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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판 살인의 추억' 피의자 구속영장 기각…수사 원점

법원 “범죄 혐의 상당성 부족” 판단…석방 조치
경찰 “사건 종결 아냐…증거 보강해 해결할 것”

(제주=뉴스1) 안서연 기자 | 2018-05-19 01:16 송고 | 2018-05-19 08:20 최종수정
지난 2009년 2월 제주시 애월읍 고내봉 인근 배수로에서 목 졸려 숨진 채 발견된 이모씨(당시 27·여) 피살사건의 유력 피의자 박모씨(49)가 18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제주시 제주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경찰은 박씨를 지난 16일 경북 영주에서 검거했다. 경찰은 사건발생 후 3년4개월 간 수사를 벌였으나 범인을 찾지 못한 채 2012년 6월 수사본부를 해체했다. 2015년 살인죄 공소시효가 폐지되면서 최근 재수사에 돌입했다.2018.5.18/뉴스1 © News1 이석형 기자
지난 2009년 2월 제주시 애월읍 고내봉 인근 배수로에서 목 졸려 숨진 채 발견된 이모씨(당시 27·여) 피살사건의 유력 피의자 박모씨(49)가 18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제주시 제주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경찰은 박씨를 지난 16일 경북 영주에서 검거했다. 경찰은 사건발생 후 3년4개월 간 수사를 벌였으나 범인을 찾지 못한 채 2012년 6월 수사본부를 해체했다. 2015년 살인죄 공소시효가 폐지되면서 최근 재수사에 돌입했다.2018.5.18/뉴스1 © News1 이석형 기자

‘제주판 살인의 추억'으로 불리는 2009년 어린이집 보육교사 살인사건 피의자 박모씨(49)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제주지방법원 양태경 부장판사는 18일 오전부터 박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벌인 뒤 구속 영장을 기각했다. 
양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주장이나 변명에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점이 일부 있기는 하나 제출된 자료들을 종합할 때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피의자를 구속해야 할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지난 16일 오전 8시20분 박씨를 체포한 경찰은 체포영장 집행 후 48시간 동안만 구금이 가능함에 따라 박씨에 대한 석방 절차를 밟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200조4에 따르면 피의자를 체포한 때부터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하며 영장을 발부받지 못할 때는 피의자를 즉시 석방해야 한다.
2009년 2월 1일 제주시 용담동에서 보육교사 이모씨(당시 27·여)를 택시에 태우고 가던 중 강간을 하려다 미수에 그치자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던 박씨는 9년 전에도 유력한 용의선상에 올라 경찰의 수사를 받았지만 뚜렷한 물증이 없어 풀려났던 전례가 있다.

경찰은 그동안 발전한 과학수사 기법을 동원해 이전 증거들을 재분석하고 수상한 행적 등을 토대로 박씨를 범인으로 특정했지만, 영장이 기각되면서 수사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혐의 입증을 자신했던 제주청 장기미제사건전담수사팀은 “구속영장 기각이 사건의 종결은 아니므로 앞으로 관련 증거 보강 등 사건 해결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찰은 9년 전 발생한 미제사건에 대해 과학수사 기법을 동원해 재수사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고 기존 증거를 재분석해 추가 증거를 수집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경찰이 공개한 박씨가 피의자인 근거는 크게 두가지였다.

첫째는 9년 전 택시기사였던 박씨 택시의 이동경로와 범행 경로가 동일하다는 점이다.

9년 전에는 사망 시점이 실종된 2월1일이냐, 시신이 발견된 2월8일쯤이냐를 놓고 혼선이 생기면서 박씨의 알리바이가 성립됐다.

이 알리바이는 9년 뒤 재수사에서 전국 최초의 동물 사체 실험을 통해 실종 시점인 2월1일로 앞당겨진다.

또 다른 증거는 피해자 몸과 옷에서 발견된 미세섬유다.

이 미세섬유는 박씨가 사건 당시 입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옷 섬유와 재질과 종류가 동일하다. 박씨의 옷에서도 이씨가 숨지기 전 입었던 옷의 섬유가 발견됐다.

하지만 종류와 재질이 같은 섬유라는 의미이지 미세섬유에서 사람의 DNA까지 검출해 특정할 정도의 변별력은 없는 상황이다.

박씨와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의 범행일 수 있다는 반박이 나올 수 있는 이유다.

그런데 박씨의 사건 이후 행적도 정상적으로 보기는 어렵다. 박씨는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 몇 개월 뒤인 2010년 10월 강원도로 떠났다. 심지어 2015년부터는 주민등록도 말소된 상태였다.

다른 사람의 명의로 휴대전화를 사용했고 심지어 별다른 의료기록 조차 남기지 않는 등 자신을 숨기며 살았다.

경찰은 아직 공개하지 않은 다른 증거들이 더 있다며 박씨의 혐의 입증을 확신했지만, 법원이 범죄 혐의의 상당성이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살인사건은 다시 안갯속에 빠지게 됐다.


asy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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