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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기록 없는 '0차독대'…대화내용도 '빈칸'

안봉근 "날짜 기억 못하지만 안내한 기억은 있다"
27일 朴 증인신문에 결심까지 진행 예정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2017-12-19 06:00 송고 | 2017-12-19 09:44 최종수정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최순실 뇌물' 관련 뇌물공여 등 항소심 14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7.12.18/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최순실 뇌물' 관련 뇌물공여 등 항소심 14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7.12.18/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을 증언대에 세워 2014년 11월 말 이전에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간 독대가 한차례 더 있었다는 증언을 얻어냈다. 그러나 특검 주장대로 2014년 9월12일인지 여부는 끝내 확인되지 못했다.

지난 18일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 5명의 항소심 재판에 특검 측 증인으로 나선 안 전 비서관은 "정확한 시기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청와대 안가 출입기록 사실조회…경호처 "이재용 방문 확인 안돼"

지난 14일 대통령 경호처가 특검에 보낸 사실조회신청 회신문건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9월12일 오후 3시30분부터 6시30분까지 청와대 안가에 머물렀음이 확인됐다. 반면 특검이 이날 안가에 방문했다고 주장하는 이 부회장의 안가 방문여부에 대해서 대통령 경호처는 "청와대 부근 안가에 방문한 사실 및 방문시간은 확인되지 않음"이라고 답변했다. 삼성 측은 애초 2014년 9월15일 독대 사실도 이 부회장이 먼저 특검 조사에서 스스로 말한 것인데 뭐하러 사흘전 독대 사실을 숨기겠느냐는 입장이다.

날짜조차 특정되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독대가 있었다면 무슨 대화가 오고갔는지가 더 중요한 쟁점임에도 결심공판을 열흘 앞둔 현재 이 대목은 빈칸으로 남았다. 이 부분에 대한 공소장 변경도 아직 이뤄지지 않아 '0차독대' 존재 여부 공방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항소심 결과에 영향을 미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0차독대'는 기존 2014년 9월15일 1차독대 이전에 한번 더 독대가 있었다며 특검이 다시 들고나온 의혹이다.
특검 주장을 뒷받침할 안 전 비서관은 "정확한 시기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2014년 하반기 대구창조경제센터 개소식 외에 청와대 안가에서 한 차례 독대가 더 있었다"고 주장했다. 기존 알려진 바와 달리 독대가 3번이 아닌 4번이었다는 것이다.

이에 삼성 측 변호인단은 안 전 비서관의 추측성 진술을 탄핵하는 전략을 폈다. 청와대 경제수석실 김건훈 전 행정관이 작성한 '대기업 등 주요 논의 일지'에 기재된 총수 면담 일정의 오류를 지적하며 특검 주장을 무력화하는데 주력했다. 삼성 측 변호인은 아예 (특검이 제시한)김건훈 문건의 오류를 지적하는 리스트를 만들어와 법정에서 제시했다.

삼성 측 장상균 변호사는 "김건훈은 10월15일에 두산그룹 총수와 면담한다고 적어놨지만 이 시기는 대통령이 이탈리아 순방을 간 시기라 청와대 안가에서 만나는 것이 불가능하고, 롯데 독대 날짜 부분에는 물음표도 등장한다"며 "현대차 독대 날짜도 다르고 작성자인 김건훈 스스로도 메모의 오류를 인정하기도 했다"고 특검 측 주장을 반박했다. 변호인은 "확인하기 민망한 내용"이라며 "청와대 보좌관이 만든 것이 이렇다. 대통령 순방 일정 등을 고려하면 절반 이상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삼성 측 변호인이 "애초 대통령이 삼성과 단독면담을 계획하다가 어차피 9월15일에 대구에서 행사가 있으니 그때 단독면담을 하는 것으로 계획이 바뀐것 아니냐"고 묻자 안 전 비서관은 "그 과정은 잘 모른다"고 답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및 지원기업 대표단 간담회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앞줄 왼쪽부터 손경식 CJ 회장, 김창근 SK 의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박근혜 전 대통령,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청와대 제공) 2015.7.24/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및 지원기업 대표단 간담회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앞줄 왼쪽부터 손경식 CJ 회장, 김창근 SK 의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박근혜 전 대통령,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청와대 제공) 2015.7.24/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0차독대 날짜공방만…독대 내용 공방 실종

독대가 언제 있었느냐에 대한 사실관계를 다투기만 했을 뿐, 정작 가장 중요한 독대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공방은 실종됐다. 특검은 9월12일 '0차독대'가 있었다면 그 자리에서 무슨 청탁이 오고갔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주장을 하지 않았다. 독대가 있었다는 주장만 나온 채로 재판이 막바지에 이르자 삼성 측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업무수첩을 제시했다.

안종범 수첩의 2014년 9월9일 VIP 기재내용을 보여주면서 삼성 측 변호인은 "수첩을 보면 총수면담 어젠다라고 써있고 첫번째 어젠다가 '창조경제센터 추진계획'이라고 나와있다"며 "대통령 입장에서는 재벌 총수들을 쭉 불러서 창조경제센터를 잘 하겠냐고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9월15일에 삼성이 설립한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개소식이 있고 대통령이 가기로 일정이 잡힌 상황이었다"며 "불과 일주일후에 개소식에서 만날 이재용을 또 불러서 센터 추진계획이 잘되고 있는지 확인해볼 필요는 없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안 전 비서관은 "변호사 말이 이치상으로는 저도 충분히 맞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박 전 대통령이 가장 공들인 대표 정책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7월24일 청와대로 대기업 총수들과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 관계자를 불러 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정몽구 현대차 회장 등 3명의 대기업 총수를 만나고 다음날인 25일 이재용 부회장 등 4명의 기업 총수를 더 만났다.

한편, 이미 수차례 특검의 공소장 변경이 이뤄진 상황에서 '0차독대'에 대한 추가 공소장 변경이 있을지 불투명한 가운데, 재판부는 늦어도 오는 28일 변론을 종결하기로 했다.

정형식 부장판사는 오는 27일 박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소환하고, 같은 날 피고인신문과 변호인의 최후진술, 특검의 구형까지 진행한다고 밝혔다. 본인의 형사재판도 보이콧하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의 재판에 출석할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에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법정에 나오지 않을 경우 그대로 결심공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만일 (결심공판에) 시간이 모자란다면 28일에 연속해서 개정하겠다. 28일까지는 모든 절차를 끝내겠다"고 말했다.


see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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