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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돈꽃' PD "기존 주말극과 다른 연출…모험 과했나 불안"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2018-02-15 09:09 송고
MBC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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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호평 속에 종영한 MBC 토요드라마 '돈꽃'은 배우들 보다 연출자인 PD에 대한 궁금증을 남긴 작품이었다. 제작발표회 당시 "새로운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호언했던 PD는 '돈꽃'으로 입봉하는 김희원 PD였다. 주말드라마의 전형성과 통념을 깨고 새로운 드라마를 선보이겠다는 각오는 현실로 이뤄졌고 '돈꽃'은 20회에서 20%대 시청률을 돌파, 마지막회가 23.9%의 자체최고시청률을 경신하는 기록까지 세웠다. 출생의 비밀, 복수라는 소재로 인한 막장 우려를 보기 좋게 넘어선 것은 물론, 완성도와 시청률을 다잡으며 '돈꽃'이라는 명품 드라마를 남긴 김희원 PD를 만나 지난 촬영 과정을 함께 돌이켰다.

김희원 PD는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신사옥에서 진행된 '돈꽃' 관련 종영 인터뷰에서 이번 드라마의 성공을 모두 배우와 제작진에게 돌렸다. 그는 "이 드라마에선 정말 제 공이 별로 없다"면서 "제가 한 가지 잘한 것은 각 분야에서 실력이 뛰어난 제작진과 연기력에 있어서 최고의 배우들을 모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음악도 음악감독님이, 촬영도 촬영감독님이 하시는 것이다. 연출이 놓치고 가는 부분을 각자 분야에서 판단해주면서 연출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배우들은 저보다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더 잘 안다. 연기를 제가 대신 해줄 수도 없지 않나. 그분들을 존중해드린 것 밖엔 한 것이 없다"고 전하며 진심으로 이들에게 고마워했다.
MBC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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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꽃'이 호평 받은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주말드라마 답지 않은 높은 퀄리티와 세심한 연출력이 많은 극찬을 받았다. 영상미부터 음악까지, 배우들의 폭발적인 연기력과 조화를 이루면서 완성도 높은 드라마가 탄생했다는 호평을 받은 것. 호흡이 긴 장면들도 더러 등장했지만 침묵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각 인물의 심리와 드라마 속 공기에 빠져들게 만드는 흡입력이 대단했다. 클로즈업 샷에 가득 찬 배우의 표정과 느릿한 감정의 흐름에 몰입도도 더욱 높아졌다. 요즘 드라마의 템포가 빠르고 시청자들 역시 빠른 호흡의 편집을 선호한다는 걸 감안한다면 PD로서도 이 같은 연출 방식을 쉽게 강행하기 어려웠을 것이라 짐작됐다.

김희원 PD 역시 1~2회 편집 이후 드라마국 내부 반응을 회상하며 "그때 정말 비상이었다. 내부에서는 '컷이 길다'고 걱정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이 시간대가 갖는 룰이 분명히 있고 그 룰에 따라 시청률도 따라왔기 때문에 내부에서는 당연히 걱정할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며 "저 역시도 3~4회가 나갈 때까지 불안해 했다. 루즈하지 않나 싶었고 너무 모험을 과하게 했나 싶더라. 그런데 다행히도 시청자 분들께서 더 집중해서 보신다는 반응이 들렸고 편집이나 촬영 등 기술적인 연출의 호흡이 빠르고 느린 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배우들의 연기와 눈빛을 믿고 갈 수 있었고 그런 영상 언어를 즐길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던 과정"이라고 털어놨다.

'돈꽃'은 특히 빠른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인물들의 느릿한 감정 변화에 따른 여백을 메우는 영상 언어가 돋보였던 드라마이기도 했다. 시각적 표현을 강화하기 위한 상징적인 영상 언어가 다수 반영됐고 이는 드라마의 정서를 더욱 강력하게 전달하는 효과로 나타났다. 이에 김 PD는 "이 드라마가 계층의 사다리를 올라가고 싶어하는 인물들의 이야기인 만큼 수평 보다 수직적인 구도를 많이 쓰려 했고 의도적으로 강필주(장혁 분)를 높은 데 올려놓고 촬영한 장면이 많았다"며 "'화려한 유혹'과 '맨도롱 또똣'을 함께 했던 촬영 감독님과 작업했는데 정말 그림에 대한 욕심도 많으시고 테크닉 만큼이나 감수성도 중시하시는 분이시다. 배우와 감정을 얼만큼 공유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는데 배우의 감정을 기다려주시는 등 호흡을 중시하셨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돈꽃'의 결말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정말란(이미숙 분)의 욕망으로 인해 어머니와 동생을 잃었던 강필주도 복수의 대가를 치렀다. 그 과정에서 정말란과 장부천(장승조 분)도 강필주가 청아그룹의 장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으나 강필주에게 딱히 반격하지 않고 쉽게 몰락하고 말았다. 강필주의 복수 과정이 후반부에서 다소 쉽게 풀어진 것은 아닐까 했지만 김 PD는 "이 드라마의 장치는 필주가 말란에게 자신이 장은천이라고 말하는 순간 끝나는 것"이라며 "그래서 그 순간 '돈꽃'의 장치는 끝났고 그 다음은 5년이라는 오랜 시간 세계관을 구축해오신 작가님이 생각하는 대로 쓰시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강필주는 정말란과 장부천에게 남편이자 아버지였고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의지했던 사람이었다. 정체를 알게 됐다고 해서 남남이 되는 것이 아니라 유사 남편, 아버지로 생각했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돈꽃'은 웰메이드 드라마로 남았지만 김PD는 해당 드라마가 방영됐던 시간대가 소위 막장으로 불리는 드라마가 편성된다는 인식에 대해 안타까워 했다. 그는 "제가 입사했던 2006년 그 해 연말 최진실 배우가 출연한 '마지막 스캔들'이라는 드라마에 조연출로 참여했었다. 그 시간대엔 '하얀거탑'이 방송되기도 했고 '마마' '결혼계약' 등 좋은 콘텐츠가 방송되기도 했다. 양질의 콘텐츠를 즐기던 시간대가 자꾸 선입견을 심어주는 시간대가 됐다"며 "주말드라마는 타깃 시청대가 높은데 그 시청층 공략이 가장 어렵다. 드라마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시청층인 데다 비슷한 콘텐츠를 많이 들기는 데다 드라마에 통달해 계셔서 만족시키기가 어렵더라. 시청률을 올리는 것 보다 첫 방송을 보신 분들을 끝까지 보게 만드는, 스테디한 시청층을 형성하는 게 더 쉽지 않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드라마의 열악한 제작 환경에 대해서도 깊이 공감하면서도 올해 재정비된 MBC 드라마국의 변화에 대한 기대도 당부했다. 김 PD는 "때때로 배우들과 스태프들을 혹사시킨 결과물을 즐겨야 하는 게 맞는지 고민이 크다. 연출과 작가, 배우들의 고혈을 뽑지 않고 행복하게 작품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이 된다"며 "시청자 분들의 보는 눈은 점점 높아지는데 어설프게 찍는 것은 더욱 안 되는 상황이다. 빠른 시간 내에 양질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정말 말이 안 된다. 보수와 휴식 등 정당한 대가가 지불돼야 하는데 어디부터 개선돼야 할지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끝으로 "올해 MBC에서 입봉하는 PD들이 많다. '위대한 유혹자' 등 동료들과 후배들이 퀄리티 좋은 드라마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며 "MBC가 분명 과거 좋은 드라마를 만드는 조직이었다. 그걸 다시 기억해주시는 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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