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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 기로' 車·조선·타이어, 산업계 구조조정 '소용돌이'

GM, 한국지엠 15만명 일자리 걸고 철수 압박
금호타이어·STX·성동조선도 고용·지역경제 파장 커

(서울=뉴스1) 오상헌 기자 | 2018-02-18 06:30 송고 | 2018-02-18 08:11 최종수정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결정 다음날인 14일 전북 군산시 한국지엠 군산공장 인근 상가에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한국지엠 군산공장은 경영난을 이유로 5월말까지 군산공장을 폐쇄하고 직원 2천여명을 구조조정 할 것이라고 밝혔다.2018.2.14/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결정 다음날인 14일 전북 군산시 한국지엠 군산공장 인근 상가에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한국지엠 군산공장은 경영난을 이유로 5월말까지 군산공장을 폐쇄하고 직원 2천여명을 구조조정 할 것이라고 밝혔다.2018.2.14/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국내 완성차와 타이어·조선업체 부실로 문재인 정부 구조조정 정책이 첫 시험대에 올랐다. 생사의 기로에 선 한국지엠(군산)과 금호타이어(광주), STX조선(진해)·성동조선해양(통영)은 광주·경남·전북에 본사와 생산 기지 등을 두고 지역 경제를 떠받쳐 온 대표적인 제조업체다.

부실 처리 방향에 따라 수십만명의 고용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넉달 앞으로 다가온 6월 지방선거에 미칠 파장도 적지 않다. 이런 이유로 산업계에선 새 정부가 강도 높은 자구안을 전제로 기업을 살리는 쪽에 방점을 찍고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우선 나온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산업 정책을 총괄하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재무적 관점 외에 산업적 측면을 두루 고려하겠다고 수차례 밝혀 온 만큼 범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판단을 거친 후 구조조정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GM "철수" 배수진, 한국지엠 벼랑끝…STX·성동조선 갈림길

18일 정부 부처와 산업계에 따르면, 연휴가 끝나는 이번 주부터 한국지엠(GM)과 STX·성동조선해양 구조조정이 본격화한다. 한국지엠은 부실 정도를 가늠하고 지원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실사 논의가 당장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엠 대주주인 미국 완성차업체 GM(제네럴모터스)은 정부의 재정 지원과 2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유상증자 참여(약 5000억원) 등을 요청한 상태다. 지난 13일에는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를 공식화했다.

배리 앵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군산공장 폐쇄 결정 후 "경영 정상화와 관련해 2월 말까지 '다음 단계'에 대한 중대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달 말까지 협상 시한을 제시하고 진전이 없다면 창원·부평 공장에 대해서도 모종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압박이다. 산업은행은 한국지엠 실사를 위해 명절 연휴에도 GM 측과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산이냐 회생이냐의 갈림길에 선 중견조선사들의 운명도 연휴 이후 가닥이 잡힌다. STX조선과 성동조선의 경영 컨설팅을 맡은 삼정KPMG는 조만간 정부와 채권단에 최종 보고서를 전달한다. 두 조선사는 지난해 11월 EY한영회계법인의 실사 평가에선 청산 가치가 존속 가치보다 높아 퇴출 가능성이 컸다. 정부는 그러나 국내 조선산업의 경쟁력과 고용, 지역경제 문제를 감안해 정밀 진단 결과를 다시 받아보고 처리 방향을 결정하기로 했다.  

산업은행 주도로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는 금호타이어도 이달 노조의 자구안 동의 여부가 최대 관건이다. 자구 노력 여하에 따라 3자 매각과 독자 정상화, P플랜 등 구조조정의 여러 갈래 길에서 운명이 좌우된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1월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소공원에서 '2018 금속노조 신년투쟁 선포식'을 마친 뒤 행진을 하고 있다. 2018.1.24/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전국금속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1월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소공원에서 '2018 금속노조 신년투쟁 선포식'을 마친 뒤 행진을 하고 있다. 2018.1.24/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산업 측면' 고려, 文정부 시험대…6월선거 코앞 '고용·지역경제' 변수  

정부는 이전 박근혜 정권에서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을 하면서 호된 곤욕을 치렀다. 대우조선 회생 지원은 '대마불사(大馬不死)' 논란을 낳았다. 한진해운 파산 결정은 해운산업 경쟁력을 도외시한 오판이란 비판을 받았다.    

새 정부는 또 다시 시험대에 서게 됐다. 산업계에선 한국지엠과 금호타이어, STX·성동조선 부실 처리가 이전 정부의 구조조정 사례에 못지않은 난제 중에 난제가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여러 이해관계자와 수십만명의 일자리가 걸려 있고, 지역경제나 전후방 연관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산한 한국지엠·협력사 고용 인원만 15만6000명(2016년 기준)이다.

한국지엠 구조조정은 특히 대주주인 GM과 지원 여부와 분담액 등을 두고 양보없는 협상이 예고돼 있다. "'구조조정의 달인'인 GM과의 협상이 쉽지 않을 것"(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이란 말이 나온다. 

노조도 설득해야 한다. 정부와 GM이 지원을 결정하더라도 한국 자동차산업의 고질인 '고비용-저생산성' 구조를 바꾸지 않고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한국지엠 경영 정상화 지원 시 부실 책임을 대주주인 외국기업(GM)에 묻지 않고 '국민 혈세'를 투입했다는 논란이 일 가능성도 있다. 당장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구조조정 방향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어느 하나 쉬이 넘길 수 없는 허들이다.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지엠 사태의 경우 정부가 먼저 GM과 진정성 있는 논의의 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부실 원인을 무엇인지, 일시적 경영 위기인지 만성 위기인지를 제대로 짚어본 후 구체적인 회생 플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bbor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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