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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초점] '지금 만나러', 좀처럼 벗기 어려운 원작의 그림자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2018-03-15 08:40 송고
'지금 만나러 갑니다' 포스터 © News1
'지금 만나러 갑니다' 포스터 © News1

원작의 그림자가 너무 긴 것일까.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엇갈린 반응을 얻고 있다. 

한국판으로 개봉한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이장훈 감독)가 개봉 초반 일부 원작 팬들의 부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언론배급시사회 이후 영화에 대한 반응은 전반적으로 호의적인 편이었지만, 일본 영화의 분위기와 여운을 좋아했던 팬들은 다소 극단적이게 느껴질 정도로 엇갈린 반응을 보내는 중이다.
"또 한 편의 인생작"이라며 극찬하는 반응들이 있지만 "일본판 만큼의 감동이 없었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특히 후자는 원작과의 '비교'를 통해 이 영화를 평가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영화에 대한 평가는 저마다의 취향에 따르는 것이지만, 한국판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일본 영화와의 비교에서 나오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지난 14일 개봉한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1년 전 세상을 떠난 아내가 남편의 곁으로 다시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멜로 영화다. 이치카와 다쿠지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고, 2004년 일본에서 동명의 영화로 제작돼 국내에서 상당한 팬덤을 형성했다. 

한국판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일단 톱스타 캐스팅으로 예비 관객들의 신뢰도를 높였다. 일본판 영화에서 다케우치 유코가 맡았던 여자 주인공 역할을 손예진이, 나카무라 시도가 맡았던 남자 주인공 역을 소지섭이 맡으면서 두 사람의 첫 연인 호흡에도 기대가 쏠렸다.
손예진과 소지섭이 역할을 맡으면서 캐릭터에는 어쩔 수 없는, 혹은 의도된 변화가 생기게 됐다. 예컨대 일본판에서 다소 수동적이고 얌전했던 미오 캐릭터는 손예진이 맡으면서 털털하면서도 주도적인 인물이 됐고, 일본판에서 지능이 의심될 정도로 부족함이 가득하기만 했던 남편 타쿠미의 캐릭터는 소지섭을 통해 '훈훈한' 순정남으로 변신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영화 속 등장하는 '코미디 신'들이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한국적인 정서'가 들어갔다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장훈 감독은 이에 대해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영화가 아닌) 원작 소설 속의 유쾌한 톤을 그대로 살린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실제 일본판 영화에 비해 한국판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훨씬 상업적인 인상을 준다. 한국 영화계 흥행작의 필수 요소라 할 수 있는 '웃다가 울리는' 전개를 끌고 간다. 이를 단점으로 지적할 수는 없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시도한 코미디들은 어설프지 않으며, 대다수의 한국 관객들에게 잘 먹힐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다만, 후반부의 드라마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지적들이 많다. 일본판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다소 단조롭고 정적인 전개를 택한 대신, 갑자기 나타난 미오의 정체에 대한 미스터리를 놓치지 않는다. 또 점점 더 가족이 돼가는 부부와 아들의 감정선을 반복되는 일상을 통해 세밀하게 쌓아가는데, 이 두 가지 특징 모두 결말의 충격과 감동, 여운의 파급력을 심화시키기 위한 선택이다. 

한국판 '지금 만나러 갑니다' 결말이 다소 깊이감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많이 웃고난 후 갑자기 분위기를 전환해 슬픔에 빠지기란 쉽지 않다. 우는 아이의 얼굴을 보여주며 눈물을 흘리게 할 수는 있지만, 전반부의 웃음을 휘발시킬만큼 강한 정서로 다가오지 않는다. 일본판을 본 관객들이 이미 결말을 알고 있는 것 역시 불리한 지점이다. 

유명한, 그것도 인기가 있는 원작의 그림자를 벗어나기 어려운 것은 리메이크작의 숙명이다. 어떤 시도를 해도 비교당할 수밖에 없으며, 잘해봐야 본전이다. 한국판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비교적 리메이크를 안정적으로, 차별화 되게 해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열성 팬들이 '인생 영화'라 표현할 정도의 팬덤을 형성한 원작의 그림자를 벗어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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