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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보이며 떠날래요'…연명의료결정제도 모레 시작

'인간다운 퇴장' 선택 도와…'안락사'와 다른 '존엄사'
환자 의사 알 수 없다면 가족의 동일 진술·전원합의로 결정

(세종=뉴스1) 한재준 기자 | 2018-02-02 06:00 송고
경기 고양 국립암센터 호스피스 완화의료병동에서 환자들이 복도를 오가고 있다.  © News1 민경석 기자
경기 고양 국립암센터 호스피스 완화의료병동에서 환자들이 복도를 오가고 있다.  © News1 민경석 기자

사실상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 불필요하게 생명만을 연장할 뿐인 연명의료를 중단하고 자연스러운 이별을 받아들이도록 돕는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오는 4일 시행된다. 

'존엄사'(尊嚴死)로도 불리는 연명의료결정제도를 법제화한 법률 이름은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다. 약칭은 연명의료결정법이다.
연명의료 중단은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생명을 인위적으로 끝내는 '안락사'(安樂死)와는 다른 개념이다. 회복 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 억지로 의학적 생명 유지만을 위한 행위를 하는 않는, 즉 자연스러운 죽음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절차다. 

종교·철학·의학 등 다양한 측면에서 예민한 '죽음'의 문제인 만큼 연명의료 중단을 위해 회생 가능성이 없고 임종기에 접어들었다는 전문의의 판단을 요구하는 등 상세한 내용이 법령에 규정됐다.

◇말기·임종기 환자 대상…연명의료계획서·사전연명의료의향서 필요
연명의료를 중단·유보하고자 하는 환자는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설치된 의료기관에서 담당 의사와 전문의 1명의 진단부터 받아야 한다.

담당 의사와 전문의의 진단 결과 '말기 환자'나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로 판단되면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 착용·혈액투석·항암제 투여 등 4가지 연명의료를 중단·유보하고 임종을 선택할 수 있는 법적 효력을 갖는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다.

말기 환자는 암·후천성면역결핍증·만성 폐쇄성 호흡기 질환 등에 걸린 후 적극적인 치료에도 회복 가능성이 없고 수개월 이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를 말한다.

현재 질환을 앓고 있지 않아도 법적 효력을 갖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을 통해 연명의료 중단·유보 의사를 남길 수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성인이라면 누구나 작성할 수 있으며, 의향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지정된 기관을 직접 방문해 대면 상담을 받아야 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이 향후 질환을 앓아 임종 과정을 앞두게 됐을 때 의료진은 의향서를 바탕으로 환자에게 의사를 다시 확인하고 연명의료 중단·유보 절차를 밟게 된다.

작성한 연명의료계획서 및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연명의료정보처리 시스템에 등록되며 작성자는 언제든지 해당 사이트(www.1st.go.kr)에서 조회할 수 있다.

작성을 마쳤더라도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지 연명의료계획서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변경·철회할 수 있다.

국립암센터 호스피스 병동 /사진제공=국립암센터 © News1
국립암센터 호스피스 병동 /사진제공=국립암센터 © News1

◇환자 의사를 알 수 없다면…가족 진술·전원 합의 통해 결정

연명의료결정제도에서는 환자의 의사와 연명의료계획서·사전연명의료의향서 유무가 최우선적 기준이지만, 만약 어떤 방법으로도 환자 의사를 확인할 수 없을 때는 가족의 일치된 진술 또는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

과거 연명의료계획서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적이 없는 환자가 의사 표현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면 담당 의사와 전문의는 환자 가족 2인 이상의 진술을 토대로 연명의료 중단·유보 결정을 할 수 있다.

가족 2명 이상이 평소 환자의 의사를 동일하게 진술한다면 이를 통해 연명의료 중단·유보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가족 2인 이상의 동일한 진술이 확보됐을 경우 나머지 가족이 반대 의견을 내더라도 연명의료 중단·유보 이행에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다만 나머지 가족이 정반대의 진술을 한다면 이행할 수 없다.

가족의 진술로도 환자의 의향 확인이 불가능하다면 환자 가족 전원의 합의를 통해 연명의료를 중단·유보할 수 있으며, 미성년자의 경우는 친권자가 결정할 수 있다.

가족 일부가 해외에 있거나 한 공간에 모일 수 없을 경우에는 녹음 또는 녹취 등 방법으로도 합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다. 다만 무연고자나 가족이 있더라도 교류가 없다면 대리인에 의한 연명의료 중단은 불가능하다.

암 등 질병 말기에 접어들어 의사 표현을 할 수 없는 사람이 과거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을 경우 연명의료 중단 등의 판단 시 가족 의사보다 의향서가 우선된다.

◇임종기 환자→임종 예측되는 환자…시술 종류도 추가·변경

제도 시행 이후에도 원활한 운영을 위해 국가호스피스연명의료위원회의 권고 사항을 반영한 개정안이 마련될 전망이다. 현재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현재 4가지 시술로 제한된 연명의료 대상 시술에 승압제·에크모(ECMO) 등 현재 활용되고 있는 시술과 의학 발전에 따른 시술 등이 새롭게 반영될 가능성을 열어놨다.

또 말기 환자나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로 제한한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대상을 수개월 이내에 임종 과정에 있을 것으로 예측되는 환자로 확대한다.

환자의 의사가 중요한 만큼 의식이 명료한 상태에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는 것을 돕기 위해서다.

아울러 개정안은 말기 환자 진단 후 호스피스 전문기관에서 치료받는 환자에 한해서는 담당의사 1명이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라고 판단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외에도 복지부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작성·등록 기관과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및 이행 의료기관을 확대하기 위해 등록 신청을 받고 있으며, 관련 시범수가도 책정해 적용할 방침이다.

◇시범사업 3개월 순항…"존엄사 택하겠다" 1만명 육박

법 시행을 앞두고 지난해 10월부터 3달간 진행된 시범사업에서는 10개 의료기관에서 말기암 환자 등 107명이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했고 이 가운데 54명이 실제 연명의료를 중단하거나 유보한 끝에 47명은 임종을 맞았다.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을 연령별로 보면 50~70대가 86명으로 80%를 차지했으며, 20대와 30대는 각각 1명, 2명이었다. 전체 연명의료계획서 중 96건(90%)은 말기 암환자에 대해 작성됐다.

존엄사를 선택하겠다는 의향을 담은 일반인들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건수도 9336건에 달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더라도 향후 존엄사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병원에 입원한 후 의사의 판단 등을 거쳐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해야 한다.

복지부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상담·등록 기관을 기존 5곳에서 전국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보건소와 비영리 민간단체 등에 지정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hanant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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