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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관객 '국뽕'에 취하지 않았다…비인기 종목에도 열광

해외선수 경기도 '인기'…경계 사라진 평창
우리 선수 출전 안 해도 '꿀잼'…글로벌 올림픽

(강릉=뉴스1 특별취재팀) 김다혜 기자, 박주평 기자 | 2018-02-23 13:00 송고
대한민국 컬링 국가대표팀 김은정이 20일 오후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컬링 여자 예선 세션 10 미국과의 경기에서 스톤을 투구하고 있다. 2018.2.2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대한민국 컬링 국가대표팀 김은정이 20일 오후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컬링 여자 예선 세션 10 미국과의 경기에서 스톤을 투구하고 있다. 2018.2.2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한국에 '컬링 신드롬'이 불고 있다. 마법의 주문 "영미~영미영미영미"는 국민적 유행어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선 컬링, 스켈레톤 등 기존에 '비인기'로 꼽히던 종목들의 인기가 뜨거웠다. 한국 선수, 쇼트트랙 중심이었던 동계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다변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쇼트트랙이 인기 독차지? 옛말…'비인기 설움' 벗었다
22일 오전 직장인 서가원씨(37·여)는 딸, 조카, 동생, 어머니와 함께 강릉 컬링센터에서 영국과 스위스전 컬링경기를 관람했다. 서씨는 "원래는 경기 이름도 잘 몰랐는데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많이 알게 됐다"며 "아이들에게 현장을 보여주고 싶어 하루 휴가를 내고 왔다"고 말했다.

'8승 1패'란 압도적인 성적으로 준결승에 진출한 여자 컬링 국가대표팀에 대한 열기는 인터넷상에서도 뜨겁다. 누리꾼들은 연령을 불문하고 로봇청소기나 유모차를 스톤 삼아 밀고 밀대를 브룸 삼아 바닥을 쓱싹쓱싹 닦는 '클링' 영상을 찍어 올리고 있기도 하다.

서씨는 "스노보드만 해도 하프파이프, 평행대회, 슬로프스타일, 빅에어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올림픽이 한국에서 치러지다 보니 아무래도 여러 경기에 관심을 두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스켈레톤 경기 중인 한국 윤성빈 선수(CNBC 갈무리)
스켈레톤 경기 중인 한국 윤성빈 선수(CNBC 갈무리)

그동안 한국에선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을 제외한 동계 스포츠 종목은 국민적 인지도나 관심이 높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피겨 여왕 김연아의 등장으로 한번 넓어진 동계 스포츠 지형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층 확대됐다.

윤성빈 선수는 스켈레톤 금메달을 거머쥐며 새로운 영웅으로 등극했고 차준환·김하늘·최다빈 선수는 연아 키즈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원윤종·서영우 선수가 출전한 봅슬레이 2인승 경기 역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영화 '국가대표2'의 소재가 됐던 아이스하키도 국민들에게 친숙해졌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은 짧았던 합동연습에도 불구하고 한마음으로 멋진 경기를 보여줬다. 귀화 선수가 다수 활약한 남자 아이스하키 역시 격정적인 움직임과 빠른 스피드, 경쾌한 소리가 주는 쾌감을 선보였다.

다양한 경기 종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SBS, MBC, KBS 등 지상파 방송사들이 우리나라 선수가 출전한 경기나 인기종목만을 편성하는 데 대한 비판도 나온다. "3개 방송사가 같은 경기를 똑같이 중계하는 것은 전파 낭비"라며 "시청자의 볼 권리를 위해 다양한 경기를 중계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성토가 빗발쳤지만 시정되지 않았다.

22일 강원도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결승전 캐나다 대 미국의 경기에서 양팀 선수들이 몸싸움을 하고 있다. 2018.2.22/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22일 강원도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결승전 캐나다 대 미국의 경기에서 양팀 선수들이 몸싸움을 하고 있다. 2018.2.22/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우리 선수 출전 안 해도 '꿀잼'…글로벌에 익숙해진 우리

이번 올림픽에선 외국 선수들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이상화 선수와 선의의 경쟁과 우정을 보여준 일본 고다이라 나오, '헝가리 윙크남'으로 알려진 쇼트트랙 선수 산도르 류 사오린, 일본 피겨 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 하뉴 유즈루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이 출전하지 않는 경기에 대한 '직관(직접 관람)'도 많았다. 남자 아이스하키 예선전을 관람한 김모씨(27·여)는 "스웨덴과 핀란드는 각 세계랭킹 3·4위의 강팀이다. 정말 멋진 경기를 보여줬다"며 "한국과 일본처럼 인접한 양국 국민들이 펼치는 응원전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고 말했다.

직장인 강석경씨(30·여)는 "지난 10일 피겨 스케이팅 공식연습 경기를 관람했는데 나처럼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관객이 많았다"며 "선수의 국적에 상관없이 기술에 성공할 때마다 한국 관객들이 손뼉을 치고 환호하는 매너를 보여주는 게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22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딴 류 샤오린 산도르(헝가리)가 경기를 끝낸 직후 연인 엘리스 크리스티(영국)을 끌어안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22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딴 류 샤오린 산도르(헝가리)가 경기를 끝낸 직후 연인 엘리스 크리스티(영국)을 끌어안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들이 소위 '국뽕'에 매달리기보다 글로벌해졌다"며 "고다이라 나오 선수 등 외국 선수들에 관심을 갖고 직접 보고 싶어 하고 친근감을 느낀다"고 풀이했다. 임 교수는 젊은 세대의 해외 선수 경기 직관 열풍과 관련해 "스포츠 스타들과 친밀감을 느끼고 직접 소통하려는 SNS세대 특성이 반영된 것"이라고 봤다. 

세계 각국의 스포츠 선수와 팬들이 개최국인 한국에 모여들면서 글로벌 축제로서의 올림픽을 더 체감하게 됐다는 목소리도 있다. 직장인 현해리씨(29·여)는 "저녁에 강릉 시내에 가보니 치킨집, 삼겹살집에서 어울려 노는 외국인들이 많더라"며 "전세계 사람들이 모여서 흥겹게 놀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 느낌이었고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dh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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