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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1~2년 뒤에 암이 생긴다고?…피 한방울의 혁명

세계경제포럼, 지난해 10대 유망기술 발표
글로벌기업들 주목…국내서도 기술개발 경쟁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 2018-02-18 09:26 송고 | 2018-02-20 19:44 최종수정
 
 

피나 소변과 같은 체액으로 유전자를 분석해 질병을 진단하거나 위험도를 예측하는 '액체생검' 기술이 세계경제포럼(WEF)이 선정한 10대 미래유망기술 첫번째로 뽑혔다.  

세계경제포럼은 2012년부터 매년 10대 유망기술을 발표해왔다. 전세계가 주목하는 인공지능(AI)과 드론, 자율주행 등이 과거 10대 유망기술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그만큼 액체생검의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뜻이다.
액체생검은 피나 소변 같은 체액에 존재하는 바이오마커(몸속 변화를 알아내는 지표) 유전자를 분석해 질병을 진단하거나 위험도를 예측하는 기술이다. 피 한방울로 1~2년 뒤에 암이 생길 위험을 정확히 알아낸다면 인류의 질병치료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런 기술 트렌드를 빠르게 받아들였다. 구글의 지주사 알파벳은 지난해 4월 생명과학 계열사인 베릴리(Verily)를 통해 심장병과 암을 예측하는 '베이스라인 프로젝트(Baseline Project)'를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베릴리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듀크대학교와 스탠퍼드 의과대학에 7000만달러(755억원)가 넘는 돈을 투자한다. 베릴리는 또 암을 예측하는 연구에 게놈(유전자 집합체) 판독과 액체생검 기술을 활용할 계획이다. 제시카 메가 베릴리 최고의학책임자는 "질병을 일으키는 신호를 탐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대규모 의료정보를 수집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증 없이 암세포 분리…해외서 잇따라 신기술 개발

그동안 암을 진단하려면 몸속에서 조직을 떼어내 실제 암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과정을 밟았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환자들이 검사 과정에서 통증을 느껴 불편이 컸다. 반면 액체생검 기술은 소량의 피를 뽑아내는 것으로 암이 생길 위험도를 예측한다. 몸속을 떠도는 작은 암세포를 분리하고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SS) 기술을 활용해 암 유전체를 분석하는 방식이다. 통증이 거의 없어 환자들의 거부감이 적다.

인공지능 등 신기술을 적용한 의료산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정밀의료다. 환자 몸 상태를 고려한 맞춤형 치료제와 진단 시스템이 생기면 큰 시장이 창출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액체생검 기술을 정밀의료를 실현할 진단영역의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실제 해외에선 혈액을 활용한 굵직한 연구성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연구팀은 올 1월 대장암을 1~4기로 구분하고 암의 씨앗으로 불리는 용종을 찾아내는 혈액검사법을 개발했다. 이 검사법은 적은 혈액 만으로 대장 용종을 찾아내는 정확도가 77%에 달한다. 검사에 드는 비용도 15만원 정도로 싼 편이다.

미국 매사추세츠병원 연구팀도 지난해 5월 췌장암을 빨리 찾아내는 혈액검사법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검사 시간은 10분, 검사비는 6만원 정도다. 영국 생명공학업체 앵글도 지난해 7월 적은 피로 난소암을 95% 정확도로 진단하는 검사법을 개발해 주목을 받았다.

◇원샷 검사법 개발한 국내 벤처들 해외로 눈 돌려

액체생검을 둘러싼 글로벌 기술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 바이오벤처들도 신기술 개발에 뛰어들었고 일부는 해외수출에도 성공했다. 바이오벤처 바이오인프라는 지난해 3월 중평한일 검진센터와 업무협약을 맺고 중국 암건강검진 시장에 진출했다. 중평한일 검진센터는 적은 피로 대장암 등 8종의 암을 한번에 진단하는 바이오인프라의 검사기술을 수입했다.

바이오인프라가 보유한 '스마트 암검사법'은 소량의 혈액으로 위암·폐암 등 6대 암이 생길 위험을 한번에 알아낸다. 몸속에 암이 생기면 수치가 바뀌는 '단백 바이오마커'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검사 정확도가 90% 수준이다.

피씨엘은 소량의 혈액으로 수십종의 질환을 한번에 진단하는 '3차원 고정화 기술'을 확보하면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피씨엘의 기술은 2차원적인 진단 도구보다 스크리닝 범위가 넓어 에이즈(AIDS), C형간염 등의 감염여부를 빠르게 진단한다.

기존 검사법이 1회 검사로 1개 질병을 진단하는 방식이라면 피씨엘의 '다중 체외진단'은 여러 질환을 동시에 찾아내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였다. 현재 이 기술은 미국과 유럽 등에 특허를 등록했다. 

지노바이오는 혈액속 암세포를 채집하는 연구용 의료장비 '지노시티시(GenoCTC)'를 국내 시장에 출시했다. 지노시티시는 5~7㎖의 혈액만 있으면 1시간 이내로 암세포를 분리할 수 있다. 고석범 지노바이오 대표는 "액체생검 기술은 놀라운 속도로 발달해 조만간 많은 환자들이 폭넓게 사용하게 될 것"이라며 "특히 암은 치료 패러다임까지 바꿀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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