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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만에 아들 찾은 어머니 "이제 소원 없어…기절할 정도"

이웃 처녀가 장난감 사준다며 데려가 행방불명
초로의 아들, 혹시나 하고 경찰에 요청…DNA 대조로 확인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2018-02-22 14:29 송고 | 2018-02-22 14:30 최종수정
지난해 5월 한기숙씨가 아들 최원섭씨를 그리워 하며 쓴 편지와 최원섭씨의 어릴적 사진© News1
지난해 5월 한기숙씨가 아들 최원섭씨를 그리워 하며 쓴 편지와 최원섭씨의 어릴적 사진© News1

"어제 한잠도 잘 수 없었어요. 처음 경찰이 찾았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기절할 뻔했어요."

49년만에 아들을 만나는 심정을 묻는 질문에 한기숙씨(77)는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살아 생전의 유일한 소원을 마침내 풀었으니 말문이 막혔다. 다만 아들을 빨리 만나고 싶은 마음뿐이다.
22일 오후 1시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49년만에 어머니와 아들의 상봉식이 열렸다. 기숙씨와 아들 최원섭씨(53) 모자는 1969년 서로의 손을 놓친 뒤 이날 거의 반세기만에 다시 손을 맞잡았다. 기숙씨는 아들을 찾았다는 소식을 듣고 한숨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경찰서를 찾았다. 

기숙씨 부부는 1969년 9월22일 장남 원섭씨를 잃어버렸다. 기숙씨는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그날을 바로 어제 일처럼 기억하고 있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 있던 기숙씨의 집에 이웃 처녀 박모씨가 찾아와 선물을 사주고 싶다며 원섭씨를 데리고 집을 나선 그날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그날에 대해 기숙씨는 앞선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공장에서 일한다던 20대 초반의 그 여자가 그해 9월 초부터 동네에서 하숙을 했는데 원섭이를 유난히 예뻐했다"고 말했다(본보 2017년 5월25일자 보도). 아들을 만나던 22일 당일에도 "'회사에서 보너스로 장난감을 주는데 원섭이가 직접 고르게 하고 싶다'는그 아가씨의 말을 흔쾌히 허락했다"고 그날을 기억했다. 하지만 아들은 그 후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기숙씨 부부는 박씨를 유괴범으로 신고하고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원섭씨를 찾았지만 실마리 조차 찾지 못했다. 헌번은 제주도에 비슷한 아이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걸음에 제주도로 날아갔지만 닮은 아이였지 원섭씨가 아니었다. 

아이를 잃어버린 충격은 정신적 후유증으로도 나타났다. 잠자리에 들었다가 "아이가 나를 부르는 것 같다"며 홀린 듯 현관 밖으로 뛰어나가는 기숙씨를 남편이 붙잡아 함께 흐느끼며 밤을 새운 날도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백발의 노인의 된 기숙씨의 남편(82)은 몇년 전부터 치매증상을 보이기 시작했지만 사무치게 그리운 아들의 이름을 잊지 않기 위해 하루에도 몇번씩 아들의 이름을 불렀다. 기숙씨는 무작정 "원섭이네 집에 가자"며 집을 나서려는 남편을 몇번이나 붙잡아 세우기도 했다.

이런 사정을 모른 원섭씨는 반세기가 지나는 동안 친부모가 자신을 버린 줄 알고 살아왔다. 성도 자신을 입양한 부모로부터 새로 받았고 전혀 다른 이름으로 살아왔다. 그러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과 친부모에 대한 그리움에 시달리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난해 7월 경찰에 신고를 했다. 

신고를 접수한 서초경찰서는 '실종아동 프로파일링 시스템'을 이용해 장기미제 실종아동 사건을 대조 검색했으며 원섭씨와 귀모양이 비슷한 실종아동 사진을 발견해 기숙씨와의 DNA 대조를 요청했다. 

마침내 21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DNA가 일치한다는 결과를 통보받은 경찰은 바로 기숙씨에게 전화를 걸었고, 전화를 받은 기숙씨는 말을 잊지 못했다. 

이날 서초경찰서에서 열린 상봉식은 아들 원섭씨의 요구로 비공개로 진행됐다. 병환이 깊은 원섭씨의 아버지는 함께 하지 못했다. 

한기숙씨(오른쪽)와 최원섭씨의 숙부가 서초경찰서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야기 하고 있다© News1
한기숙씨(오른쪽)와 최원섭씨의 숙부가 서초경찰서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야기 하고 있다©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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