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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울산 문인들 지은 '보인계 시첩' 번역본 출간

(울산=뉴스1) 이상문 기자 | 2018-01-16 09:46 송고
울산대곡박물관이 발간한 '역주보인계시첩'. © News1
울산대곡박물관이 발간한 '역주보인계시첩'. © News1

울산대곡박물관은 근·현대 울산지역 문사(文士)들의 모임인 보인계(輔仁契) 계원들이 지은 한시를 번역한 ‘역주 보인계시첩(輔仁契詩帖)’을 발간했다고 16일 밝혔다.

보인계는 일제강점기인 1932년 울산지역 문사 20명이 모임을 결성해 매년 봄과 가을에 만나 한시를 짓고 현실을 토로하며 우의를 다졌던 모임이다. 보인계는 45년 동안 유지되다가 1970년대에 이르러 사망과 이주 등으로 계원 숫자가 줄어들어 1976년 여름 청계 류흥호의 집에서 가진 계회를 끝으로 해체됐다.
1980년에는 보인계 계원의 후손 18명이 선대의 뜻을 이어받기로 하고 ‘보인계 승계회’를 결성했다. 이들도 보인계처럼 각 가정을 돌아가면서 계회를 가졌으며 당시까지 여러 집안에 남아있던 선대가 남긴 한시를 모아서 ‘보인계시첩’으로 묶어냈다. 보인계원이 수십 번의 모임에서 지은 한시와 관련 자료는 현재 다 전해지지 않으며 절반 정도는 수집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보인계시첩’에 수록된 한시는 282수며 지은이는 보인계 계원 17명과 계원이 아닌 사람 41명을 포함해 모두 58명이다. 계회에서는 계원이 아닌 사람도 자주 초대해 함께 교유하고 한시를 지었던 것으로 보인다. 계원 가운데 3명은 작품이 빠져있으며 한시는 계원 17명이 지은 시가 209수, 비계원 41명이 지은 시가 73수다.

이들이 지은 한시에는 당시 시대상황에 대한 인식이 드러나는데 보인계 모임 초기에는 당대를 말세로 인식하고 있으며 외세에 의지한 역사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1960년대 이후에는 타계하는 계원들이 생기면서 세월의 무상함을 노래하는 작품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1970년대에는 계원의 절반 정도가 남게 되자 시인들은 시대에 대한 관심보다는 늘그막의 자신들에게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책은 일제강점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울산지역 문사들의 한시 작품과 교유 관계 등을 알 수 있는 자료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울산대곡박물관에서 역주본으로 발간하게 되었다.

번역은 울산문헌연구소 엄형섭 소장이 맡았으며 382쪽 분량의 책에는 한시 번역 외에도 보인계와 보인계시첩에 대해 설명한 도움글 2편, 참고사진을 함께 수록했다.

‘역주 보인계시첩(譯註 輔仁契詩帖)’은 지역의 도서관·박물관·문화원 등과 전국의 주요 기관에 배포된다.

신형석 울산대곡박물관장은 “우연히 ‘보인계시첩’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45년간 지속돼 온 보인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며 “이 분들이 남긴 한시를 통해 일제 치하와 격동기를 살아온 울산 지식인들의 문학 활동과 의식세계, 근·현대 지역 유림의 면모에 대해 살펴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iou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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