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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전문대 #미투, 2차 피해 ‘일파만파’…”우리가 가해자 아냐”

교수 4명 '성추행' 파문에 대학·교육부·경찰 조사
"'연영과 쪽팔려' 비웃음…우릴 무너뜨리지 말라"

(서울=뉴스1) 김다혜 기자, 유경선 기자 | 2018-03-07 08:00 송고 | 2018-03-07 08:22 최종수정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쪽팔려서 연영과 이제 과잠(학과 점퍼)도 못 입네' 하면서 웃으시던 남자분들 그렇게 살지 마세요."

6일 명지전문대학 익명 커뮤니티에 자신을 연극영상과 학생이라고 밝힌 이가 적은 글이다. 그는 일부 타과 남학생들이 연영과 여학생을 집단 성폭행 피해자로 지칭하는 비속어를 쓰기도 했다며 "지금 저희 과 동기들 후배들 무너뜨리지 말아달라. 저희가 가해자가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지난달 25일 명지전문대 익명 커뮤니티에 교수진의 만연한 성추행을 고발하는 #미투 글이 게시되고 10일이 흘렀다. 대학과 교육부, 경찰은 사실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피해를 고백한 학생들에 대한 2차 피해에 특별히 유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의 없이 피해 진술서 유출…'성추행학과' 매도도"

재학생이라고 밝힌 한 글쓴이는 지난 5일 익명 커뮤니티에 "학생들의 연락처를 알아내 계속 전화하고 학교 곳곳에 깔린 카메라와 기자들이 2차 가해자"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한 매체가 재학생들이 학교에 제출한 진정서를 단독 입수해 지난 4일 보도한 것과 관련, "학교에 내려고 쓴 건데 왜 온 세상에 허락도 없이 공개하느냐"며 "학교 측에서도 공개하지 않은 자료인데 어떻게 가져간 거냐"고 지적했다. 

학교 측은 "진정서 내용은 교육부와 여성가족부 매뉴얼대로 학생 보호 차원에서 비밀로 유지해야 한다"며 "내부에선 (문서를) 내보낸 사람이 없는데 유출될 수 없는 자료가 유출돼 기사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학교 관계자는 "기자를 상대로 법적으로 이의제기를 할 예정으로 안다"고 말했다. 

교수 3명과 조교수 1명 등 연영과 남성 교수 전원이 성추행 의혹에 휩싸이면서 학과 전체가 매도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글쓴이는 "연극영상학과가 아니라 명지전문대 성추행학과 꼴"이라는 신동욱 공화당 총재의 SNS 글을 실은 기사를 지칭하며 "우리의 인권은 없느냐"고 한탄했다.

 AFP PHOTO / Bertrand GUAY
 AFP PHOTO / Bertrand GUAY

◇"수년간 묵인돼 온 횡포…봇물 터지듯 쏟아진 미투"

학생들의 증언에 따르면 연영과 내 성추행은 최소 수년간 이어져 왔다. 특정 교수는 "왕처럼 군림"하면서 지시에 따르지 않거나 전횡을 말리는 학생에겐 불이익을 줬고,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수업과 연습을 외면했다고 학생들은 전했다. 

그러다 미투 운동이 시작됐고 예술계 성폭력이 크게 대두되면서 학생들도 용기를 냈다. 첫 SNS 폭로 이후 익명 커뮤니티에는 교수로부터 성폭력을 당했거나 목격했다는 증언이 쏟아졌다. 학과 내 성폭력이 지속적으로, 만연하게, 일상적으로 행해져왔다는 내용이었다.

박중현 전 학과장에 대해서는 수년간 영상편집실로 여학생을 불러 허리와 엉덩이를 안마하게 하거나 학생에게 비비탄을 쏘는 등 지속적으로 성폭력과 성희롱, 괴롭힘을 저질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배우이기도 한 최용민 교수는 공연 뒤풀이 후 귀가하는 택시에서 학생에게 강제로 키스를 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이영택 교수와 안광옥 조교수도 성폭력을 행사하고 다른 교수의 성폭력을 묵인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학교 "사실 확인 전까지 면직 불가"…교육부·경찰도 조사

성폭력 의혹이 불거진 교수 4명은 모두 사과문을 발표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언행을 반성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들은 모두 교수 직위가 해제되고 수업에서 배제된 상태다. 일부 교수는 사표를 내기도 했다.  

대학 측은 SNS를 통해 의혹이 대두되자 기획처가 이끄는 사실조사위원회를 꾸렸다. 양성평등상담실에 별도로 접수된 신고는 성고충심의위원회가 조사 중이다. 학교 관계자는 "사표를 냈어도 사실 확인 전까지는 면직할 수 없다"고 밝혔다. 

관계 기관도 진상조사에 나섰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지난 4일 내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고소·고발은 접수되지 않았다"며 "특정인에 한정 짓지 않고 (연영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학과 학생회 등을 통해 피해자와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같은 날 교육부 역시 실태조사 방침을 발표했다. 대학이 성 비위 방지대책을 제대로 수립했는지도 점검 대상이다. 김영곤 교육부 직업교육정책관은 "대학이 축소·은폐한 의혹 등이 있을 경우 담당자도 징계하겠다"고 밝혔다.


dh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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