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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987, 文대통령은 울었고 박용만 회장은 자기반성을 남겼다

"민주주의 희생한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 바른 사회구현 다짐

(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 2018-01-08 22:48 송고 | 2018-01-08 22:51 최종수정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뉴스1DB)© News1
"독재로부터 수없는 비극을 딛고 일어서 민주주의를 우리 손으로 이룬 것은 기적 이상의 자랑이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이 영화 1987 관람 후 페이스북에 남긴 말이다.  영화 1987은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시작으로 그 해 이한열 열사의 죽음과 6월 민주항쟁으로 이어진 시대상을 다뤘다.  
박 회장은 당시의 자신을 "무지했고 비겁했다"고 고백했다. 오비맥주 경리부에서 일에 치여 주변을 살필 수 없었던 시간에 대한 자성이다. 속내에는 경제인으로서 바른 사회를 구현하는데 노력하겠다는 다짐도 담겼다.

5·18 광주민주화 운동을 폭력으로 진압하고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이 벌어진 시대를 박 회장은 "어처구니없는 짓거리"로 표현했다. 하지만 분노보다는 민주주의를 이뤄낸 역사에 대한 고마움과 자기반성으로 소회를 전했다.

최근 같은 영화를 관람한 문재인 대통령은 눈물을 쏟았다. 민중의 손으로 이뤄낸 민주주의 역사는 수많은 희생을 양분으로 커왔다. 문 대통령의 눈물은 독재와 현실의 벽에 절망해야했던 시대를 안타까워하는 마음에서 비롯됐다.
그래서 "세상을 바꾸는 사람은 따로 있지 않다. 우리가 함께 힘을 모아 세상이 바뀐다는 사실을 영화가 보여주는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절망의 시대를 버텨온 희생이 민주주의 역사의 씨앗이자 이를 영글게 한 양분이라는 사실을 되새겼다.

같은 영화를 보고 문 대통령은 울었고 박 회장은 회개와 자기반성의 글을 남겼다.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둘 모두 바른 사회에 대한 의지를 다잡고 시대의 꽃으로 저물어간 열사들에 헌사를 바쳤다.

민주화 한 켠에서 경제성장의 축을 지탱해온 기업인인 박 회장의 소회가 던지는 무게는 남다르다. 박 회장은 전국 17만 상공인을 대변하는 대한상의의 수장으로서 전례 없는 경제발전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러나 경제적 부(富)만으로 국가와 사회의 품격을 이룰 수 없다는 말로 박 회장은 장문의 글을 마무리했다. 평소 사회 저변 곳곳에 온기를 나누려 노력했던 박 회장의 신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실제 대한상의는 박 회장 지시로 회사에 배달 오는 택배 기사들에게 쉴 수 있는 공간과 점심 식권을 제공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이루는 길에 자신을 희생한 수많은 분들께 우리는 진심으로 고개 숙여 감사해야한다"는 박 회장 말은 그래서 진실했다.

다음은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의 페이스북 글 전문

다니던 외환은행에 사표를 내고 임신 8개월의 아내와 서울을 떠난 것이 79년 초여름이었다. 그후 미국-사우디-미국-동경의 외국 생활을 끝내고 86년 12월에 귀국을 했다. 그 시간 동안 10.26 사건 12 12 그리고 광주의 5월이 있었다. 86년 말 7년만에 귀국한 서울은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87년 봄 나는 을지로 입구 롯데호텔 맞은 편 건물에 있는 오비맥주 경리부에서 일을 했다. 늦 봄 박종철이 가고 연이어 이한열이 세상을 떠났다. 매일이 사무실 주변은 전쟁터였다. 학생들은 어떻게든 시청앞이나 광화문으로 모이고자 했고, 헬멧을 쓴 체포조는 곤봉을 들고 뒤쫓았다. 사무실에서 창으로 눈만 돌리면 그 모든 아수라장이 눈에 들어왔다. 한편으로는 답답하고 분개하기도 했지만 당시 내게는 일이 전부였다. 그렇게 일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고 의심의 여지없이 믿었다. 서울을 떠난 그 7년의 시간 동안에 내 나라에서 일어난 많은 일들은 그냥 이미 지나간 사건들로만 기억 속에 남았었다. 광주의 일이며 오늘 영화에서 본 그 시대의 어처구니 없는 짓거리들에 대한 진상과 분노는 한참의 세월이 더 지난 후에야 내 의식 속으로 파고 들어왔다.

돌아가신 김근태 형과의 만남은 부당한 권력의 폭력에 대한 분노가 내게도 가까운 일일 수 있음을 알려주었고,  그냥 습관 같이 익숙한 민주주의라는 단어에 대해서도 새롭게 생각하게 해주었다.  조금 더 일찍 알았으면 ... 생각없이 사는 무뇌아 같은 언행을 훨씬 줄였을텐데 ..  하며 겸연쩍어했다.

몇 해 전에 본 "부러진 화살"과 "남영동 1985" 그리고 오늘의 "1987" 이런 영화들을 보고 나면 예외 없이 가슴이 답답해진다. 슬픔이나 분노같은 감정보다는 그냥 내 자신에 대한 솔직한 인정과 회한이 남는다. 그 사건들이 일어난 시간들 속에서 나는 무지했고 비겁했다.

이제 와서 회한과 자책이 있다한들 뭘 어찌할 수는 없다. 이 담에 오늘을 되돌아 보는 날이 왔을때, 지금 갖는 회한을 그 때도 또 느끼지는 말아야하지 않겠나. 그렇게 바르게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할뿐이다. 

대통령 순방을 따라 외국에 가면 만나는 그 나라의 사람들 앞에서 늘 당당할 수 있는 이유는 경제적 성공때문이 아니다. 물론 전례가 없는 경제적 성공이 자랑스런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국가와 사회의 품격은 경제적 부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 타민족의 침략과 지배 그리고 이어진 독재로부터 수없는 비극을 딛고 일어서 민주주의를 우리 손으로 이룬 것은 기적 이상의 자랑이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그렇게 쟁취한 민주주의의 증거이며 상징이다. 그래서 어느 나라를 가도 늘 당당할 수 있다. 민주주의를 이루는 길에 자신을 희생한 수많은 분들께 우리는 진심으로 고개 숙여 감사해야한다.


haezung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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