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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조응천, MBC 간부 명예훼손 무혐의…檢 '봐주기’ 논란

"면책특권에 고의성 없어"…비서관은 약식기소
전문가 "비서관에 책임전가 선례로 남을까" 우려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2018-01-08 16:28 송고 | 2018-01-08 21:31 최종수정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주기철 기자

검찰이 최근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피소된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으로 8일 확인됐다. 같은 혐의를 받은 조 의원의 비서관은 약식기소됐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기존 명예훼손 처리 경과와 법리에 비춰 타당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검찰의 여권인사 봐주기가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조 의원은 지난 2016년 6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된 당시 MBC 고위간부의 실명을 거론하며 성추행 전력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 의원의 주장은 허위인 것으로 드러났다.

조 의원은 발언 이틀 뒤인 2016년 7월1일 해당 내용이 허위 사실임을 인정하고 공식사과 했다. MBC 측은 조 의원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조 의원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이하 허위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했다.

검찰은 고소된지 1년4개월여 만인 지난해 12월 말쯤 조 의원의 명예훼손 사건을 무혐의로 판단해 불기소 처분했다.
◇ "비서관 보고 늦어 확인 시간 없어"…檢, 고의성 없다며 '무혐의' 

조 의원의 허위사실 유포는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촉 관련 질의 중에 벌어졌다. 조 의원은 대법원의 업무보고 당일 보도자료를 통해 MBC 간부의 실명을 거론하며 거센 비판을 했다. 또 조 의원은 자신의 발언을 녹화한 동영상을 자신의 SNS 계정에 게시했다.

검찰 관계자는 "조 의원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발언한 것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에 따라 처벌할 수 없고, 법사위 발언 동영상을 SNS에 게시한 것에는 명예훼손의 '고의'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무혐의 처분 배경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조 의원이)짧은 시간에 보고를 받아 확인을 못한 것은 과실이 인정될 소지가 있지만 여러 정황에 비춰 허위사실임을 알고 발언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처분 근거를 밝혔다. 

현행 헌법상 국회의원의 국회 내 발언은 허위 또는 사실인지를 불문하고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검찰은 조 의원이 발언 동영상을 SNS에 게시한 것에 대해서만 기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검찰이 SNS에 동영상을 게시한 것에 대해서도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에 대해서는 법조계 일각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이 명예훼손 처벌요건인 '공연성'이 명백하게 인정되는 사안에서 다른 사안들과 달리 '고의'를 엄격하게 해석해 적용한 것이 온당치 않다는 지적이다. 

허위 명예훼손 처벌조항인 형법 307조 2항도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명예훼손을 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을 뿐이다.

일부 법조계 인사들은 검찰이 이번 조 의원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기준대로라면 지금까지 검찰이 기소한 허위 명예훼손 사건들 중 일부도 무혐의 처분이 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예로 검찰은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이 17대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BBK 진상조사단장을 맡아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BBK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됐다고 의혹을 제기한 사건을 허위 명예훼손으로 기소한 바 있다. 

당시 정 전 의원은 사실로 믿을만한 근거가 되는 많은 자료를 수집·조사했다고 밝혔지만 검찰은 충분한 확인과정을 거쳤음에도 정 전 의원에게 명예훼손의 '고의'를 인정해 기소했다. 정 전 의원은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을 확정받아 만기복역, 출소했다. 

이 때문에 검찰이 조 의원이 충분히 믿을만한 객관적이고 신빙성 있는 근거를 확인하지 않았음에도 고의가 없었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은 여권인사 '봐주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의원은 무혐의 비서관은 약식기소…같은 행동 다른 결과

검찰은 조 의원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도 조 의원에게 해당 내용을 보고한 비서관 A씨는 약식기소 처분했다.

검찰 관계자는 "조 의원이 비서관에게 미리 보고를 하라고 얘기를 했는데 그렇게 되지 않았다"며 "(발언)당일 아침에 (조 의원이) 자료를 빨리 보자고 했는데 비서관이 충분한 확인 없이 그대로 보고를 한 정황에 비춰 조 의원이 허위사실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반면 "A 비서관은 허위 가능성을 알고도 질의서를 작성해 보고를 한 것으로 판단돼 약식기소 했다"며 "어느 정도 미필적 고의가 인정 된다"고 덧붙였다. 즉 A 비서관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을 하면서도 조 의원에게 보고를 한 게 약식기소 이유라는 얘기다.

검찰의 설명에 따르면 사실 확인에 소홀한 것에 대한 책임을 국회의원이 아닌 비서관에게만 지우고 있는 셈이 된다.

조 전 의원과 비서관 모두 다른 사람으로부터 이야기를 전해 듣고 외부로 전달하는 '똑같은 일'을 했지만 검찰은 국회의원과 비서관에게 각각 다른 기준을 적용해 처분결과를 달리했다. 

한 마디로 검찰의 이번 조 의원 무혐의 처분은 '비서관이 잘못 보고해 국회의원이 잘못한 것'으로 국회의원에게는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로 남게 된 셈이다. 

하지만 국회의원에게도 당연히 객관적 출처와 자료를 통해 사실 여부를 확인할 책임이 있다.

검찰은 조 의원이 충분히 확인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고의가 아니라고 봤다. 대법원 양형위원으로 성추행 전력이 있는 지에 대한 객관적이고 신빙성 있는 자료를 확보하지 않고, 정확한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외부로 공표해도 될 정도로 '긴급한 사안'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소재 법학전문대학원의 한 형법 교수는 "검찰이 조 의원이 사실로 믿을만한 신빙성 있는 출처나 객관적 자료를 확보했다면 그것으로 면책을 해줄수는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이 사건에서는 보좌진의 보고를 의원이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객관적 자료와 신빙성 있어 보이는 근거가 확인될 때까지는 외부로 긴급하게 공표할 만한 사안으로 보기 어려운데도 '시간부족' 등을 이유로 고의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검찰 논리대로라면 국회의원의 허위 명예훼손 책임 다수가 보좌진 책임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국회의원의 묻지마식 폭로도 같은 논리로 무혐의 처분 될수 있다"고 우려했다. [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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