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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승원 "딸 한강이 진작에 나를 뛰어넘었다"

산문집 '꽃을 꺾어 집으로 돌아오다' 출간 간담회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2018-03-13 14:22 송고 | 2018-03-13 16:33 최종수정
소설가 한승원이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산문집 '꽃을 꺾어 집으로 돌아오다'(불광출판) 출간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News1

"돌아보니 나는 늘 길을 잃었다가 다시 찾는, 잃었다가 다시 찾는 일을 계속 범하고, 지금도 그러고 있었습니다. 길을 잃고 완벽하게 산다면 내가 인간일 수 없겠지요. 길을 잃고 다시 찾고 각성하는 기록이 이 책이고, 이 책이 나의 인생살이를 담은 것입니다."

소설가 한강의 아버지이자 한국문단의 원로인 한승원 작가(79)는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가진 '꽃을 꺾어 집으로 돌아오다'(불광출판)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꽃을 꺾어 집으로 돌아오다'는 한 작가의 자전적 산문집이다.
한 작가는 오랫동안 문인들로부터 존경을 받아왔다. 올해로 등단 52년을 맞은 그가 한국 문단에서 존경과 찬사를 받는 그 이유는 것은 해마다 한권 꼴로 장편소설, 중단편집, 시집, 산문집을 펴내는 놀라운 생산력에 있다는 것이 문단의 평가다.

이번 산문집 역시 작가의 성실함과 치열함이 꼿꼿하게 살아있는 채로 '아버지의 의지와 상반되는 쪽으로 황소처럼 나아가던 아들'에서 자꾸만 '슬픈 눈이 되어버리는 늙은 아비'의 시간까지 작가가 통과해온 세월을 담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이 글들은 그가 작업실로 쓰는 공간인 '땅끝 바닷가 토굴'의 소소한 일상을 담으면서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를 성찰하도록 이끈다.
한 작가는 "나는 젊어서는 수필이라든지 산문, 에세이, 이런 것들을 좀 건방지다고 할까, 잡문이라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덜떨어진 생각이었다. 나중에 살아오면서 생각해보니 산문집은 시나 소설처럼 성장하지 않고 맨살 맨몸으로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듯한 솔직한, 그야말로 신화적이고 철학적인 어떤 발언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고 산문집을 낸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딸인 한강 작가에 대한 이야기도 풀어놓았다. 한강 작가의 작품 '흰'이 올해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에 오른 것에 대해 축하받으며 그는 '흰'에 관련한 각별한 감정도 이야기했다.

"내가 그 책을 정독을 했는데, 눈물겹고 슬픈 일인데, 저희 부부가 첫딸을 하늘로 날려보냈어요. 그 아이가 요즘 태어났으면 인큐베이터에 들어갈 흔히 팔삭둥이라고 불리는 아이인데 24시간 울다가 죽었어요. 워낙 가난했던 시절이었어요. 그때 그 마나님이 '죽지 마라, 죽지 마라' 그랬던 일도 '흰'에 들어가 있더군요."

그러면서 한 작가는 "한강이 만약 그 아이가 태어나 성장했으면 자신은 태어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며 "'흰'은 흰 것에 대한 총체적인, 그리고 굉장히 신화적인 것을 바탕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신에 대한 질문보다 한강에 대한 질문 계속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기분 나쁘진 않다. 한강의 아버지로 불리는 것도 기분 좋다. 진짜 효도 받는 것"이라면서 "그 아이가 진작에 나를 뛰어넘었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효도는 아버지보다 더 잘하는 것이다. 차범근보다 차두리가 더 잘한다 생각한다. 우리 세상이 그렇게 돼야 싹수 있는 세상이겠다"고 말했다.


ungaung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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