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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장만채 교육감, 함평여중 전학사태 입장 밝혀야

(함평=뉴스1) 박진규 기자 | 2018-01-26 15:49 송고
박진규  기자 © News1
함평여중의 무더기 전학사태를 바라보는 마음은 착잡함 그 자체다. 

전남도교육청 역점사업 추진과정에서 아이들에 대한 정서적 피해나 학습권 침해 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정황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더욱이 교육역사박물관 부지확보를 위해 지난해 통폐합이 부결된 함평여중 학생들을 꼼수로 전학시킨 일은 '사업을 빨리 추진해야 한다'는 어른들의 다급함이 빚어낸 신중하지 못한 처사라고 판단된다.

'과연 이게 교육적인가?'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함평여중생 1·2학년 전체 학생 95명 중 55명이 방학기간인 최근 함평중학교로 전학을 신청한 일은 소규모학교 통폐합 과정에서 벌어진 단순한 사안이 아니다.

그 이면에는 전남도교육청과 함평군청 등이 교육·관광 분야 활성화 차원에서 추진 중인 추사전시관, 교육역사박물관의 부지확보와 관련돼 있다.
장만채 전남도교육감과 안병호 함평군수, 안백순 이헌서예관장은 지난 2015년 '함평군이 추사관련 작품 기증을 받고 도교육청은 추사박물관을 건립하고 운영에 최선을 다하기'로 업무협약을 맺었다.   

2016년 초 장만채교육감은 함평군의회 의원들의 건의를 받고 추사작품과 황금박쥐·유물전시를 겸한 교육역사박물관을 부지 후보지인 함평여고(함평여중과 같이 있음) 이전시기와 맞물려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함평군은 추사(김정희) 작품 80여 점을 기증받고 2017년 사례금 20억원을 지급했으며, 올해 15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작품은 함평미술관 수장고에 보관중이어서 전시준비는 돼 있다.

대규모 전학사태가 발생한 함평여중은 전남도교육청이 추진 중인 '역사교육박물관'의 유력 후보지라는 점에서, 학생들을 빨리 옮겨야 하는 이유가 된다.  

그런데 지난해 6월 함평여중과 함평중 통폐합이 부결되고 말았으니, 사업주체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 됐을 법하다. 

이후 찬성 측 일부 학부모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교복과 차량 지원을 해준다며 전학을 종용, 대규모 전학사태를 빚게 된 것이다. 이걸 어떻게 교육적이고, 자발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이면에는 전남도교육청, 함평군, 정치적 인사 등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물론, 박물관을 건립해 추사작품 상설전시로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일도 지역발전에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당근'을 미끼로 조직적으로 꼼수를 부려 미니학교를 만들고,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상처를 입힘은 물론 학습권을 침해하면서 까지 폐교가 되게 하는 것은 비교육적 처사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학생들이 옮겨간 함평중도 갑자기 늘어난 학생들을 수용하기 위해 특별실 2개를 일반실로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니 양쪽 학교 모두의 학습권 침해는 물론 뭔가 다급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는 그동안 통폐합 위기에 놓인 작은 학교들을 살리고 교육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도교육청의 정책에도 배치된다.

전남도지사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장만채 교육감은 교육역사박물관 부지와 사업에 대한 로드맵을 투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아울러 교육청과 군,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외면한 밀어붙이기식 편법을 버리고 전학사태를 빚고 있는 함평여중 문제에 대한 교육적인 해결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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