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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 줄세우고 남학생에게 고르게 한 교수…"우리가 꽃인가"

연대 대자보 "학과도 가해자 편들어"
무기한 강의 배제 해당 교수 "드릴 말씀이 없다"

(서울=뉴스1) 김다혜 기자 | 2017-12-14 17:45 송고 | 2017-12-14 18:08 최종수정
1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중앙도서관 앞에 A교수의 성희롱과 학과측 대응을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어있다. 일부 학생들은 대자보 오른쪽 아래에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쪽지를붙였다. 2017.12.14/뉴스1 © News1
1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중앙도서관 앞에 A교수의 성희롱과 학과측 대응을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어있다. 일부 학생들은 대자보 오른쪽 아래에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쪽지를붙였다. 2017.12.14/뉴스1 © News1

방송 출연과 대중 강연으로 이름을 널리 알린 연세대 모 교수가 강의 중 여학생들을 지속적으로 성희롱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교수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14일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중앙도서관 앞 등에는 'A교수는 수업에서 여학생들을 성적 노리개로 취급했던 사실을 제발 사과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대자보에는 A교수가 여학생들이 강의실 앞에 나와 자기소개를 하고 이상형을 밝히게 한 뒤 남학생들이 마음에 드는 여학생을 한 명씩 선택해 조모임을 구성하게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익명의 대자보 작성자는 "간택을 받은 여학생에게 승낙하고 말고 할 권리는 물론 없었다"며 "교수님은 수업에서 남학생들에게 저희를 증여했다. 저희는 상품처럼 교환되고 소비됐다"고 비판했다.

또 "교수님은 연세대를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인문학자다.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정의란, 공동체란 이런 것이었을까"라며 여학생들의 문제제기에도 A교수가 이러한 조모임 방식을 이어갔다고 밝혔다.

대자보에 따르면 A교수는 종강 뒷풀이에서 "술자리에 여자가 없으면 칙칙하지"라고 말하며 테이블마다 여학생을 한명씩 앉게 하기도 했다. 여학생들에게 춤을 추라고 하거나 장기자랑을 요구하기도 했다.

작성자는 "저희는 사람이 아니라 화사함을 내뿜는 꽃인가. 술맛 돋구는 안줏거리인가. 여성은 왜 술자리의 칙칙함을 거둬야 하는 존재가 되느냐"라고 물으며 "저희는 그 자리의 참여자가 아니라 분위기 돋우는 수단에 불과했다"고 호소했다.

학교 차원의 대응이 미비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자보와 연세대 관계자에 따르면 A교수는 지난 4월, 2차례 열린 교수-학생 간담회에서 가해사실을 인정하고 학생들에게 사과하며 피해 당사자뿐 아니라 현장에 있던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추가적인 사과를 약속했지만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대자보 작성자는 "피해 학생들은 공개 사과문을 요구했지만 A교수는 학과와 연락을 끊고 사과 요구안을 무시했다"며 "학과는 A교수에 대한 학부수업 중지 처분만을 결정하고 A교수가 학생들이 요구한 사과를 이행하도록 조치하는 것을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또 "학과는 피해 여학생들이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인 A교수를 대면하기에 심리적 부담감과 두려움이 크다는 점을 알고도 공개사과회를 제안했다"며 "서면 사과문은 좋지 않은 선례로 남을 수 있다는 얼토당토 않은 우려를 표하며 거부했다. 이는 명백한 가해자 편들기 "라고 주장했다.

연세대 관계자는 "학과 인사위원회가 무기한 학부 강의금지 조치를 결정했고 올해 2학기부터 강의를 하지 않았다"며 "A교수가 지금 서면사과를 준비하고 있는 걸로 안다. 학생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사건이 해결되도록 사안의 전개에 따라 본부도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고 밝혔다.

A교수는 뉴스1과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대자보에 담긴 성희롱 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A교수는 저명한 인문학자로 대중 강연과 방송 출연으로 얼굴을 알렸다.


dh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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