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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공모'에서 무슨 일이…좌표기사 찍어 댓글 작업

재벌개혁 통한 사회혁명 명목…실상은 드루킹 사조직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2018-04-17 18:31 송고 | 2018-04-18 00:52 최종수정
문재인정부를 비방하는 댓글을 올리고 추천 수를 조작한 혐의로 구속된 '드루킹' 김모씨가 공동대표로 있는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 출입 계단에 댓글 조작을 규탄하는 손팻말들이 걸려 있다. 2018.4.16/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문재인정부를 비방하는 댓글을 올리고 추천 수를 조작한 혐의로 구속된 '드루킹' 김모씨가 공동대표로 있는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 출입 계단에 댓글 조작을 규탄하는 손팻말들이 걸려 있다. 2018.4.16/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네이버 등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서 문재인 정부를 비방하는 댓글의 추천수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드루킹' 김모씨(49)가 운영하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은 17일 현재 비회원이 접근할 수 없는 비공개 상태다. 총 2000여명에 이르던 경공모 회원들은 지난 14일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기자회견 직후 대부분 탈퇴됐다.

경공모는 재벌 기업의 주식의결권을 사들여 소액주주가 되고 재벌 오너를 교체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명목으로 지난 2009년 개설됐다.
일반에게는 다소 생소한 용어인 공진화(共進化, co-evolution)란 진화생물학에서 유래했다. 식물이 곤충에게 꿀을 제공하기 쉽도록, 곤충은 식물의 번식을 돕기 쉽도록 진화하는 것처럼 다른 종의 유전적 변화 등 진화에 대응해 일어나는 진화를 말한다. 이런 공진화를 경제 영역에 적용해, 경제 주체들이나 경제 현상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진화하는 것을 '경제적 공진화'라고 일컫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씨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대한민국의 기득권을 흔들어 세상을 바로잡는 방법은 다른 데 있다는 것을 주장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경제 시스템의 약점을 치고 들어가야만 현존하는 썩은 기득권들의 심장을 바로 찌를 수 있다"고 카페 개설의 목적을 소개하기도 했다.

김씨는 2014년 2월부터는 가입신청을 하면 선별적으로 승인하는 폐쇄적인 방식으로 회원을 본격 모집하기 시작했다. 김씨와 함께 기소된 우모씨(32)가 2016년 3월쯤부터, 양모씨(35)가 2015년 12월쯤부터 합류해 경공모 운영 업무를 함께 담당했다.
경공모는 이러한 목표와는 별개로 실제 활동 상에서는 주로 인터넷 기사의 댓글을 주 활동 무대로 삼고 작업을 벌여왔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경기 파주시 출판단지에 위치한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에서 회원들과 함께 정치 관련 인터넷 기사에 댓글을 달거나 해당 댓글에 '공감'을 하는 방식을 사용해왔다.

댓글 작업에는 매뉴얼을 정해놓고 활용하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우씨가 만든 '모니터 요원 매뉴얼'이라는 제목의 경공모 내부 문서에는 '반드시 보안 USB 안에 깔린 텔레그램과 크롬 브라우저를 이용할 것', '텔레그램을 포함해 화면을 캡처하는 등 어떤 방식으로든 흔적을 남겨서는 안 됨'이라는 주의사항과 작업 방법 등이 담겼다.

구체적으로는 네이버 뉴스의 정치·경제 메인뉴스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거나 더불어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의 이름을 검색해 '작업'에 들어갈 기사를 선별한 뒤 텔레그램 채팅방에 공유하고 댓글수 조작에 들어갈 것을 지시했다. 이른바 좌표를 찍는 것이다. 

이들은 오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1시간 간격으로 위와 같은 '모니터링' 작업을 할 회원의 순서를 정하는 시간표를 만들어 공유하고 일주일 간격으로 삭제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뉴스1이 입수한 '모니터 요원 매뉴얼'이라는 제목의 경공모 내부 문서 중 일부. © News1
뉴스1이 입수한 '모니터 요원 매뉴얼'이라는 제목의 경공모 내부 문서 중 일부. © News1

이들은 나아가 자신들이 입수한 매크로와 회원들로부터 받은 네이버 아이디 614개를 이용, 현 정부의 결정에 반대하는 내용의 네이버 기사 댓글 공감 추천 순위를 조작하기로 했다. 이들은 지난 1월17일 밤 10시2분쯤부터 18일 새벽 2시45분쯤까지 경공모 사무실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의 공감 추천 순위를 조작했다가 결국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한편 김씨 등이 댓글 조작의 근거지로 삼은 출판사는 한국산업단지공단과 입주계약도 맺지 않은 채 경기 파주출판단지에 불법으로 입주한 '유령 회사'였다. 지난 2010년부터 영업을 시작했지만 이 회사에서 펴낸 책은 한 권도 없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3부(부장검사 이진동)는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혐의로 17일 김씨 등 3명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구속기간 만료에 따라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기사조작 혐의만 재판에 넘긴 뒤, 향후 경찰의 수사결과를 송치받아 추가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출판사와 경공모 운영비의 자금 출처를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기존 2개팀 13명에 2개 수사팀 12명과 서울청 지능범죄수사대 범죄수익추적수사팀 5명도 추가 투입하는 한편, 김씨 등 피의자 5명의 15개 계좌를 임의제출 받아 정밀분석을 하고 있다.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신청할 예정이다.


m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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