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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불법시위라도 집회 주최자 특정 못하면 무죄"

국정교과서 반대 기습시위 대학생 1심서 벌금형
법원 "경찰, 집회 주최자 증명 못해" 2심서 무죄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2018-02-04 07:00 송고
2015년 10월12일 서울 광화문 광장 이순신 동상 위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대학생들이 기습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15.10.12/뉴스1
2015년 10월12일 서울 광화문 광장 이순신 동상 위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대학생들이 기습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15.10.12/뉴스1

서울 도심에서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기습 시위를 벌여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대학생들에게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법원은 불법시위라고 해도 이들이 집회를 주최했다는 게 증명되지 않는다면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부(부장판사 장일혁)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대학생 황모씨(25)와 송모씨(21)에게 벌금 50만원씩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황씨 등 대학생 17명은 2015년 10월12일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에서 교육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 공식 발표'를 반대하는 기습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플래카드를 펼치고 "국정교과서를 철회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다 경찰에 체포됐다.

이 중 황씨와 송씨는 사전신고 없이 집회를 주최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1심은 "황씨 등에게는 미신고 집회를 모의하고 가담하는 등 범행에 대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있었다"며 "이런 행위는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고 긴급하고 불가피한 수단이라 볼 수도 없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항소심도 이들이 개최한 집회가 불법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해당 집회는 집시법상 규제되는 집회로, 사전신고 대상임이 명백하다"며 "나타내고자 하는 의견이 정당하다고 해서 신고 의무가 면제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들이 집회의 주최자라는 게 증명되지 않는다면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황씨 등은 '국정교과서를 인정할 수 없다'고 적힌 현수막을 다른 참가자들과 돌아가며 들거나, 다른 참가자가 선창한 구호를 함께 외치는 행위를 한 사실만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경찰도 집회 주최자의 특정에 실패해 '집회 참가자 중에는 주최자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며 "검사의 증거만으로는 이들이 집회에 참가한 사실만 인정될 뿐, 집회를 자기 책임 아래 개최하거나 실행을 공모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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