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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빠른' 대부업 대출 막는다…취약계층 돈줄 가뭄 걱정

대부업 감독 강화…묻지마 대출, 쉬운 대출 근절 목표
저신용자 대상 고금리 대출 순기능 저하 우려는 과제

(서울=뉴스1) 김영신 기자 | 2017-12-19 17:36 송고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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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장 300만원이 필요한데 돈이 나올 구석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던 직장인 A씨(45). 카드값 연체로 저신용자가 된 A씨의 눈에 "소액 대출은 심사 없이 당장 쏴드린다"는 대부업체 광고가 들어왔다. 숨통을 틔워주는 돈줄을 만난 셈이다.

대부업 대출에 발을 들이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저소득·저신용 서민·취약계층은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고금리를 감수하고 대부업을 이용한다. 한 번만 연체해도 고금리 이자로 빚은 눈덩이로 불고, 이걸 막기 위해 다시 대부업이나 불법 사채를 쓰는 악순환이 반복한다.
금융위원회가 이런 굴레를 끊어낸다는 목표로 19일 대부업 감독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빚 권하는 사회'에서 탈바꿈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다. 내년부터 대부업 광고에서 '단박에', '무서류' 등 쉽게 돈을 빌려준다는 내용을 담은 문구를 금지하는 등 광고 규제를 강화한다. '묻지마 대출'을 없애기 위해 청년과 고령자부터 300만원 이하 소액 대출 때 소득·채무 확인을 단계적으로 도입한다. 연대보증을 없애고 서민·취약계층의 급한 생활자금에 대해서만 일부 예외를 둔다. 대부중개업자, 매입채권추심업자에 대한 여러 규제 강화도 이번 방안의 줄기다.

시중은행 대출규제 강화에서부터 대부업 감독 강화까지, 정부의 대출 관련 대책은 "갚을 능력이 없으면 빌리지도, 빌려주지도 말라"는 말로 요약된다. 1400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의 가계부채 시한폭탄을 끄기 위해 지금까지 쉬웠던 대출 문턱을 높여서 돈줄을 죄는 것이다. 대부업 시장에 대한 감독 당국의 권한을 늘려서 촘촘히 들여다보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상위 20개 대부업체 대출 잔액은 8조8146억원, 연체금액은 4318억원, 평균 연체율은 4.9%다. 연체 금액과 연체율이 해마다 늘고 있고, 특히 청년층과 노인층에서 연체율이 급증하는 추세다. 연체가 장기화한 채권을 업자가 다른 업자에게 넘기면서 오랫동안 추심 고통에 시달려야 한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장기연체채권 소각이 여기서 나온 대책이다.
정부 대책대로 대부업 감독을 강화하고 대출을 조이면 무분별한 대출과 그로 인한 연체-추심 문제는 어느 정도 완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명순 금융위 중소서민정책관은 "상환능력 고려 없이 무분별한 대출을 하지 않게 책임성과 여신심사 역량을 높이고, 빚을 권하는 관행을 개선하겠다"며 "고금리 대부를 이용하는 저신용·저소득 취약계층의 피해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반대로 대부업 시장을 옥죄면서 저신용·저소득 취약계층에게 불똥이 튈 우려도 크다. 대부업은 신용등급 7~10등급인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고금리 대출이다. 저신용자에게 자금을 제공하는 순기능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급한 돈을 빌려야 하는데 이전과 달리 대부업 대출 때 까다로운 심사를 거치다 돈이 필요한 시기를 놓치거나, 대출을 거절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대부금융협회 측은 이날 감독강화 방안에 대해 "대부업계는 서민·취약층 대출 공급 기능이 있는데 이 기능이 약해질 우려가 커졌다"며 "최고금리 인하에 이어 대부업 감독 강화로 영업이 위축될 수밖에 없어 업체들이 생존에 대한 혼란을 느끼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이런 반작용을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명순 국장은 "소비자 보호와 대부업 시장을 건전하게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취약계층 대출이 위축하는 일시적인 마찰은 불가피하다"며 "여러 방안을 한 번에 시행하지 않고 시장 상황을 봐가며 단계적으로 시행해서 최대한 연착륙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최고금리 인하, 대부업 감독 강화 등에 따른 취약차주 보호를 위해 정책 서민금융과 채무조정, 복지 지원 등을 강화하는 후속 대책을 따로 내놓기로 했다.


eriw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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