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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등의결권 도입해야"…정치권·경제계 '엘리엇 방지법' 논의 본격화(종합)

[불 지펴진 차등의결권]①윤상직 의원, 일명 '엘리엇 방지법' 발의
경제계 "상법 개정, 방패도 필요" 차등의결권 등 도입해야

(서울=뉴스1) 오상헌 기자, 김정률 기자, 주성호 기자, 이훈철 기자 | 2018-05-17 06:00 송고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정치권과 경제계 일각에서 차등의결권과 포이즌필(Poison Pill) 등 기업 경영권 방어 장치를 도입하기 위한 논의가 본격화했다. '엘리엇 사태' 등 국내 기업을 겨냥한 해외 자본의 공세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소액주주 권리 강화를 위해 집중투표제와 다중대표소송제 등 상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투기자본의 공격에 대응할 '방패'가 필요하다는 문제인식이 고조되고 있다.

◇'엘리엇 방지법' 발의…상장사協·코스닥協 "경영방어 장치 도입해야"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은 16일 '차등의결권'과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필)'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같은 당 권성동 의원이 비슷한 취지의 상법 개정안을 발의한 데 이어 국회 차원의 입법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계에서도 경영권 방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한국상장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는 이날 공동 호소문에서 "차등의결권이나 포이즌필 등 세계 주요국에서 보편화한 경영권 방어 수단을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엘리엇 사태를 방지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차등의결권(Dual-Class Voting Stock Structure)은 특정 주식에 특별히 많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1주 1의결권' 원칙에서 벗어나 주로 창업자나 최대주주 등의 지분에 일반 주식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한다. 2014년 역대 IPO(기업공개) 중 최대액(250억 달러)을 조달한 중국의 알리바바가 홍콩이 아닌 뉴욕 증시를 선택한 것도 차등의결권이 허용됐기 때문이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小米·좁쌀)도 최근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홍콩 증시에 연내 상장한다. IPO 이후 최대주주의 지분 희석 효과로 흔들릴 수 있는 경영권 안정 장치를 1순위로 고려한 결정이다. 글로벌 IT기업인 미국의 구글과 페이스북도 각각 2004년과 2012년 IPO 당시 차등의결권 제도로 적대적 M&A 위협에서 벗어나 IT 공룡으로 성장했다. 

신주인수선택권, 이른바 '포이즌 필'은 적대적 인수·합병(M&A)이나 경영권 침해 시도에 대응해 신주 발행 시 기존 주주에게 시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다. 이런 경영권 방어 제도는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선 제한적으로 도입돼 있으나 국내에선 대주주 권한 남용과 소수 주주 권익 침해 논란으로 도입이 미뤄져 왔다. 

◇ 경제계 "제2·제3의 엘리엇 막아야…창과 함께 방패도 필요"

경제계에선 문재인 정부가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기업 지배구조 개편과 주주권 강화 정책으로 해외 자본의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이란 우려가 많다.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기를 든 데 이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오는 29일 주주총회에서 위임장 대결에 나선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위법하게 합병에 개입했다며 최근엔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ISDS·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 추진도 공식화했다. 국내 재계 1·2위 기업과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 동시다발적 공세다. 

엘리엇의 공격은 국내 기업의 경영권 찬탈을 직접 시도했던 2003년 'SK-소버린' 사태나 2006년 'KT&G-칼 아이칸' 사태와는 다소 결이 다르다.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이라기보단 단기 투자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다.

경제계에선 그러나 지금처럼 최대주주 지배력을 떨어뜨리고 일반 주주의 권한을 강화하는 '경제민주화' 정책이 일방통행식으로 전개될 경우 소버린이나 칼 아이칸 사태가 언제든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엔 소수 주주권을 강화하는 집중투표제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이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에 의해 마련돼 계류돼 있다. 

집중투표제나 다중대표소송제 등 대주주 견제장치가 행동주의 펀드 등 특정 의도를 가진 자본에 과도하게 활용돼 반드시 경영권 교체까지는 아니더라도 과도한 비용이 발생할수 있다는게 경제계의 우려사항이다.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사회적 합의 험난...."장기 주식보유 주주에 차등의결권 부여" 대안도

그러나 이같은 경제계와 야당의 문제제기는 사회적 합의나 국회문턱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경영권 방어 장치 도입을 검토할 때가 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아직 폭넓은 공감대가 느껴지는 단계는 아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재벌 갑질은 개인적 일탈행위로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국익 관점에서 대기업 경영권 보호는 필요하다고 본다"며 "경영권 방어 기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알리바바와 샤오미 사례와 같이 해외에서 자본시장의 신규 기업이나 유망한 기업의 상장을 유도하기 위해 경영권 방어 장치를 주는 것처럼 국내에서도 벤처나 스타트업(창업기업)에 차등의결권을 우선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김 실장은 아울러 "단기 차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의 공격을 막고 기업의 장기 가치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2년 이상 주식을 보유하면 의결권 2배를 주는 프랑스 등의 사례가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차등의결권이 도입되면 우리나라 대기업 대주주가 계열사 지분을 2%만 가지고도 인수합병 방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우리나라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대기업집단 내부지분율이 낮지 않기 때문에 기업들의 지배구조 투명성을 먼저 개선한 뒤 도입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정성엽 대신경제연구소 본부장는 "차등의결권이 경영효율성을 떨어뜨릴수 있기 때문에 차등의결권을 도입할 경우 소수 주주권을 어떻게 같이 강화할지 여러가지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통과는 험로가 예상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야당 일각에선 지배구조와 경영권 작동 체계가 판이한 선진국과 한국의 대기업 시스템을 직접 비교하는 건 무리라는 기류가 강하다. 자칫 대기업 오너 일가에 대한 특혜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진그룹 일가의 갑질 파문으로 커지는 반(反)대기업 정서와 대기업 비판 여론도 장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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