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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재판 1년…박근혜 한탄 "어마어마한 거짓말" 진실로

최순실 사익 추구 지원 朴·국정농단 도운 공무원들
재판마다 증거·증언 확인돼…내년 2월에 1심 선고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2017-12-25 06:00 송고 | 2017-12-25 11:10 최종수정
지난 1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 상춘재에서 '정규재tv' 와 단독 인터뷰를 하는 모습 (정규재tv 캡처). 2017.1.25/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지난 1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 상춘재에서 '정규재tv' 와 단독 인터뷰를 하는 모습 (정규재tv 캡처). 2017.1.25/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언제나 봄과 같다'는 이름과 달리 화면 속 청와대 상춘재(常春齋)의 공기는 서늘했다.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한 달 넘게 칩거하던 박근혜 전 대통령(65)은 지난 1월25일 한 인터넷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국민에게 입을 열었다. 베이지색 재킷에 갈색 상의 차림으로 등장한 그는 인사를 하자마자 얕은 기침을 했다. '어떻게 지냈냐'는 질문에 "무거운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고 답했다. 살짝 미소짓는 얼굴은 다소 초췌했다.

인터뷰에 들어선 박 전 대통령은 이내 포화를 쏟아냈다. 국정농단 의혹에 대해 "뭔가 오래 전부터 기획된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던 박 전 대통령은 "(나를) 탄핵하기 위해 그토록 어마어마한 거짓말을 만들어내야만 했느냐"고 일갈했다. '경제공동체' 의혹은 "엮어도 너무 어거지로 엮은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허황된 이야기가 진실이라고 하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사회가 됐다"고 한탄했다.
모든 의혹의 중심에는 최순실씨(61)가 있었다. 최씨가 자신에게 어떤 존재였는지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은 "소소한 심부름을 충실히 도와준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반면 검찰 공소장은 "오랜 기간 박 전 대통령의 공적 업무와 사적 영역에 깊이 관여하며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정리했다. 둘 사이의 간극에서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건 법원의 몫이 됐다.

지난 1월 최순실씨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2017.1.25/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지난 1월 최순실씨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2017.1.25/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1년가량 진행된 재판에선 최씨의 '국정농단'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보여주는 구체적인 증거와 증언들이 쏟아졌다. 미르재단 간부는 공식 직함이 없는 최씨를 '회장님'으로 극존칭 했고, 삼성이 승마협회에 지원한 마필의 계약은 최씨가 주도했다. 6개월 동안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차명폰으로 570회 통화한 사실, 롯데가 70억원을 K스포츠재단에 출연하기 직전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수십차례 통화한 사실도 제시됐다.

많은 증거·증언들은 "헌법과 국가공무원법을 위배한 박 전 대통령이 지위와 권한을 남용해 최씨의 사익 추구에 관여하고 지원했다"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문 내용을 뒷받침했다. 박관천 전 행정관의 "최순실이 우리나라 권력 서열 1위이며 박근혜 대통령은 3위에 불과하다"는 진술은 2014년에는 황당한 주장이었지만, 2017년에는 규명하지 못했던 진실로 평가받았다.
이 과정에서 핵심 공직자들이 대통령의 부당한 지시를 수행하는 데 앞장선 사실도 밝혀졌다. 이들이 임명권자의 지시를 거절하지 못한 것인지 최씨의 권력에 편승하려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라고 규정한 헌법에서 벗어나 결과적으로 국정농단에 조력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1심 선고를 앞둔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58)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51)은 실형이 유력하며, 김기춘 전 비서실장(78)과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61)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과 최순실씨. 2017.8.1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과 최순실씨. 2017.8.1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재판이 진행될수록 상황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이들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은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48)과 차은택씨(48), 장시호씨(38) 등 주요 피고인도 유죄가 인정됐다. 이들은 공소장에 "박 전 대통령·최씨와 공모했다"고 적시됐다. 아직 선고되지 않았지만 박 전 대통령 등도 같은 결론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심리가 막바지에 이르자 박 전 대통령은 변론할 권리를 스스로 포기했다. 국민이 선출한 국회가 탄핵했고 헌법재판소가 받아들였으며, 자신이 임명한 검찰총장이 구속영장을 신청해 재판을 받게 된 박 전 대통령은 이를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이라 규정하고 출석을 거부했다. 재판은 잠시 중단됐지만 국선변호인 체제로 진행됐다. 재판부는 봄이 오기 전인 내년 2월쯤 선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가 탄핵안을 인용하고 이틀 후인 지난 3월12일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를 떠나 삼성동 사저에 도착했다. 당시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이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헌재의 결정에 승복할 수 없다는 의미였지만, 문장 자체는 사실을 담고 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 엄동설한에 갇혔던 시계바늘은 상춘(常春)을 향해 가고 있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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