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N칸현장] '버닝' 이창동 "젊은이는 파주와 서래마을 사이에 산다"(인터뷰①)

(칸=뉴스1) 정유진 기자 | 2018-05-21 07:00 송고 | 2018-05-21 12:14 최종수정
CGV아트하우스 © News1
CGV아트하우스 © News1

이창동 감독에게 턱시도 차림으로 참석하는 레드카펫이라든가, 여러나라 기자들 앞에서 하는 기자회견은 영 피하고만 싶은 자리인가 보다. 한국 기자들과 함께 한 인터뷰 자리에서 그는 "어제 내가 뭔 소리를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고 말해 웃음을 줬다.

이창동 감독이 '시'(2010) 이후 8년 만에 내놓은 신작 '버닝'은 공허하고 외로운 젊은이들의 삶을 미스터리 장르에 담아낸 작품이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 '헛간을 태우다'에서 모티브를 따온 이 영화는 제71회 칸국제영화제(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지난 19일 발표된 본상 수상작에는 포함되지 못했지만, 국제영화비평가협회상과 미술감독에게 주는 2018벌칸상을 수상했다.  
'버닝'을 보고난 후 처음으로 감독과 마주한 자리. 지난 18일 오전(현지시간) 프랑스 칸 해변에서 이창동 감독의 현지 인터뷰에 참석한 기자들의 질문 세례는 끝을 모르고 쏟아졌다. 이창동 감독은 어떤 질문에는 "답하고 싶지 않다"며 의뭉스러운 미소를 지었고, 어떤 질문에는 진지하게 자신이 생각했던 바를 설명했다. 마치 영화 '버닝'이 관객들에게 그런 것처럼, 많은 것을 설명하는 것 같았으나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않았다.
'버닝' 해외 포스터 © News1<br><br>
'버닝' 해외 포스터 © News1


"'버닝'은 미스터리로 돼 있어요. 이 미스터리는 우리 세상이나 우리의 삶이나 심지어 소설 영화에 대한 질문을 담고 있어요. 굳이 이야기 하자면 그런 것과도 연결할 수 있겠죠. 아버지의 분노를 아들이 거부하지만, (영화 속에서) 아들도 그 분노를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는데, 그게 이 세상에 대한 젊은이들의 해답이라고 제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분노 자체에 대해 질문을 할 수 있는 것이죠."
'버닝'은 이창동 감독이 만든 '젊은이들에 대한' 영화라고 알려져 더욱 궁금증을 낳았던 작품이다. 황혼을 향해 가고 있는 그가 굳이 젊은 사람들을 향해 시선을 맞춘 것은 무엇 때문일까?

"내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거 아닐까요? 내가 젊은 사람이면, 젊은이의 이야기를 굳이 한다고 주장할 필요가 없어요. 제가 젊을 때는 젊음을 인식 못했어요. 젊음이 어떤 성격이고 무슨 문제가 있는지, 내 자신이 젊으니까요.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생각해보게 되는거죠.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디로 가는지는. 지금의 젊음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와 연결돼 있을 테니까. 그런데 젊음의 영화라고 주장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말을 하다보니 그렇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거지.(웃음)"

혹시나 젊은 사람들에게 젊음에 대한 이야기로 비치지 않을까 걱정한 적은 없을까? 하지만 이창동 감독은 "('버닝' 속 주인공들과 같은 젊은이들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종수처럼 사는 젊은이는 많지 않을 거예요. 파주뿐만 아니라 농촌도 아니고 도시도 아닌 이도저도 아닌 지역에 사는 젊은이은 인구 대비로 봐도 별로 없을 거예요. 그렇지만 아버지와 과거에 묶인 친구들, 그렇게 사는 젊은 친구들이 분명히 있어요. 벤이 사는 삶의 방식은 요즘에 더 보편화 돼있고, 모두가 꿈꾸는 삶의 방식이죠. 젊은이들으 그 사이에 어딘가 있을 거예요. 파주와 서래마을 사이에. 사람들은 어쩌면 많은 젊은이들이 서래마을에 가깝게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죠."
영화 '버닝'의 이창동 감독이 17일(현지시간) 제71회 칸국제영화제 공식 포토콜에서 포즈를 취했다. © AFP=뉴스1 © News1 정유진 기자
영화 '버닝'의 이창동 감독이 17일(현지시간) 제71회 칸국제영화제 공식 포토콜에서 포즈를 취했다. © AFP=뉴스1 © News1 정유진 기자

캐릭터를 위해 이창동 감독은 많은 젊은이들을 만나고 취재했다고 했다. 그리고 느낀 것은 "생각보다 종수처럼 사는 친구가 많다"는 거였다. 이 감독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비정규직이라는 말 자체도 호사스러운 직업을 갖고 사는 친구들이 많고, 그들의 정서나 생각, 불안과 무력감을 영화 속에 많이 넣었다"며 영화 속에 반영된 요즘 젊은이들의 모습을 설명했다.

파주라는 영화의 배경도 비슷한 맥락이다. 현실을 반영했다. 영화 속에서 대남방송이 등장해 '특별히' 파주를 설정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파주는 그저 종수가 살아가고 있는 공간, 사라져가고 있는 공간들을 대변하는 장소 중의 하나일 뿐이었다.

"파주가 아닌 다른 어떤 곳이라도 비슷했을 거예요. 무슨 이야기나면, 종수가 살던 공간은 과거와 연결돼 있는 공간이랄까? 급속도로 없어지는 공간이에요. 촬영하면서 어려웠던 게 농촌 자체가 없어지고 있어요. 남쪽에 경상도나 전라도에 있는 오지로 가면 농촌의 모습이 있지만, 수도권 주변에는 농촌이 없어지고 있어요. 가뭄에 물 웅덩이가 마르듯 창고로 변하거나, 공장으로 변하거나, 농촌 공동체가 급속도로 없어지고 있는 것을 그리고 싶었어요. 그게 종수의 삶의 공간이고, 파주는 그런 것을 대변할 뿐이죠."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eujenej@news1.kr

오늘의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