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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개헌안쟁점② 국회 총리추천제는 유사 내각제일까?

국회 총리추천·선출은 전형적 '의원내각제' 요소
총리추천제·책임총리제 맞물리면 대통령제 붕괴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2018-03-28 06:20 송고 | 2018-03-28 10:10 최종수정
여·야 3당 원내대표 등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개헌논의를 위한 여야 3당 회동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8.3.27/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여·야 3당 원내대표 등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개헌논의를 위한 여야 3당 회동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8.3.27/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26일 정부개헌안이 발의되자 야권은 정부개헌안에서 대통령 권한 분산 내용이 충분히 담기지 않았다며 국회의 총리추천제를 개헌안에 담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총리추천제가 '유사 내각제'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청와대 측도 조국 수석이 직접 나서 "(국무총리를)국회에서 선출·추천할 경우 대통령과 총리 사이에 긴장관계가 형성된다"며 "지금도 총리 임명에 국회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대통령과 국회 사이에는 균형과 견제의 원리가 작동한다"며 총리추천제 불수용 입장을 밝혔다. 

◇ 野4당 주장하는 국회 총리추천제는 의원 내각제?

국회 총리추천제는 말 그대로 국회가 대통령에게 총리를 추천하고 대통령은 형식적인 임명권을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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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은 현재까지 국회가 국무총리 추천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할 뿐 어떤 방식으로 국무총리를 추천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야권은 정부개헌안이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 분산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통령 권한에 대한 견제 차원에서 국회가 총리추천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청와대 측이 야권의 국회 총리추천제 불수용 입장을 밝히자 야권은 "권력분산 의지가 없다"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여당과 청와대는 국회의 국무총리추천권은 대통령제와 양립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국회가 총리추천권을 행사하게 될 경우 대통령제에서 의원내각제로 정부형태가 변경돼 더 이상 '대통령제'로 볼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야권의 요구대로 국회 총리추천권 또는 선출권이 인정되면 대통령제가 아닌 사실상 의원내각제를 도입하는 것과 같다는 얘기다.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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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과 청와대가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는 간명하다. 국회의 총리추천권과 선출권은 전형적인 의원내각제(의회정부제)에서의 국회 권한이다. 

국무총리제는 본래 대통령제 시스템이 아닌 의원내각제의 정치 시스템이다. 우리의 국무총리는 의회정부 국가의 '수상'에 해당한다. 미국과 같은 순수 대통령제에서는 국무총리가 아닌 '부통령'을 두고 있다는 점과 의회정부제 국가들이 총리(수상)을 두고 있다는 점을 통해서도 이를 알 수 있다. 

대통령제 정부형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국무총리제가 도입된 이유는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제헌 헌법 제정 당시 대통령제 정부형태를 원했던 이승만 대통령 측과 순수 의원 내각제를 원했던 한국 민주당과의 정치적 타협에 의해 대통령제에 총리를 두기로 해 이른바 '의원내각제적 대통령제'가 한국형 정부형태로 자리잡게 됐다. 

이승만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대통령제를 정부형태로 채택하면서 일종의 정치적 양보의 의미로 내각제 요소인 국무총리와 국무원(현 국무회의)를 통치구조에 편입시켜 대통령제에 의원내각제적 요소를 가미한 한국형 대통령제를 만들게 된 것이다. 

서로 다른 정부형태의 요소인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오랜 시간 병존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간명하다. 의원내각제적 요소인 총리제도를 대통령제에 적합하게 변형시켰기 때문이다. 

'총리'에 대한 인사권을 의회에 주지 않고 대통령이 행사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대통령제화 된 총리제도'가 만들어졌고, 이를 통해 의원내각제적 요소인 총리를 두고도 대통령제 정부형태를 유지할 수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야권이 의원내각제적 요소인 국무총리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하게 되면 국무총리는 순수 의회정부제도의 '수상'과 다름없게 된다.

특히 행정에 관한 실권을 갖는 '책임총리제'가 구현될 경우 대통령의 권한이 축소돼 사실상 대통령제로 보기 어려운 정부형태가 나타나게 된다.

여당과 청와대 측 주장처럼 '유사내각제' 또는 대통령제의 존속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 정부개헌안 + 국회 총리추천제 + 책임총리제 = "대통령제는 아니다"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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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 관련 조항을 손질한 정부개헌안과 야권이 주장하는 총리추천제 또는 국회총리선출제 그리고 총리가 '실권'을 행사하는 책임총리제가 맞물릴 경우 '혼합정부제(이원정부제)'로 정부형태가 변경된다. 

다수 헌법전문가들은 국회의 총리추천제 또는 총리선출제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사실상 프랑스식 혼합정부제(이원정부제)로 정부형태가 변경되는 셈이라고 설명한다.

정부개헌안이 대통령 4년 연임제를 정부형태로 채택했지만 국회 총리추천제를 받아들이게 되면 사실상 '혼합정부제' 더 나아가 허울뿐인 대통령이 존재하는 '의회정부제'의 정부형태가 등장하게 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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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합정부제는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가 혼재돼 있는 정부형태다. 국회 다수당과 대통령의 소속 정당이 일치할 때는 대통령제의 성격을 띠며, 대통령이 국회 다수당과 다른 정파 소속으로 총리(수상)가 실권을 행사하게 될 경우에는 의원내각제적 요소가 강해진다. 

임지봉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의 총리선출 또는 추천은 의원내각제적 요소"라며 "혼합정부제(이원정부제)도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가 혼합된 형태이기 때문에 국회의 총리 추천 또는 선출은 의원내각제적이면서 동시에 혼합정부제적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국회의 총리추천 또는 선출제는 대통령제 정부형태 요소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정부개헌안이 현행 헌법 제 86조 2항이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해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고 정하고 있는 것을 개정해 '대통령의 명을 받아' 부분을 삭제했다.

개정 헌법에 따라 국회가 추천 또는 선출한 총리가 행정 각부 통할의 '실권'을 갖게 되면 대통령의 권한은 외교, 국방 등 외치에 국한된다.

이 경우 대통령은 외교, 국방 등 외치만을 담당하고 총리(수상)이 내치를 전담하는 혼합정부(이원정부제)와 다름없게 된다.

또 현행 헌법 82조와 정부개헌안 86조는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써 하며, 이 문서에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한다. 군사에 관한 것 또한 같다"고 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과 다른 정파 소속 총리가 실권을 장악하고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대통령은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허수아비'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의원내각제적 성격이 강한  '동거정부(cohabitation)'에 따른 정국불안을 감수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야권의 총리추천제 또는 총리선출제 요구가 수용될 경우 정부개헌안이 채택한 대통령제 정부형태의 변경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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