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 사회 > 법원ㆍ검찰

안희정 '업무상 위력 성폭행' 수사 향방은…판례 살펴보니

물리적 저항의 강도는 중요한 요인 아냐
성범죄, 피해자 진술 토대로 제반증거와 종합

(서울=뉴스1) 김다혜 기자, 유경선 기자 | 2018-03-13 18:54 송고 | 2018-03-13 22:28 최종수정
수행비서 성폭행 의혹을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9일 오후 검찰조사를 받기위해 마포구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자진 출석하고 있다.  2018.3.9/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안희정 전 충청남도 도지사의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성폭행·추행 의혹을 검찰이 수사 중인 가운데 법조인들은 '위력이 어디까지 이르렀는지'가 법적다툼의 쟁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9일 검찰의 밤샘조사에서 안 전 지사는 "위력 등 강압에 의한 성관계는 아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반면, 고소인 김지은씨(33)는 업무상 위력의 존재를 증언하는 데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는 "위력에 의한 간음은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됐는데, 거부의사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었던 이유가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권력 차이인 경우"라며 "힘이 대등한 상태에서 합의가 있었는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형법 제303조를 보면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은 '업무·고용 기타 관계로, 보호·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해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간음하는 것'을 뜻한다.

김씨는 성폭행 주장 당시 안 전 지사의 수행·정무비서였기 때문에 고용관계에 있었다는 데엔 별다른 이견이 없다. 김씨는 안 전 지사가 도지사직을 사임하면서 자동 면직됐다. 쟁점은 후반부 문구다.

노영희 법무법인 천일 변호사는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은 강간죄보다 성립에 요구되는 강제성 정도가 훨씬 약하다"고 짚었다. 형법상 강간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강간했을 때 성립한다. 

안희정 전 충남도시사의 성폭행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 7~9일 압수수색한 서울 마포구의 오피스텔. 2018.3.8/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위력·위계 때문에 적극 거부 못한 상황 고려 

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추행사건 판례를 살펴봐도 피해자들이 어떻게, 얼마나 저항했는지는 죄 성립에 주요한 요인이 아니다. '위력·위계 때문에 적극적으로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관련 판례다. 아동복지시설 원장 유부남 A씨(37)는 2006년 신입 여직원 B씨(21)를 노래방, 원장실, 원장의 아파트에서 성추행·성폭행하거나 성폭행을 시도한 혐의를 받았다. 원장은 "합의로 이뤄진 성관계"라고 주장했다.

원장은 피해자가 시간연장을 위해 노래방 밖으로 나갔음에도 도망가거나 업주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은 점, 직접 아파트 열쇠로 문을 연 점, 맥주를 사 온 점을 근거로 댔다. 정말 강간이라면 왜 저항하지 않았느냐는 취지였다.

하지만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추행을 인정하고 위자료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성경험이 없는 B씨가 'XX를 입으로 애무하라'는 원장의 강요로 큰 충격을 받아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봤다.

또 당장 다음날 출근해 얼굴을 대해야 하는 처지에서 평소 무서워하던 원장에 의한 불이익, 실직을 우려해 도망갈 수 없었다는 피해자의 진술을 납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과정에서 원장은 고소 직후 B씨에게 잘못을 빌었고, 임신한 그 부인마저 B씨에게 "용서해달라"며 빌었던 사실도 드러났다. 원장은 '연인으로 발전 중이었다'고 했지만 사랑의 표현이 담긴 문자·전화·선물은 없었다.

다른 판례도 있다. C씨는 2002년 부하 여직원에게 어깨를 주물러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하자 그 여직원의 어깨를 주무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법은 피해자가 당시에 적극적으로 반항하지 않고 나중에 문제 삼은 점, 피해 장소·신체 부위를 고려해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판결은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피해자와 주변인들은 어깨를 주물러달라는 계속적인 회장 조카 C씨의 요구를 거절·제지하지 못해왔고, 당시 피해자가 수치심을 느꼈고 위력이 행사된 점이 인정된다는 판결이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힌 김지은씨의 법률대리인 장윤정(왼쪽)· 정혜선 변호사가 10일 오전 피해자 검찰 조사를 마친 후 서울서부지검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8.3.10/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 김씨 진술 신빙성 중요… 제반 증거와 종합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 '위력'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 충분한 세력을 뜻한다. 폭행·협박뿐 아니라 사회·경제·정치적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김지은씨는 위치상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거절"을 했으며 '성폭행' 이후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반면 안 전 지사 측은 당초 언론에 내놨던 해명에서 "합의된 관계였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수사가 필요한 대목이다.

김범한 YK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피해자가 명시적·암묵적으로 동의한 정황이 있다면 죄가 인정되기 힘들 것이고, 반대로 피해자 의사 없이 혹은 암묵적 거부 표시가 있었는데도 강행했다면 죄가 인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는 주변 인물들의 진술과 물적 증거뿐만 아니라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신빙성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판례는 "(성범죄는) 피해자의 피해 전말에 대한 증언을 토대로 범행의 전후사정에 대한 제반증거를 종합해 우리의 경험법칙에 비춰 범행이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외부에서 알기 어려운 상태에서 감행되는 것이 보통이고 피해자 외에는 물적증거나 직접 목격자의 증언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2016년 대전고등법원은 고용 관계에 있는 장애인을 성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D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자의 진술보다 '합의한 성관계였다'는 D씨의 진술이 더 믿을 만하다고 판단했다.

노래방 등에서 성추행을 당한 A씨 사건에서도 재판부는 가해자가 진술을 번복한 반면 피해자는 자신에게 불리한 정황도 솔직하게 진술한 점을 눈여겨봤다.

안 전 지사 수사와 관련, 한 변호사는 "권력의 상하관계는 어느 정도 드러난 상황이고 결국 김씨 진술의 신빙성이 제일 중요할 것 같다"며 "주변인 진술 등 당시 피해자의 심리상태를 유추할 수 있는 증거들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dh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