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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진실공방' 정봉주 고소취하 왜?…'무고죄' 가능성도

"고소 앞서 사실관계 확인했어야" 지적 나와
피해자 주장 여인과 맞고소한 프레시안 주장에 힘

(서울=뉴스1) 전민 기자 | 2018-03-28 11:40 송고
정봉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중랑구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고소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2018.3.22/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정봉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중랑구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고소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2018.3.22/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보도한 기자를 고소했던 정봉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이 카드내역을 확인하고 돌연 고소를 취하하면서 진실공방은 새 국면을 맞았다.

고의성은 없다고 밝혔지만 정 전 의원이 자신이 주장한 알리바이가 잘못됐음을 시인하면서 정 전 의원을 맞고소했던 프레시안과 피해자 A씨의 주장이 힘을 얻게 됐다.
정 전 의원은 28일 보도자료를 배포해 "27일 오후 제 스스로 2011년 12월23일 오후 6시43분쯤 서울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서 결제한 내역을 찾아냈다"며 고소를 취소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저와 변호인단은 기억이 아니라 사진이라는 기록으로 결백을 입증할 수 있다고 자신했던 만큼, 결제내역이라는 명백한 기록이 당일 렉싱턴 호텔 방문을 증거하고 있는 이상, 이를 스스로 공개하는 것만이 이 모든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모든 책임을 지는 길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직접 나서서 결제내역을 확보했고 이를 제 눈으로 확인한 이상 모두 변명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면서 "기억이 없는 것도 제 자신의 불찰이라 판단해 프레시안 기자들에 대한 고소를 모두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날 정 전 의원은 성추행 의혹을 시인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피해를 폭로했던 A씨가 전날 가졌던 기자회견에서 오후 5시쯤 렉싱턴호텔에서 정 전 의원을 만났다는 주장이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갖게 됐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정 전 의원이 명예훼손 고소에 앞서 신중하지 못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 전 의원이 2011년 12월23일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상태에서 무고함을 입증하려면 카드 사용내역은 확인을 거친 뒤 고소여부를 결정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진녕 법무법인 이경 변호사는 "피해 여성의 진술은 상대적으로 일관되고 구체적인 것에 반해, 정 전 의원의 진술은 이번 고소취하를 포함해 여러번 바뀌고 있다"면서 "무책임한 고소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는 "진위판단을 해야 하니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법적 조치를 할 수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행적을 돌아보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피해사실이 폭로됐을 때 폭로한 사람의 의도를 의심하기보다는 기억을 복구해야 하는 일이 선행됐어야 했다"면서 "많은 지지자가 있는 공인으로서 적절치 못했던 대처"라고 밝혔다.
정봉주 전 의원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MB)의 BBK 관련 의혹 제기로 기소됐던 사건에 대해 무죄를 주장하며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2018.3.27/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정봉주 전 의원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MB)의 BBK 관련 의혹 제기로 기소됐던 사건에 대해 무죄를 주장하며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2018.3.27/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정 전 의원의 고소취하가 프레시안의 '명예훼손 맞고소' 사건 수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나아가 수사기관의 판단에 따라 무고죄 수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재련 변호사는 "정 전 의원의 카드내역이 확인됨에 따라서 정 전의원이 주장한 알리바이는 틀린 셈이 됐고 프레시안과 피해자가 주장한 알리바이가 증명됐다고 할 수 있다"면서 "프레시안의 고소 건에 증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진녕 변호사는 "프레시안의 '명예훼손 맞고소'는 합의할 경우 반의사불벌죄로 처벌되지 않을 수는 있다"면서 "다만 수사기관의 판단에 따라 무고에 대한 수사가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정 전 의원은 "유리한 증거가 많이 있다는 생각에 덮고 가고 싶은 유혹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밝힌 것을 두고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언뜻 양심선언을 한 것으로 비칠 수 있지만 정 전 의원이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바라보는 인식이 처음부터 잘못됐을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정 전 의원의 이같은 해명은 향후 수사과정에서 증거인멸 가능성에 대해서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번 사건으로 '미투' 피해자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재련 변호사는 "미투 피해자가 얼굴을 드러내건 드러내지 않건, 지목된 사람은 피해자를 공격하고 의심하며 2차가해를 하기 전에 자기 행적을 돌아봤으면 좋겠다"면서 "사실확인 없이 반격부터 하게 되면 미투는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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