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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르는 힘만으로 전기분극 자유자재 조절 …IBS

(대전ㆍ충남=뉴스1) 김태진 기자 | 2018-03-21 13:45 송고
SPM 탐침의 압력을 이용한 비스무스철산화물의 분극 제어© News1
SPM 탐침의 압력을 이용한 비스무스철산화물의 분극 제어© News1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김두철)은 강상관계 물질 연구단(단장 노태원) 등이 물질이 휘어졌을 때 전기장이 발생하는 변전효과를 이용해 강유전체의 수평 방향 분극을 제어하는데 성공했다고 21일 밝혔다.

외부에 전기장을 가하지 않아도 변전효과를 통해 전기분극을 자유 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발견한 것이다.
강유전체는 전기적으로는 절연체인 유전체의 일종으로서, 특수한 물리적 성질을 가진 물질이다.

강유전체는 축전기, 가스라이터, 가스레인지, 가스온수기, 전화기, 스피커, 마이크로파 공진기, 적외선 감지기 등에 사용되는 센서의 핵심재료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으며, 특히 전압을 걸지 않아도 스스로 자기를 띠어 기억을 보존하는 F램의 핵심소재이다.

압전효과는 물질의 크기와 상관 없이 외부에서 균일한 힘을 가했을 때 물질 내부에 전기 분극이 생기면서 전기장이 유도되는 현상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전자기기에는 압전효과를 이용한 소자들이 들어 있어 시장 규모가 전 세계적으로 한 해 수십조 원에 이른다.

스마트폰 내부에는 다양한 소자들이 들어 있다. 이 중 많은 소자들은 압전효과로 전기장을 유도한다. 압전체로 분류되는 물질들에 한 쪽 방향으로 균일한 힘을 가하면 전하들의 분포가 바뀌며 전기장이 유도되는 원리다.

그러나 현재 산업 전반에 활용되고 있는 레드-지르코늄-타이타네이트(PbZrxTi1-xO3)와 같은 압전체 물질들은 납 등의 유해한 물질이 있어 앞으로 대체 물질을 찾거나 개발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압전효과와 다르게 변전효과는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균일하지 않은 힘이 가해져 물질이 휘어졌을 때 물질 내부에 전기적 분극이 발생하는 변전효과가 고체에서 너무 작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딱딱한 고체에 힘을 가하면 휘어지기보단 부서지는 바람에 연구는 유연한 물질에 국한되어 왔다. 그러던 중 2011년 연구진이 물질이 나노미터 크기로 작아질 경우 매우 큰 변전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뒤 이에 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연구팀은 나노미터 단위에서는 변전효과가 압전효과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강유전체인 비스무스산화철(BiFeO3)을 실험에 적용했다.

비스무스산화철은 8가지 방향의 전기적 분극을 가지면서 자기적 성질과 탄성도를 모두 지녀 최근 차세대 메모리 소자의 신소재로 관심 받고 있다.

연구팀은 우선 비스무스산화철을 나노박막 형태로 증착한 뒤 주사탐침현미경(SPM)의 탐침(Tip)으로 나노박막에 힘을 가하며 박막 내부의 분극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아주 얇고 뾰족한 탐침으로 나노박막을 누르며 움직이면 탐침의 이동 방향에 따라 비스무스산화철 내부의 분극 방향(180。, 71。)을 선택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탐침이 지나가는 방향에 따라 강유전체 내부 분극 방향이 전환되는 현상을 ‘후행 변전장(Trailing Flexoeletric Field)’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정립했다.

이후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대학교의 첸(L. Q. Chen) 교수와 함께 위상장 시뮬레이션 기법(Phase Field Simulation)으로 실험 결과를 이론적으로 입증하는데 성공했다.

위상장 시뮬레이션 기법은 란다우 긴즈버그 데본샤이어 시간의존 미분방정식으로 강유전체의 분극 등 물리적 변수가 자극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전개되는지 볼 수 있는 시뮬레이션 기법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세계 최초로 변전효과를 이용해 강유전체의 수평 방향 분극을 선택적으로 제어하면서 위-아래 한쪽 방향으로만 제어가 가능했던 기존 연구의 한계를 극복했다.

공동 교신저자인 숙명여대 양상모 교수는 “고체 중 압전효과를 가지는 물질 그룹은 20개인데 반해 변전효과는 32개 그룹 전체에 나타날 수 있어 적용범위가 매우 넓다”며 “작아질수록 전기장 유도효과가 커지는 성질을 이용한다면 초소형 소자 개발이나 기계적 힘을 이용하는 새로운 방식의 강유전체 메모리 소자 제작에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나노 기술 분야의 세계 최고 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 지난 12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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