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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 원세훈 재판 靑과 거래?…무슨 일 있었나

禹 '희망'이후 전합에 회부…만장일치 파기환송
現대법관 "증거법칙 등 법위반…중요성 고려 전합회부"

(서울=뉴스1) 최동순 기자 | 2018-01-24 06:00 송고 | 2018-01-24 09:19 최종수정
양승태 대법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자신의 퇴임식을 마친 후 직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2017.9.22/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양승태 대법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자신의 퇴임식을 마친 후 직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2017.9.22/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선거개입 사건' 항소심 재판과 관련해 청와대와 민감한 의견을 주고받은 정황이 드러나면서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재판에 대한 동향 보고가 법관 독립이라는 가치를 크게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문건에서 드러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희망'대로, 사건이 전원합의체에 회부돼 파기환송됐다는 점은 이같은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전합은 대법원장이 직접 참여하는 유일한 재판이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전합은 그 취지와 달리 정치적으로 첨예한 사건에 판결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데 활용됐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靑, 원세훈 재판 전 "항소기각 기대"…행정처, 동향보고

24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판결 선고 관련 각계 동향' 문건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지난 2015년 2월 원 전 원장 항소심 재판을 전후해 재판부 동향을 청와대에 보고하고 민감한 내용의 정보 및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 재판은 박근혜 정부를 탄생시킨 2012년 대선의 위법성에 대한 사법 판단으로, 단순한 형사재판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유죄가 확정될 경우 정권의 정당성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항소심 재판 다음 날인 2015년 2월10일 작성된 이 문건에는 판결선고 전 청와대가 민정라인을 통해 재판 전망과 재판부의 의중을 문의하고 보고받은 정황이 담겨있다.

당시 원 전 원장은 선거 과정에서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 등을 동원해 특정후보에 대한 지지·반대 댓글을 달고 선거에 영향을 미친 혐의(공직선거법 및 국정원법 위반)로 2014년 9월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은 상태였다.

문건은 청와대가 이 사건을 '최대 관심 현안'으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청와대가 '법원행정처에 전망을 문의'했다고 밝혔다.

특히 문건에는 '(청와대가) 항소기각을 기대'한다는 문구도 담겼다. 법원 선고에 대한 청와대의 구체적 의견 제시는 사법부 독립성에 대한 훼손으로 평가될 수 있는 지점이다.

한편 법원행정처는 청와대의 문의에 대해 '매우 민감한 사안이므로 직접 확인하지는 못하고 있으나 우회적·간접적인 방법으로 재판부의 의중을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음'이라고 보고했다. 또 '1심과 달리 결과 예측이 어려우며, 행정처도 불안해하고 있는 입장'이라고 해 앞선 1심 재판에서도 이같은 의견교환이 이뤄졌음을 짐작하게 했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등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향하는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2017.8.3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등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향하는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2017.8.3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禹 "전합회부 희망"…전합, 만장일치 파기환송·핵심증거 불인정

청와대의 의견 전달에도 원 전 원장은 2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항소심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봤던 1심과 달리, '425 지논파일'과 '시큐리티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대선국면에 접어들 무렵부터 선거와 관련된 글이 압도적으로 많아져 진 점도 유죄 근거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엄격한 지휘·명령에 따라 심리전단에 의해 신속·정확하게 집행되고 사후보고에 평가까지 이뤄지는 과정을 볼 때 국정원의 활동은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행위로서 선거운동의 특성인 '계획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청와대는 대법원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사건을 전합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희망'을 전달했다.

문건은 '우병우 민정수석→사법부에 대한 큰 불만을 표시하면서, 향후 결론에 재고의 여지가 있는 경우에는 상고심 절차를 조속히 진행하고 전원합의체에 회부해줄 것을 희망'이라고 당시 상황을 요약했다.

이어 '사법부의 진의가 곡해되지 않도록 자세히 입장을 설명' '법무비서관→법원행정처 입장을 BH(청와대) 내부에 잘 전달하기로 함. 그리고 향후 내부 동향을 신속히 알려주기로 함'이라고 덧붙였다.

법원행정처와 청와대의 의견교환을 둘러싼 의혹은, 실제 대법원이 원 전 원장 재판을 전합에 회부하고 핵심증거인 '425 지논파일'과 '시큐리티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으며 사건을 파기환송한 지점에서 증폭된다.

당시 문건 작성자는 '지논 파일과 시큐리티 파일로 인정되는 사실관계는 너무나도 구체적'이라며 '구체적인 사실관계 (항소심에 적시된 사실관계)를 단순히 '전제 법리'만으로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아 보임'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법무비서관은 '판결 선고 지연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음을 피력'하며 전합이 아닌 소부에서 재판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5년 7월, 당초 제3부에 배당됐던 사건을 전합에 회부해 심리한 뒤 유무죄 판단을 보류한 채 사건을 2심법원으로 되돌려 보냈다. 대법원은 2심에서 핵심 증거로 본 '425 지논파일'과 '시큐리티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415 지논 파일'이 출처를 밝히기 어렵고 조악한 언론 기사 일부분 등인 점, '시큐리티 파일'에 기재된 트위터 계정은 정보의 근원이나 경위, 정황이 불분명한 점 등을 근거로 형사소송법 제315조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두 파일의 증거능력 인정을 전제로 심리전단의 사이버활동에 대해 국정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를 판단한 원심은 유지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치권은 물론 법적 견해도 엇갈릴 수 있는 사건임에도 13대 0의 만장일치 판결을 내놓았다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대법관들 "전합회부 증거법칙 등 法위반 따른 것"

대법관들은 이같은 의혹과 관련해 입장을 내고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고영한 대법관 등 13명 대법관 전원은 "이 사건은 소부의 합의를 거친 결과 증거법칙을 비롯한 법령 위반의 문제가 지적됐고, 사회·정치적 중요성까지 아울러 고려했다"며 전합에 회부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관여 대법관들은 재판에 관해 사법부 내외부의 누구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은 사실이 없음을 분명히 한다"며 "일부 언론의 보도는 사실과 달라 국민들과 사법부 구성원들에게 사법부의 독립과 재판의 공정성에 관한 불필요한 의심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으로서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문건에는 법원행정처가 원 전 원장의 상고심을 상고법원 추진과 연계시키려 한 정황도 드러나 있다.

문건은 이 재판과 관련한 사법부의 정무적 대응 방향을 제안하면서 '상고심 처리를 앞두고 있는 기간에 상고법원과 관련한 중요 고비를 넘길 수 있도록 추진을 모색하는 방안 검토 가능'이라고 적었다. 이어 '상고심 판단이 남아있고 BH의 국정원 장악력이 떨어지고 있는 국면'이라며 '발상을 전환하면 이제 대법원이 이니셔티브를 쥘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상고법원은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이 상고사건 급증 해결을 위해 힘있게 추진했던 정책이다. 하지만 고위법관을 양산할 수 지적과 함께 국회의 벽에 부딪히는 등 힘을 받지 못하며 중도에 무산됐다.

한편 지지부진했던 파기환송심은 재판장 변경 등을 거쳐 2년여만에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직선거법 위반과 국정원법 위반 혐의 모두를 유죄로 판단했다. '425 지논파일'과 '시큐리티 파일'에 대해선 "파일 작성자·진술자에 의해 진정성립이 돼야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는 형사소송법 313조에 반한다"며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국정원 직원들의 트위터 활동을 1심보다 폭넓게 인정했다.

사건은 현재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에서 심리를 진행하고 있다.


dos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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