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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여성 10명 중 9명 데이트폭력 경험…6명 아무 조치 안해

기혼 피해자 중 약 절반 "가해자와 결혼"

(서울=뉴스1) 이헌일 기자 | 2018-01-30 06:00 송고
서울시 데이트폭력 실태조사.(서울시 제공) © News1
서울시 데이트폭력 실태조사.(서울시 제공) © News1

서울시에 거주하는 여성 10명 중 9명이 데이트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피해자 10명 중 6명 이상은 데이트폭력을 당한 뒤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피해자 가운데 절반은 가해자와 결혼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실시한 '데이트폭력 피해 실태조사'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이 조사는 폭력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친밀한 관계에 가려져 해결되기 힘든 구조적 모순이 있는 데이트폭력 피해실태를 파악하고 이에 따른 피해 여성의 관점에서 지원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실시했다. 조사는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서울에 1년 이상 거주한 20세~60세 이하, 데이트 경험이 있는 여성 2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을 통해 진행했다.

재단은 데이트폭력을 △행동통제 △언어·정서·경제적폭력 △신체적 폭력 △성적 폭력 등 4가지 유형으로 나눠 조사했다. 조사에서 응답자 중 88.5%(1770명)가 이같은 데이트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데이트폭력 시작 시기는 유형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사귄 후 1년 이내에 폭력이 시작됐다고 응답했다.

서울시 데이트폭력 실태조사.(서울시 제공) © News1
서울시 데이트폭력 실태조사.(서울시 제공) © News1

피해자 행동통제 사례로는 '누구와 있었는지 항상 확인했다'가 62.4%(중복응답)로 가장 많았다. '옷차림 간섭 및 제한'이 56.8%로 뒤를 이었다. 행동통제가 시작된 시기 중 1년 미만은 전체의 63%를 차지했다.

언어·정서·경제적 폭력 중에서는 '화가 나서 발을 세게 구르거나 문을 세게 닫음'(42.5%)과 '안 좋은 일이 생기면 너 때문이야라는 말을 한다'(42.2%)가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신체적 폭력은 '팔목이나 몸을 힘껏 움켜잡음'이 35%로 가장 많았고 '심하게 때리거나 목을 조름'(14.3%), '상대의 폭행으로 인해 병원치료'(13.9%), '칼(가위) 등의 흉기로 상해'(11.6%)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성적 폭력은 '내가 원하지 않는데 얼굴, 팔, 다리 등 몸을 만짐'(44.2%), '나의 의사에 상관없이 가슴, 엉덩이 또는 성기를 만짐'(41.2%)이 가장 많았다. '성관계를 하기 위해 완력이나 흉기를 사용함'(14.7%), '내가 원치 않는 성관계 동영상이나 나체사진을 찍음'(13.8%)과 같은 사례도 나타났다. 특히 성적 폭력이 시작된 시기는 1년 미만이 59.5%를 차지했다.

서울시 데이트폭력 실태조사.(서울시 제공) © News1
서울시 데이트폭력 실태조사.(서울시 제공) © News1

◇피해자 10명 중 6명은 조치 안해…절반은 결혼

데이트폭력 유형별 본인이 취한 조치를 묻는 질문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60%를 넘었다. 유형별로 행동통제의 경우 69.5%, 언어·정서·경제적폭력은 64.1%, 신체적폭력은 53.8%, 성적폭력은 65.9%가 이같이 응답했다. 

피해자가 전문상담기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이유는 '피해가 심각하지 않아서'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그러나 '주변에 알려지는 것이 싫어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는 개인적인 판단에 의해 지원기관을 이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 가운데 22%는 위협 및 공포심을, 24.5%는 정신적 고통을 느꼈다고 답했다. 또 10.7%는 신체적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고 신체적 피해를 입은 190명 가운데 37.4%는 병원치료까지 받았다. 

다만 폭력 유형별로 피해자가 받은 느낌은 다소 달랐다. 행동통제와 성적 폭력의 경우 '폭력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가 각각 36.7%와 30.3%를 차지해 가장 많은 비율을 나타냈다. 행동통제의 경우 '나를 사랑한다고 느꼈다'는 응답도 30.5%였다. 반면 언어·정서·경제적 폭력과 신체적 폭력은 '헤어지고 싶었다'가 각각 32%, 33.8%를 차지했고 '무기력 또는 우울해지고 자존감이 떨어졌다'는 응답도 32.3%, 30.7%로 많았다.

경찰에 신고한 경우는 신체적 폭력에서 가장 많은 응답이 나왔지만 이 역시 9.1%에 머물렀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로는 '신고나 고소할 정도로 피해가 심각하지 않아서', '개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서'가 높은 응답률을 나타냈다.

특히 응답자중 기혼자 833명 가운데 742명이 데이트폭력을 경험했는데 이 가운데 46.4%가 상대방과 결혼했다고 응답했다. 또 데이트폭력 가해자와 결혼한 인원 가운데 17.4%는 가정폭력으로 이어졌다고 답했다. 강희영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은 "데이트폭력이 여성폭력의 하나라는 사회적 인식이 약한데서 문제가 시작된다"며 "데이트폭력에 대한 예방교육 및 피해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서울시 데이트폭력 실태조사.(서울시 제공) © News1
서울시 데이트폭력 실태조사.(서울시 제공) © News1

◇데이트폭력 원인은? 59%가 "미약한 처벌 때문"

시는 △데이트폭력에 대한 인지여부 및 인지경로 △지원기관 인지 △데이트폭력 원인 △데이트폭력 예방 및 피해여성을 위해 필요한 정책에 대한 수요도 조사했다.

데이트폭력 원인으로는 10명 중 6명 꼴로 '가해자에 대한 미약한 처벌'(58.7%)을 꼽았다. '여성혐오 분위기 확산'을 원인으로 든 응답은 20대(15.9%)에서 가장 많이 나왔고 연령이 높아질수록 감소했다.

시민들은 데이트폭력 예방을 위한 정책으로 '가해자에 대한 법적 조치 강화'(73%)를 가장 많이 꼽았다. 또 피해 여성을 위한 정책으로는 '가해자 접근금지 등 신변보호 조치'(70.9%)가 가장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응답자 가운데 89.7%(1793명)는 데이트폭력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 인지 경로는 TV방송이나 인터넷, 신문이나 잡지 등 대중매체가 다수를 차지했다. 데이트폭력 피해를 지원하는 기관에 대해서는 1366, 112, 성폭력상담소, 가정폭력상담소 순으로 인지도가 높았다.

엄규숙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데이트폭력은 그 피해가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친밀한 관계임을 이유로 피해를 선뜻 밝히지 못한다는 어려움이 있다"며 "이로 인해 데이트폭력을 당하고도 문제해결 없이 결혼하고 가정폭력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발생한다는 것이 이번 실태조사의 가장 큰 발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시는 이번 데이트폭력 실태조사를 토대로 성폭력, 가정폭력 피해의 연장선상에서 데이트폭력 피해자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데이트폭력 예방을 위한 인식 확산에 주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hone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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