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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마약과의 전쟁' 뒤엔 영국이 있다

英정부, 두테르테 정부에 감시장치 판매 논란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2018-02-21 17:52 송고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자료사진> © AFP=뉴스1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자료사진> © AFP=뉴스1

영국 정부가 자국 법률 위반 소지에도 불구하고 필리핀 정부 '마약과의 유혈전쟁'에 쓰일 감시 장치를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필리핀 두테르테 정부에 15만파운드(2억2500만원) 규모의 고성능 감시 장치를 판매했다. 영국 정부가 판매한 감시 장치에는 음성통화와 메시지를 도청하는 데 사용되는 'IMSI'를 비롯해 전화와 인터넷 활동을 감시하는 도구가 포함됐다.
무기수출통제위원회 소속 로이드 러셀 모이얼 노동당 의원은 "영국 정부는 두테르테 정부가 수천명의 필리핀인을 학살할 수 있도록 했다"며 "이 슬픈 사례는 우리의 무기 수출 통제 체제가 깨져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영국 법률은 내부 억압에 사용될 위험이 있는 경우 정부가 무기 수출을 허가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필리핀에 무기를 수출한 것은 해당 법률을 어긴 것으로 보인다고 더가디언은 지적했다.

이 같은 사실은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약과의 유혈전쟁 중 반인륜적 범죄를 저질렀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발표한 지 불과 몇 주 만에 나온 사실이다.
앞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레이날도 파로지녹 오자미즈시(市) 시장 등 밀수와 마약 거래 혐의를 받는 정치인 최소 2명에 대해 도청을 승인했다. 파로지녹 시장을 비롯한 14명은 지난해 7월 자신의 집을 급습한 경찰에게 사살됐다.  

영국 정부는 이 외에도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 바레인, 이집트에도 스파이웨어 프로그램을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영국 무역 당국은 "우리 정부는 수출에 대한 책임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에 따르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두테르테 정부가 들어선 이래로 적어도 1만2000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필리핀 정부는 3900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seung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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