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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암호화폐거래소 투자된 나랏돈 36억 '회수가능할까'

모태펀드 통해 투자된 정책자금 36억4000만원
거래소가 '금융업·사행업' 지정되면 회수가능

(서울=뉴스1) 차윤주 기자 | 2018-01-17 15:40 송고 | 2018-01-17 22:59 최종수정
암호화폐거래소 빗썸에 설치된 시세 전광판에 각종 암호화폐 가격이 표시돼 있다.  © News1 성동훈 기자
암호화폐거래소 빗썸에 설치된 시세 전광판에 각종 암호화폐 가격이 표시돼 있다.  © News1 성동훈 기자

최근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문제가 있는 암호화폐거래소에 투자된 모태펀드 자금을 회수하겠다고 밝히면서, 정부가 과연 이 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파악된 바로는 모태펀드를 토대로 결성된 16개 창업투자회사 펀드에서 5곳의 암호화폐거래소에 투자된 자금은 총 412억원이다. 이 가운데 정부의 정책자금은 9% 수준인 36억4000만원이 투입돼 있다. 한마디로 정책자금 36억4000만원을 토대로 결성된 모태펀드에 민간자금 약 376억원이 더해져 총 412억원이 투자됐단 얘기다. 
국내 1위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에 9개 펀드가 약 158억원을 투자했고, 빗썸을 운영하는 비티씨코리아닷컴에 7개 펀드가 약 94억원을 투자했다. 코빗에 5개 펀드가 약 86억원, 코인플러그(CPDAX)에 9개 펀드가 약 70억원, 코인원에 2개 펀드가 2억원을 투자했다.

세간의 관심은 거래소에 투자된 36억4000만원의 정책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가다. 현재 정부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투기의 온상으로 보고 '폐쇄'까지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투기억제 차원에서 거래소 폐쇄를 검토하면서 정책자금 수십억원을 그대로 두는 것은 모순이기 때문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6일 "거래소 폐쇄안은 여전히 살아있는 옵션"이라며 시장에 경고했다. 여기에 모태펀드 관리 주무부처 수장인 홍종학 중소벤처기업 장관도 "문제가 드러난 가상화폐 거래소의 모태펀드 투자금을 회수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일단 중기부는 당장 모태펀드에 출자된 정책자금 회수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모태펀드는 정부가 개별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벤처캐피털(VC)을 통해 간접투자하는 매칭펀드다. 즉 중기부는 모태펀드에 출자하고, 정부 정책자금을 받은 VC들이 민간자금을 유치해 펀드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렇게 조성된 창투사의 펀드자금을 암호화폐 거래소에 투자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가상화폐 거래소는 금융업이 아니라 '통신·판매업'으로 분류돼 있다. 현행법상 모태펀드가 출자할 수 없는 금융업, 부동산업, 사행성업 등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중기부가 이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

다만 금융당국이 암호화폐거래소를 금융업이나 사행업으로 규정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현재 모태펀드는 금융업이나 사행업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또 암호화폐거래소나 대주주, 경영진의 불법이 확인되는 경우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모태펀드 투자계약서에 이같은 조항이 명시돼 있어, 이를 근거로 중기부가 자금회수를 요청할 수 있다. 투자금 회수 가능성을 내비친 홍 장관이 "문제가 드러난 가상화폐 거래소"라고 단서를 단 것도 이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중기부 관계자는 "정부의 전반적인 규제방향이 결정되면 부처도 보조를 맞출 것"이라며 "금융위원회가 암호화폐거래소를 사행업종으로 지정한다면 당연히 투자금은 회수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투자업계에선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정부가 모태펀드 운용권한을 VC들에게 일임하면서 운용자율성을 보장하기로 해놓고 이제 와서 이를 스스로 파기하는 것은 정책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홍 장관은 "모태펀드를 민간주도로 넘겨 VC 시장을 살리겠다"면서 이달 중 새로운 모태펀드 운용방안을 발표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달엔 투자시장 자율성을 높이겠다 하고, 이달엔 투자금 회수를 언급하니 혼란스럽다"며 "암호화폐 거래를 신산업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볼 여지도 있는데 지금은 투기적 측면만 부각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chac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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