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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강요받은 청소년도 처벌…이상한 '아청법'

시민단체 법개정 운동 열흘 사이 1만명 서명
피해 청소년 80%는 폭력, 협박, 강간 등 경험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2017-12-28 06:30 송고 | 2017-12-28 16:04 최종수정
십대여성인권센터가 진행중이 '아청법 개정 온라인 서명운동'© News1
십대여성인권센터가 진행중이 '아청법 개정 온라인 서명운동'© News1

"어떤 남성분은 교복을 입고 나오면 돈을 더 주겠다고 말했어요. 그저 예쁘고 나이가 어리면 좋아했어요… 돈을 벌 수 있을까 해서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몸도 마음도 전부 망가졌어요."

올해 성인이 된 A씨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막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부터 성매매의 늪에 빠져들었다. 가정 불화로 집에 들어가기 싫었고 밖에서 생활하다보니 '돈'이 필요했다. 쉽게 끊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유혹은 끝이 없었다. 어른들은 '돈'이라는 미끼가 걸린 낚싯대로 아직 미성년인 A씨를 유혹하고 착취했다.
또 다른 청소년 B양(18)은 호기심에 끌려 접속한 모바일 채팅앱에서 만난 남성 C씨의 꾐에 가출했다. 그런데 C씨는 B양을 성폭행하는 것도 모자라 성매매를 강요하고 알선했다. 이후 성매수자와 C씨 사이 발생한 폭력사건으로 B양은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으나 경찰은 B양과 C씨가 공모해 성매매 사기를 했다고 의심했다. B양은 집을 나온 뒤 C씨에게 생계를 의지했다. 결국 경찰조사에서 C씨의 요구에 따라 '스스로' 성매매를 했다고 거짓 진술해야만 했다.

이후 사실을 안 B양의 부모가 성폭력과 성매매 알선 혐의로 C씨를 신고했고 B양은 경찰에서 '피해자'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B양은 성매매를 했다는 이유로 사회봉사, 성교육 이수 등의 보호 처분을 받아야 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아청법)에 따라 '피해청소년'이 아닌 '대상청소년'으로 구분됐기 때문이다.

현행 아청법은 성매수 범죄에 얽힌 청소년을 '대상아동청소년'과 '피해아동청소년'으로 구분한다. 청소년들이 성인들의 요구로 성매매를 하더라도 '자발적'이었다고 판단되면 '대상아동청소년'에 포함돼 피해자 지원이 아닌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시민단체가 아청법 개정을 위해 나섰다. '십대여성인권센터'는 지난 19일부터 아청법 개정을 촉구하는 온라인 서명운동(http://govcraft.org/petitions/68)을 시작했다. 서명 운동을 시작한 지 열흘이 되지 않은 26일 오후까지 참가자가 1만900명을 넘어섰다. 동참 의사를 밝힌 시민단체도 242곳에 이르렀다.

현재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는 성매매 청소년을 범죄자로 규정하는 '대상청소년' 개념의 삭제, 보호처분 폐지, 피해자 보호체계 추가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 2건이 계류 중이다. 십대여성인권센터는 2018년 1월21일까지 서명운동을 진행해 시민들의 의견을 모아 국회에 법개정을 촉구할 예정이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부동산 계약 등 민사상 청소년들은 법적 계약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라며 "오직 성매매만이 본인이 계약했다는 것을 잣대로 성인과 동등한 책임을 묻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 대표는 "처음 서명을 계획할 당시에는 목표를 1만명으로 잡았는데 벌써 목표 인원을 넘어섰다"라며 "지금까지 많은 시민들이 성매매에 이용된 청소년들이 처벌받는 현실을 몰랐는데 이번 기회에 알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개정안을 발의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센터의 서명운동에 대해 "피해 아동·청소년을 '성매매 대상'이 아닌 '피해자'로 규정하는 아청법 개정안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이자 국가인권위의 권고사항"이라며 "법안이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아동·청소년 성매매 환경 및 인권실태 조사'에 따르면 성매매에 유입된 청소년 84.5%는 가족과의 불화, 경제적 빈곤, 탈가정의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80%가 성매매 과정에서 폭행, 협박, 강간, 영상촬영 등의 경험을 당했다고 답했다. 이에 인권위는 지난 8월 법률에서 규정한 성매매 대상 아동·청소년을 피해 아동·청소년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하기도 했다.


potg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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