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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논란에 발 빼는 복지부…헌재에 "의견 없다"

전문가 "모자보건법 주무부처 답지 못하다" 비판
2007년 경제적 사유 허용하려다 종교계 뭇매 경험

(서울=뉴스1) 민정혜 기자 | 2018-05-24 06:07 송고
비웨이브 회원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민원실에서 낙태죄 폐지 주장 탄원서를 제출하고 있다 2018.5.23/뉴스1 © News1 박지수 기자
비웨이브 회원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민원실에서 낙태죄 폐지 주장 탄원서를 제출하고 있다 2018.5.23/뉴스1 © News1 박지수 기자

인공임신중절술(낙태)을 처벌하는 형법 조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헌법소원의 첫 공개변론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헌법재판소에 "의견 없다"고 회신한 것으로 확인됐다.

모성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해야 하는 주무 정부부처로서 소임보다는 사회적 논란을 회피하는데 급급한 소극적 행태라는 비판이 나온다. 
24일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 1월 헌재가 낙태 처벌 형법 조항에 대한 의견을 묻는 공문을 보내왔고, 그쯤 전화통화로 의견이 없다는 복지부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낙태를 제한하고 있는 모자보건법의 주무부처다. 낙태 처벌 논의가 낙태 허용 기준 조정과 별개가 아니라는 점에서 복지부의 입장은 헌재 판단에 매우 중요하다. 

헌재는 오는 24일 '부녀가 낙태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 형법 269조 1항에 대한 헌법소원 공개변론에 나선다. 같은 법 270조 '의사·한의사 등이 부녀의 촉탁을 받아 낙태하면 2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도 헌법소원 대상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모자보건법은 낙태죄에 대한 헌재의 판단에 따라 달라진다"며 "복지부는 헌재 의견수렴 과정도 헌법소원 과정이라고 봤기 때문에 낙태죄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헌법소원은 형법에 대한 절차기 때문에 모자보건법을 다루는 자신들과는 무관하다는 취지의 해명이다. 

그러나 낙태 사유는 모자보건법에 따로 규정하고 있다.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본인이나 배우자가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해 임신된 경우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에 임신된 경우 △임신을 지속하기 어려울 만큼 모체의 건강을 해치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경우일 때만 합법적으로 낙태를 할 수 있다.

복지부는 낙태 처벌 조항 위헌 여부 판단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의견을 내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헌재 결정에 따라 모자보건법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목소리를 내지 않은 것은 모자보건법 주무부처로서 역할을 다하지 않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인영 홍익대학교 법학부 교수는 "복지부가 헌재의 의견수렴 과정을 모자보건법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장으로 활용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일"이라며 "복지부가 이 논란에 끼어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경험적 판단으로 유보적 태도를 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지난 2007년 모자보건법을 개정해 낙태 허용 조항에 사회·경제적 사유 등을 추가하려 했지만 종교계 등의 거센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신현호 법률사무소 해울 변호사는 "낙태죄 논의는 사후 피임약을 의사 처방 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등 제도 개선 작업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복지부의 역할이 있음에도 소극적 태도로 임하는 것은 내 임기 동안 논란이 없길 바라는 공무원의 기본 생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질타했다.


m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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