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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뛸 수 있는 유럽클럽'… 권창훈의 우선순위는 옳았다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18-05-08 11:36 송고 | 2018-05-08 13:54 최종수정
이제는 동료들의 신뢰도 두터워지고 있다. 프랑스의 중소클럽을 택한 것은 현명한 판단이었다. © AFP=News1
이제는 동료들의 신뢰도 두터워지고 있다. 프랑스의 중소클럽을 택한 것은 현명한 판단이었다. © AFP=News1

2016년 12월27일. 그해 홍명보 자선경기가 펼쳐지던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만난 권창훈은 유럽진출에 대한 꿈을 숨기지 않았다. 당시 그는 "에이전트를 통해 프랑스 클럽의 제안이 들어왔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수원삼성)구단이 배려를 해준다면, 정말로 꼭 나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 프랑스 클럽이 지금의 소속팀 디종FCO다.

그 무렵 권창훈은 이적료와 연봉을 합쳐 60억원가량을 준비한 중동클럽의 러브콜을 받기도 했다. 자신도 알고 있던 뉴스였다. 하지만 권창훈은 "수원이라는 사랑하는 팀을 등지면서 중동으로 나가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당시 기준)내년이면 내 나이도 스물넷이 된다. 더 이상 미뤄지면 곤란하다. 유럽에서는 더 어린 선수들을 찾고 있고, 개인적으로 군문제도 있다"면서 "유럽 진출은 내 꿈이다.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유럽을 경험해보고 싶다.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뜻을 밝혔다.

애초 권창훈의 해외진출 조건은 단 하나였다. 당장은 돈보다는 더 많은 성장과 경험 축적이 필요하기에 '뛸 수 있는 유럽 클럽'을 우선순위로 꼽았다. 이름값보단 현실을 보았다. 빅리그 빅클럽에서 제안이 들어온 것도 아니긴 하지만, 스스로 무리한 욕심을 내지도 않았다. 출전기회를 얻을 수 있는 곳에서 많이 뛰면서 배우고자 했는데 그 선택과 함께 잘 성장하고 있는 모양새다.

권창훈은 지난 7일(한국시간) 프랑스 디종의 스타드 가스통 제라르에서 열린 갱강과의 2017-18 프랑스 리그앙 36라운드 경기에 선발 출전,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4월 14일 낭트전까지 3경기 연속 골을 기록하다 한동안 침묵했던 권창훈은 3경기 만에 골맛을 봤다.
이날 득점은 권창훈의 리그 10호골이라 더더욱 의미가 있었다. 한국 선수가 프랑스리그에서 한 시즌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한 것은 박주영(2010~2011시즌 12골·당시 AS모나코) 이후 두 번째다. 지난해 선발과 주전을 오갔던 것을 감안한다면 성공적이라 평가할 수 있는 기록이다. 쉽지 않은 경쟁을 이겨내고 쌓은 발자취라 또 값지다.

지난 2011년 오세르에 입단하면서 권창훈에 앞서 프랑스 리그1을 경험했던 정조국(강원FC)은 미드필더 권창훈의 성공 키워드로 '파워'와 '수비'를 꼽았다. 정조국은 "프랑스리그엔 이중국적자들이 넘친다. 특히 아프리카 혈통을 가진 덩치 큰 선수들이 많다. 창훈이가 꼭 생각해야할 일이다. 피지컬적으로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동시에 "창훈이는 공격적인 장점이 많은 선수다. 하지만 디종에서는 수비적인 요구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디종은 그리 강팀이 아니고 따라서 승점 획득을 위해 수비지향적인 축구를 많이 구사할 수 있다. 창훈이도 수비가담을 신경써야할 것"이라며 염두에 두어야 할 포인트를 전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진출 첫 시즌은 쉽지 않았다. 시즌 중 합류했다고는 하지만 8경기 출전에 그쳤고 공격 포인트도 없었다. 힘도 스피드도, 공격도 수비도 합격점을 받지 못했던 권창훈은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많았다. 하지만 적응기를 마친 2017-2018시즌은 전혀 다른 모양새다.

정조국의 말처럼 강팀은 아닌 디종은, 수비를 단단히 한 뒤 역습을 도모하는 형태의 경기 전개가 많았고 그 속에서 권창훈은 여러모로 활용도가 높았다. 일단 특유의 왕성한 활동량으로 전방에서부터 상대를 압박하는 수비 가담이 팀에 도움이 되고 있다. 그리고 갱강전의 골 장면처럼 날카로운 카운터어택을 마무리 짓는 결정력도 벤치의 박수를 끌어내고 있다. 찬스를 놓치지 않으니 동료들의 신뢰도 커지고 있다.

권창훈이 10골을 터뜨리면서 큰 보탬이 된 디종은 8일 현재 리그 12위를 달리고 있다. 막판까지 강등권을 전전하다 16위로 마감했던 지난 시즌에 비해 한결 수월하게 잔류를 확정했다. 팀도, 권창훈도 업그레이드됐다는 뜻이다. 

많은 선수들이 해외진출, 나아가 유럽진출을 목표로 삼고 있으나 그냥 '진출해 있는' 수준은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뛰지 못하는 축구 선수는 의미가 없다. 뛸 수 있는 유럽클럽을 해외진출 우선순위로 삼았던 권창훈의 판단은 옳았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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