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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의 '암 발병' 원인 골든리트리버에게서 찾는다

'골든리트리버 일생 연구' 3천여마리 반려견 참여

(서울=뉴스1) 정이나 기자 | 2017-12-15 16:36 송고 | 2017-12-15 17:15 최종수정
(출처=모리스 동물재단) © 뉴스1
(출처=모리스 동물재단) © 뉴스1

강아지들이 동물병원을 찾는 이유는 대부분 치료 또는 예방접종을 위해서다. 이번 달 미국 시카고의 병원을 찾아 검진을 받은 골든리트리버종 파이퍼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1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시카고에 사는 4살 난 골든리트리버 파이퍼는 병원에서 무려 3시간에 걸쳐 검진을 받았다. 수의사는 파이퍼의 털을 자르고 발톱을 깎아 봉투에 넣고 체액을 채취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워싱턴DC 외곽의 한 연구소로 보내졌다.
이 연구소에는 파이퍼와 같은 골든리트리버 수천마리로부터 채취한 털이나 발톱, 체액이 대량 보관돼 있다. 목적은 골든리트리버 종에 흔히 발병하는 암의 원인을 밝혀내기 위함이다.

미국 전역의 골든리트리버 3000여 마리가 자기도 알지 못한 채 3200만달러(약 348억원) 규모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골든리트리버 일생 연구'(Golden Retriever Lifetime Study)에 참여하는 개들은 모두 2살이 되기 전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며 반려인이 그들의 일상 면면을 세세히 기록하게 된다.

연구진은 이들 골든리트리버 견종의 생물학적 부분만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무엇을 먹고 어디서 잠을 자며, 양치질은 얼마나 자주 하는지, 이들이 뛰노는 잔디밭에 살충제가 뿌려져있는지 여부 등 반려인들이 제공한 정보를 토대로 개의 일상을 철저히 분석한다.
과거 사람을 대상으로 한 이 같은 종단연구(longitudinal study)는 있었지만 이번처럼 많은 숫자의 반려견을 상대로 장기간에 걸친 종단연구를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골든리트리버의 유전자·식단·환경·생활방식과 그들의 건강 간 상관관계를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 나아가서는 골든리트리버가 아닌 다른 종의 개들과 사람에게도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는게 연구진의 바람이다.

콜로라도주립대 플린트 동물 암센터의 로드니 페이지 박사는 어찌 보면 쓸모없다고 여겨질 정도의 정보까지 수집하는 것에 대해 "이상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언제, 어떤 방식으로 중대 위험 요인을 알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골든리트리버 일생 연구'의 핵심은 개들의 암 발병 원인을 밝혀내는 것에 있다. WP에 따르면 암은 2살 이상 개들의 가장 흔한 사인 중 하나로 10살 또는 그 이상인 개의 절반이 암 진단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은 특히 골든리트리버종에게서 좀 더 자주 발견된다.

연구 대상으로 골든리트리버가 선택된 이유는 단지 암 발병율이 다른 견종에 비해 높기 때문만은 아니다.

골든리트리버는 미국에서 3번째로 인기가 많은 견종으로, 3000마리에 달하는 대상을 찾기가 상대적으로 쉬운데다 이들을 선택하는 반려인 또한 이른바 골든리트리버 '마니아'인 경우가 많아 그들의 '일생'을 세밀하게 기록해야 한다는 연구 특성에도 부합하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2012년 시작된 '골든리트리버 일생 연구'는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만큼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진 못했다. 연구 대상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개가 7살밖에 되지 않아 아직까지는 암과 같은 큰 질병으로 힘들어하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연구를 이끄는 페이지 박사는 "골든리트리버는 우리가 뛰어다닐 때든, 밥을 먹고 여행을 할 때든, 언제나 우리 옆에 있다. 사실상 우리와 비슷한 환경과 활동에 노출돼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처=모리스 동물재단) © 뉴스1
(출처=모리스 동물재단) © 뉴스1



l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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