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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관 참사' 안타까운 세 모녀…방학 맞아 '서울여행' 중 참변

초·중학교 딸 2명 방학 맞아 15일 전국 가족여행
19일 상경해 여관 묵었다가 하루 만에 희생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이진성 기자 | 2018-01-21 15:43 송고 | 2018-01-21 16:11 최종수정
종로5가 여관 방화범 유모씨가 21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압송되고 있다.  2018.1.21/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종로5가 여관 방화범 유모씨가 21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압송되고 있다.  2018.1.21/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20일 새벽 50대 남성이 성매매여성을 불러주지 않는다며 서울 종로구의 서울장여관에 불을 지르는 사고로 사망한 세 모녀는 자녀의 방학을 맞아 '서울 나들이'를 왔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21일 오후 1시 세 모녀의 유가족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세 모녀는 사고 전날인 19일 해당 여관의 1층 105호에 투숙해 잠을 자다가 화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전라남도 장흥군에 거주하던 어머니 박모씨(34)는 방학 중인 중학생(14)과 초등생 (11) 두 딸을 데리고 전국 여행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남편 이모씨는 업무를 이유로 장흥에 머물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5일 집을 떠나 전국 각지를 여행하던 세 모녀는 여행 닷새째인 19일 서울 종로구에 도착, 하루 숙박료 1만5000원으로 비교적 저렴한 서울장 여관에 짐을 풀었다.

세 모녀는 다음날 여행을 위해 잠을 청했지만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 이튿날 새벽 3시8분 술에 취한 채 성매매여성 요구하다가 거절당한 유모씨(53)가 1층 복도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르면서 화마에 변을 당한 것이다.
사고 소식을 전해 들은 박씨의 남편 이씨 등 가족 4명은 21일 오전 서울 세브란스병원에 안치된 부인의 시신을 확인하고 경찰서를 찾아 조사를 받았다.

20일 새벽 서울 종로5가의 여관에서 화재가 발생해 불길이 치솟고 있다.  방화로 인한 화재로 투숙객 5명이 숨졌다. <br />(서울소방재난본부 제공) 2018.1.20/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20일 새벽 서울 종로5가의 여관에서 화재가 발생해 불길이 치솟고 있다.  방화로 인한 화재로 투숙객 5명이 숨졌다.
(서울소방재난본부 제공) 2018.1.20/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한편 현존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입건, 수감됐던 유모씨는 이날 오후 2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했다.

서울중앙지법 박재순 당직 판사는 이날 오후 2시 유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유씨의 구속 여부는 이날 저녁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 따르면 유씨는 20일 새벽 3시8분쯤 종로구 소재 서울장 여관에 불을 질러 1층에서 묶고 있던 세 모녀를 비롯해 투숙객 5명을 숨지게 하고 5명을 크게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박씨 모녀를 제외한 사망자 2명과 부상자 5명은 각각 따로 방을 쓰고 있었고, 대부분 저소득층 장기 투숙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상자 중 2명은 팔다리와 얼굴 등 전신에 2~3도 화상을 입고 한때 심폐소생술을 받을 정도로 위급한 상태를 보였지만 병원 치료를 받고 위기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는 술에 취한 채 여관을 찾아가 '성매매'를 요구하다가 거절당하자 홧김에 인근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사와 여관 복도에 뿌린 뒤 불을 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에서 유씨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여관주인에게 성매매 여성을 요구했으나 거절해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아울러 유씨는 불을 지르기 전 '성매매여성'을 불러달라며 소란을 피우다가 한 차례 경찰의 제재를 받고도 분을 참지 못하고 범행을 저질렀던 사실도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사건 발생 1시간 전이었던 오전 2시7분 유씨가 술에 취해 소란을 피우자 여관주인 김모씨(71·여)가 112에 신고했다. 하지만 당시 유씨는 술을 마셨지만 만취상태는 아니었기 때문에 출동한 관할 파출소 경찰관에게 "성매매 및 업무방해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경고만 받은 뒤 훈방 조치됐다.

그러나 분이 풀리지 않았던 유씨는 곧장 택시를 타고 인근 주유소로 가 휘발유를 샀고, 오전 3시8분쯤 여관 1층 복도 바닥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렀다. 불은 1층과 2층 복도로 번지면서 박씨 모녀 등 5명이 화마에 목숨을 잃고 박모씨(58) 등 5명이 전신에 화상을 입는 참사로 이어졌다.

또 이날 화재로 여관 1층과 2층이 전소하면서 소방서 추산 2324만9000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했다.

경찰은 화재로 숨진 투숙객 5명의 부검을 위해 압수수색영장을 검찰에 신청하는 한편 사망 투숙객의 유족들을 상대로 정확한 사망 원인과 투숙 배경을 조사하고 있다.


dongchoi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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