내는 것이 중요했던 대회(2014 브라질)를 지나 이제 자신이 팀을 이끌어야하는 중요한 순간이 됐다. 해야 할 일이 많다.
일단 플레이어 자체로서 가치가 높다. 미드필더 기성용은, 역할 비중이 공격 쪽에 맞춰지든 수비 쪽으로 무게가 실리든 가릴 것 없이 현 대표팀의 핵심이다.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정상급 레벨로 발돋움한 공격수 손흥민에게 세계의 시선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나 실질적인 '키맨'은 기성용이다. 특히 객관적인 전력이 열세인 한국으로서는, 상대와 상황에 따라 맞춤형 전술을 구사할 공산이 큰 신태용호로서는 중앙에서 중심을 잡는 기성용의 역할이 크다.

선수단 리더 그리고 코칭스태프와의 가교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선수들끼리의 '원팀'뿐만 아니라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사이의 호흡도 중요하다는 것을 고려할 때 주장의 역할은 일반적인 A매치에서 팔에 완장을 감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영역으로 다가온다.

사상 첫 원정 16강을 달성했던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 당시 사령탑이던 허정무 감독은 그 원활한 소통을 위해 이운재, 안정환, 이동국 등 고참들 대신 박지성에게 과감하게 캡틴 임무를 부여했다. 결과적으로 '캡틴 박'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당시 대표팀은 2002 월드컵 이후 최상의 성과를 거뒀다. 그때 박지성과 같은 역할을 기성용이 해야 한다.

다른 대회에서 '베테랑'들이 해줬던 듬직한 맏형 노릇도 기성용이 맡아야한다. 현재 신태용호의 아킬레스건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은 소위 '고참'이 없다는 것이다. 경기장 안팎에서 솔선수범하며 보이지 않는 기운을 모아줄 것으로 기대했던 염기훈이나 이근호가 부상으로 낙마하면서 적임자를 잃었다. 시선은 또 기성용에게 향한다. 현재 대표팀에서 기성용보다 '나이'가 많은 이도 박주호와 김진현(이상 31), 이용 등 손에 꼽을 정도다.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젊은 피 기성용을 발탁해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허정무 현 프로축구연맹 부총재는 "당시 막내였던 기성용이나 이청용이 이제는 고참이 됐다. 그들의 경험과 책임감이 모두 중요하다. 무엇보다 내가 먼저 솔선수범하고 희생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이제 결코 어린 선수가 아니다. 중진이고 고참이다. 이제는 훌륭히 리더 역할을 소화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다. 당당하게 도전하길 바란다"고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8년 전 남아공 월드컵에 출전해 주장 완장을 팔에 감았던 박지성의 당시 나이(29)나 국제대회 경험이나 팀 내의 위상 등이 지금 기성용과 많이 닮았다. 그때 박지성이 해줬던 것 이상을 기성용이 보여줘야 러시아 월드컵에서 승산이 있다.

한국 축구의 영원한 캡틴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는 지난 21일 출정식 자리에서 "기성용은 지금도 훌륭한 리더이고 팀을 이끌어갈 충분한 능력이 있다"고 박수를 보낸 바 있다. 부담이 가해져도 별 수 없다. 캡틴 기성용이 힘을 내야 신태용호가 원하는 곳까지 갈 수 있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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