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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서울시장 출신 첫 검찰소환…"MB에 배신감 느낀다"

재직시 청계천 복원·대중교통개편 추진력 호평
공사구별 모호·시장시절 측근 줄줄이 비리 연루

(서울=뉴스1) 장우성 기자, 전준우 기자, 이헌일 기자 | 2018-03-14 16:51 송고 | 2018-03-14 16:57 최종수정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6년 6월 서울시장 이임식날 원세훈 전 국정원장(오른쪽 두번째)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News1

14일 뇌물수수·횡령 혐의 피의자로 검찰 포토라인에 선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선 서울시장 출신 중 처음으로 검찰에 소환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관선 시절인 1988년 염보현 전 시장이 뇌물수수 사건으로 퇴임 후 구속까지 된 적이 있지만, 1995년 민선 서울시장 선출 이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최초다.

서울시 안에서는 2002~2006년 서울시장을 지낸 이 전 대통령이 검찰 소환에 이어 구속까지 걱정할 위기에 처하자 씁쓸한 분위기가 감돈다.

서울시 공무원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시장 재임시절 청계천 복원, 버스·지하철 대중교통체계 개편에서 보여준 추진력은 여전히 높이 산다. 학자인 조순 전 시장과 관선시장을 지냈던 고건 전 시장에 견줘 기업인 출신으로 서울시에 진정한 '민선 행정풍토'를 만들었다는 평가도 받는다.

특히 예산절감에 신경을 써 "보고를 받다 잠깐 졸다가도 예산 이야기만 나오면 눈이 번쩍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자신의 관심사는 꼼꼼하게 챙기지만 나머지는 공무원 재량에 맡기는 용병술도 호평을 얻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은 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 대중교통체계 개편 등 굵직한 사업을 추진하면서 현장성을 굉장히 강조했다"며 "보고할 때면 항상 하는 말이 '가봤어?'였다"고 회상했다.

다만 공과 사의 구별이 모호했다는 지적이다. 당시 서울시에서 함께 근무했던 측근들도 상당수 비리 의혹에 연루됐다는 점에서 현재의 모습이 예견됐던 건 아니냐는 반응을 보인다.  

서울시장 시절 공사 구별이 모호한 이 전 대통령의 사고방식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히딩크 슬리퍼 해프닝'이 꼽힌다. 서울시는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거스 히딩크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을 서울명예시민으로 위촉했다. 당시 시민증 수여행사장에 아들 이시형씨, 사위 이상주씨를 불러 기념사진을 찍게했다. 특히 이시형씨는 축구유니폼에 슬리퍼 차림으로 나타나 서울시 직원들을 당황하게 했다는 뒷얘기다. 

서울시장에 당선된 2002년에는 시청 내에서 축하예배를 열어 물의를 빚기도 했다. 2004년 한 기독교행사에서는 "수도 서울을 하나님께 바친다"는 봉헌사를 낭독해 비난을 불렀던 것도 좋은 예다. 주말 황금시간대 남산 실내테니스장을 공짜로 이용했다가 뒤늦게 600만원을 납부한 '황제테니스 사건'도 잘 알려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같은 경험 때문인지 2006년 시장 이임식 때는 "예전에는 결과만 중시했는데 서울시장을 하면서 공사구별과 과정의 중요성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대통령 재임 시절 수많은 비리 혐의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는 지경에 놓였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이임식 때는 그렇게 말씀하셨지만 실제는 제대로 깨닫지 못 했던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인 2005년 10월 청계천 개통식에서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News1

현재 구속되거나 검찰 조사를 받은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은 대부분 서울시를 거쳐간 인물들이다. 'MB서울시'에서 행정1부시장, 경영기획실장을 지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대표적이다. 원 전 원장은 MB정부 출범 후 행정안전부 장관, 국정원장을 거치며 실세 중 실세로 꼽혔으나 민간인 댓글부대 운영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번 검찰 수사에서 이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결정적 진술을 한 측근들도 서울시를 거쳐갔다. "다스는 MB 것"이라고 진술한 강경호 현 다스사장은 서울시 공기업 서울메트로 사장을 지냈다. "MB 지시로 국정원 특활비를 받았다"고 털어놓은 'MB집사'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은 서울메트로 감사를 지냈다. 두 사람은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참사 후 민자사업 특혜에 대한 의혹으로 서울시의회 증인 출석을 요구받았으나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도 했다. 국정원에서 받은 10만달러를 김윤옥 여사 측에 전달했다고 폭로한 김희중 전 청와대 부속실장은 이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수행비서로 보필한 바 있다.

검찰 수사에서 이 전 대통령 측에 거액의 뇌물을 건네고 인사청탁을 한 정황이 포착된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를 지냈다.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받는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장관은 서울시 정무국장으로서 측근 중 측근으로 꼽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 최초의 여성 행정국장으로 발탁한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횡령·직권남용 혐의로 구속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시 인맥은 대선에서 당선된 후에도 대거 중용됐다. 당시 20여명의 서울시 출신이 청와대로 파견·전출돼 'S라인'이라고 불렸다.

서울시 노조 관계자들은 이명박 시장 시절을 '암흑의 시대'로 부른다. 당시 서울시공무원노조 간부를 지낸 관계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노조를 한번도 만나주지 않았다"고 기억했다. 2004년 서울지하철노조와 서울도시철도노조는 주5일제 도입에 따른 노사 입장차로 3~4일간 파업을 벌였으나 돌아온 건 대량해고·징계사태였다. 이때 해고됐던 조합원 14명은 박원순 시장 취임 후인 2012년이 돼서야 복직했다. 당시 파업에 참여했던 서울교통공사노조 관계자는 "이명박 전 시장은 '불도저'라는 별명대로 대화를 통한 해결보다는 노조탄압을 자기의 치적으로 자랑하는 태도를 보였다"며 "노사관계가 극단적으로 악화됐던 시기"라고 기억했다. 

서울시 내에서는 이번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검찰 조사를 공직사회가 더 투명해지는 계기로 삼자는 자성도 나온다. 이 전 대통령에게 쏠리는 혐의는 구시대적 사고방식인 권력 사유화의 결과라는 지적이다. 

서울시 한 고위관계자는 "시장과 대통령으로 재직한 분으로서 지금 처지가 안타깝기도 하지만 만일 혐의가 사실이라면 공직자로서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라며 "황당하고 배신감도 느낀다"고 밝혔다. 

'뇌물수수·횡령·조세포탈'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77)이 14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 출석해 대국민 메시지를 밝히고 있다. 2018.3.14/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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