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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加 日 다빼고 왜 한국만"…철강, 미중 전쟁 휘말렸다

12개국 선정기준 밝히지 않은 채 미국 우호국가 제외
중국이 주도하는 세계 철강 시장 공급과잉 '견제구'

(세종=뉴스1) 한종수 기자, 이철 기자 | 2018-02-18 13:53 송고 | 2018-02-18 21:23 최종수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미국 상무부가 한국을 비롯한 12개국을 수입 철강 고율관세 부과 대상으로 지목한 것은 중국 철강산업 견제를 위한 노림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중 간 벌어지는 통상전쟁에 한국이 휘말린 것이라는 의미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보고서 중 한국과 중국을 지목한 수입 규제 방안은 3가지 제시안 중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특정 12개국에 53%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이다. 대상국은 브라질·중국·코스타리카·이집트·인도·말레이시아·한국·러시아·남아공·태국·터키·베트남 등이다. 
미국과 통상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국이 포함돼 있고, 나머지 국가들도 중국의 저가 철강수출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됐다는 미국의 시각이 반영됐다. 

한국 역시 중국철강을 '우회수출'하는 나라로 지목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문재인 대통령과 첫 한·미 정상회담 후 백악관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

그는 "중국산 덤핑 철강제품의 수입을 한국이 금지해야 한다고 문 대통령에게 말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미국철강협회(American Iron Steel Institute)의 입장과 같다. 미 철강협회는 지난해 5월 미 상무부에 보낸 서한에서 "한국은 중국산 냉연강판을 수입해 강관을 만들어 미국에 밀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조사 과정에서도 미국 철강업체들은 한국 철강업체가 중국산 강판을 강관으로 가공해 미국에 덤핑 판매했다고 주장했다. 

사실 미국의 철강 규제 주요 타깃은 한국이 아닌 중국이다. 미국이 232조로 불리는 철강 안보 조사에 돌입한 발단 역시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중국으로 인해 자국의 철강 산업 피해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을 포함한 12개 대상국은 중국과 미국 간 벌이는 통상 갈등에 휘말렸다고 봐야 한다"며 "미국과 전통적인 우방인 국가들은 노골적으로 제외했고 중국을 겨냥한 측면이 매우 강하다"라고 분석했다. 

미 상무부는 철강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12개국 선정 기준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미국에 철강수출을 많이 하는 국가들로 볼 여지도 있지만 보고서 결과를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 철강을 가장 많이 수출한 상위 20개 국가는 지난해 기준 캐나다, 브라질, 한국, 멕시코, 러시아, 터키, 일본, 독일, 대만, 인도, 중국, 베트남, 네덜란드, 이탈리아 순이다. 

미국 측이 자국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 독일, 대만, 영국 등은 제외했다. 특히 캐나다는 대미 철강 수출 1위인데도 12개국에 포함되지 않았다. 

우리 정부 역시 미 상무부의 이러한 정책 제안에 대해 미-중 간 통상 다툼에 휘말렸다고 봤다. 정부 한 관계자는 "12개 대상국은 중국산 철강을 많이 수입하는 국가들이라는 점에서 (미중 통상전쟁) 영향이 없다고 할 순 없다"고 말했다.

실제 보고서는 중국이 주도하는 세계 시장의 철강 공급과잉을 미국 경제를 약화하는 원인으로 지목하고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철강 수입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4월 11일까지 상무부가 제안한 3가지 수입규제 중 어떤 방안을 적용할지 최종 결정할 예정이며, 정부는 최종 결정 전까지 최대한 미국을 설득할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무역확장법 232조가 발동되면 우리나라 철강업체가 미국에 수출하는 제품에는 즉각적으로 고율의 관세가 부과된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 박사는 "EU(유럽연합)의 경우 관세를 높이면 무역 보복을 하겠다고 맞불을 놓기도 했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도 독일 등 EU 국가들에까지 관세를 강화하기엔 부담이 컸을 것"이라며 "미국이 최근 무역 정책을 전반적으로 재정비하면서 한국이 여러 산업군에서 견제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는데 그만큼 한국이 미국 기업과 경쟁하는 제품이 많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jep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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