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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돌 3·1절…'강제징용 희생자·여성운동가' 추모 잇따라(종합)

2차 봉환 희생자 기리는 국민추모제 광화문서 열려
제주 4·3 완전해결 촉구대회…"남은 과제 청산해야"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김세현 기자 | 2018-03-01 19:19 송고
제99주년 3·1절인 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일제 강제징용 희생자 유해봉환 국민추모제에서 참가자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2018.3.1/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제99주년 3·1절인 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일제 강제징용 희생자 유해봉환 국민추모제에서 참가자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2018.3.1/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제99주년 3·1절을 맞아 1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보수단체들의 대규모 태극기 집회가 열린 가운데 그 속에서 조용히 3·1 독립운동의 항거정신을 기리고 일제에 희생된 강제징용자들을 추모하는 이들이 있었다.

이들의 3·1절 행사는 과거 식민통치 일제에 강제로 징용됐다가 희생된 33인의 유해를 봉환하는 국민추모로 시작됐다.
'3·1절 민족공동행사준비위원회(3·1절민족위원회)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북측광장에서 '일제강제징용희생자 2차 유해봉환 국민추모제'를 열었다.

이날 봉환된 일제 강제징용 희생자 33인의 유해는 99주년 3·1절을 하루 앞둔 전날(28일) 서울 김포공항을 통해 고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일본 도쿄(東京) 히가시무라야마(東村山)시 재일동포 사찰 국평사에 안치돼 있던 유해다.

이번 유해안치 및 봉안시설 지원은 '일제 강제징용희생자 유해봉환위원회'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지난해 광복절 1차 33구 봉환 이후 두 번째다. 위원회는 올해 광복절에 남은 유해를 3차로 봉환할 계획이다.
한국으로 돌아온 유해 33구는 종교의식을 겸한 안치의식을 치른 뒤 지난 1차 봉환 당시 유해가 영면해 있는 서울시립 용미리 제2묘지 '건물식 추모의 집' 내에 안치된다.

유해봉환에 나선 이찬구 겨레얼살리기국민운동본부 사무총장은 제단에 올라 유해가 담긴 함을 조심스럽게 받쳐든 뒤 희생자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강제 징용 희생자의 명복을 기렸다.

국민추도사를 맡은 이홍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는 "노동자에게 평화란 공정한 임금을 받으며 정해진 시간에 집으로 돌아가는 일상일 것"이라며 "오늘 3·1절 99주년을 맞아 강제징용된 희생자 33분이 고향으로 돌아왔다"고 운을 뗐다.

희생자 33인의 이름을 하나하나 읊은 이 총무는 "유해 송환은 상처의 치유"라고 규정하면서 "동아시아 근현대사는 상처투성이인데도 일본은 여전히 군사대국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유해 송환은 일본의 시민사회와 한국의 시민사회가 함께 이뤄냈다"면서 "이러한 연대가 국가적 이해관계로 이어져 어지러운 동북아시아의 질서를 바꿔내는 중요한 단초가 되어야 한다"고 소망했다.

이날 유해봉환식을 마친 3·1절민족위원회는 정오부터 '제99주년 3·1절 민족공동행사 기념식'을 열었다.

김삼열 독립운동유공자유족회 회장은 3·1절 기념식 대회사를 통해 "오늘 우리는 과연 일본을 비롯한 외세에 독립했느냐"고 자문하면서 "북한 핵미사일과 사드(THAAD)를 둘러싼 국제정세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어 "천만다행으로 평창동계올림픽이 바람 앞의 등불 같았던 우리 민족의 현실이 그리 어둡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면서 "올림픽 현장에서는 남과 북도 지난날의 광기와 공포를 잊을 수 있었다"며 "조국은 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회장은 "민족이 뜻과 힘을 모아 외세에 항거한 3·1 독립운동의 시대정신과 참뜻을 되살리고 올곧게 계승해야 한다"며 "남과 북이 하나가 되면 이 땅에 드리운 외세의 그림자가 걷히고 진정한 광복이 찾아올 것"이라고 전했다.

사단법인 항일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는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여성독립운동가 133인의 초상화를 전시하고 4번째 추모제를 진행했다. 2018.3.1/뉴스1© News1 김세현 기자
사단법인 항일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는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여성독립운동가 133인의 초상화를 전시하고 4번째 추모제를 진행했다. 2018.3.1/뉴스1© News1 김세현 기자

한편 이날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는 '3·1절 민회 조직위원회'가 '3·1혁명 100년 대회'를 선포하고 '1000명의 북소리 대행진'을 시작했다.

탑골공원을 출발점으로 일본 대사관과 미 대사관을 거쳐 광화문 중앙광장으로 행진한 1000여명의 풍물패는 오후 1시30분부터 광장에 모인 시민들과 함께 '3·1혁명 100년 기념식'을 열고 △3·1혁명의 민족자주정신 계승 △국민주권 선언 △남북화해를 통한 한반도 전쟁위기 종식 △평화 주권 선언 등을 골자로 한 '3·1 평화주권선언'을 제창했다.

3월1일에 담긴 또 다른 의미를 찾기도 했다. 제주 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는 이날 오후 5시 광화문 광장에서 제주 4·3사건의 희생자를 기리고 책임자의 역사적 단죄를 촉구하는 '70주년 제주 4·3 완전 해결 촉구 대회'를 진행했다.

제주 4·3사건은 지난 1947년 3월1일 당시 3·1절을 맞아 제주도 전역에 집결한 5만여 시민들이 '통일독립 전취'를 촉구하는 과정에서 경찰 발포로 6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하자 촉발된 봉기다.

이후 2000년 4·3 특별법이 시행되고 대통령 사과, 4·3재단 설립과 평화공원 건립, 국가추념일 제정 등 일부 진전이 있었지만 범국민위와 유족회의 의견을 수렴한 4·3특별법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미완으로 남아 있다.

범국민위와 유족회는 "지난해 12월19일 발의한 4·3특별법 개정안이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유족과 도민의 명예와 피해를 회복하고 가해자의 역사적 단죄 등 남은 과제를 청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날 오후 탑골공원에서는 일제에 항거해 독립운동을 전개했던 항일여성운동가에 대한 4번째 추모제도 함께 진행됐다.

추모제를 진행한 사단법인 항일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는 탑골공원 담장에 133인의 여성 독립운동가의 초상화를 전시하고 차례를 지냈다.

김희선 항일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장은 "남성 독립운동가는 1만4600명이 넘게 서훈을 받았지만 여성 독립운동가는 몇 명이 서훈을 받았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라며 "기념사업회가 현재까지 발굴한 분은 총 293명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이날 추모제에 참여한 함세웅 신부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이 떠오른다"면서 "아직까지 수면 아래 계신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몇이나 될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고 감회를 전했다. 그러면서 "모든 항일운동의 삶과 역사를 다시 재조명해 아름다운 민족사를 새로 쓰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dongchoi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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