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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무용계 현안] "구조적 변화와 지속적 대화 필요"(종합)

무용인희망연대 오롯 주최 '합동토론회' 무용계 대거 참여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2017-12-13 09:24 송고 | 2017-12-13 10:36 최종수정
합동토론회 '건강한 무용생태계를 위한 상생의 비전을 모색하다'가 무용인희망연대 오롯의 주최로 12일 서울 대학로 서울문화재단 대학로연습실 다목적룸에서 열리고 있다. 2017.12.12/뉴스1 © News1 박정환 기자
합동토론회 '건강한 무용생태계를 위한 상생의 비전을 모색하다'가 무용인희망연대 오롯의 주최로 12일 서울 대학로 서울문화재단 대학로연습실 다목적룸에서 열리고 있다. 2017.12.12/뉴스1 © News1 박정환 기자

무용계가 촛불집회를 계기로 각자도생하던 기존의 흐름에서 벗어나 연대하기 시작했다. 무용인들이 자발적으로 한국무용·현대무용·발레 등 장르를 초월하고, 협회·독립무용가 등 기존의 활동 방식에서 벗어나 건강한 무용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모인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다.

합동토론회 '건강한 무용생태계를 위한 상생의 비전을 모색하다'가 무용인희망연대 오롯의 주최로 지난 12일 서울 대학로 서울문화재단 대학로연습실 다목적룸에서 열렸다. 무용인희망연대 오롯은 무용인들이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를 반대하기 위한 서명 운동을 벌이는 과정에서 태어났다.
오롯은 2016년 11월3일부터 올해 3월9일까지 19주 동안 매주 목요일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무용인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될 때까지 1인 시위를 이어간 예술 장르는 무용계가 유일하다.

이날 토론회에는 무용계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장르와 계파를 초월해 참석했다. 무용계 최대 규모의 협회이자 보수적 성향이 강한 한국무용협회부터 한국무용·현대무용·발레 등 장르별 협동조합, 진보 진영의 한국민족춤협회까지 발제에 참여한 이번 토론회에선 무용계의 현안을 다루면서 대안을 모색했다.

1부에선 한국무용협회 김종덕 한국무용분과위원장이 '한국무용협회의 또 다른 시작'을, 김길용 발레STP협동조합 이사가 '한국 발레계의 생태계와 발전방향 모색'을, 박성혜 무용인희망연대 오롯 운영위원이 '무용인들이 원하는 권익과 복지'를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2부에선 밝넝쿨 현대무용협동조합 감사가 '현대무용협동조합이 나아갈 길'을, 한효림 한국무용협동조합 부이사장이 '대한민국무용의 생태변화에 따른 생존전략'을, 천샘 오후의예술공방 대표가 '청년예술가의 슬픈 현주소'를, 변우균 민족춤협회 학술위원장이 '건강한 춤 생태계를 위한 생각과 실천들'을 주제로 토론회를 이어갔다.

사회를 맡은 김윤진 독립무용가는 "무용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패러다임 시프트하는 단계라고 본다"라며 "무용계 안에서 서로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한 것 자체가 큰 의미라고 본다"고 했다.

김종덕 한국무용협회 한국무용분과위원장이 12일 서울 대학로 서울문화재단 대학로연습실 다목적룸에서 열린 합동토론회 '건강한 무용생태계를 위한 상생의 비전을 모색하다'에서
김종덕 한국무용협회 한국무용분과위원장이 12일 서울 대학로 서울문화재단 대학로연습실 다목적룸에서 열린 합동토론회 '건강한 무용생태계를 위한 상생의 비전을 모색하다'에서 "한국무용협회가 내부개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7.12.12/뉴스1 © News1 박정환 기자

◇ "한국무용협회 내부개혁중" vs "근본적 변화 필요"

"한국무용협회는 변화와 발전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협회는 대한민국 무용계의 구심점이 되기 위해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무용인들의 권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김종덕 한국무용협회 한국무용분과위원장은 합동토론회 첫 발제자로 나서 "한국무용협회의 내부 개혁이 시작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종덕 협회 분과위원장은 내부개혁의 구체적 사례로 한국무용협회가 주최하는 '대한민국무용대상', '전국무용제' 등 주요 경연의 개혁안과 '코리아 댄스 플랫폼' 구축 등을 설명했다. 이에 무용인들은 협회 사업을 경연대회에서 페스티벌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분과위원장은 "경연대회에서 심사위원의 노출을 엄격히 차단하고 등수별로 점수의 편차를 최소화해 점수 몰아주기가 불가능하도록 바꿨다"며 "비디오 영상을 보고 심사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예술의전당 야외무대에서 현장평가를 통해 심사한다"고 설명했다.

코리아 댄스 플랫폼은 무용작품을 발굴해 해외 시장 진출을 돕는 온라인 무용정보 시스템이다. 그는 "우수한 무용 작품을 영상과 함께 영어 등 다국어로 번역해 소개하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호빈 댄스시어터 까두 대표를 비롯해 대토론회에 참석한 무용인들은 한국무용협회가 근본적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한국무용협회가 무용인들의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며 "협회의 주요 사업이 경연 중심에서 벗어나 페스티벌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연 대회는 심사 과정에서 언제든지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길용 발레STP협동조합 이사가 12일 서울 대학로 서울문화재단 대학로연습실 다목적룸에서 열린 합동토론회 '건강한 무용생태계를 위한 상생의 비전을 모색하다'에서
김길용 발레STP협동조합 이사가 12일 서울 대학로 서울문화재단 대학로연습실 다목적룸에서 열린 합동토론회 '건강한 무용생태계를 위한 상생의 비전을 모색하다'에서 "발레 생태계가 국립발레단 중심의 역피라미드 구조로 돼 있다"고 말했다. 2017.12.12/뉴스1 © News1 박정환 기자

◇ "국립발레단 중심 역피라미드 발레계"

김길용 발레STP협동조합 이사는 두번째 발제에서 민간발레단 6개 단체가 모인 '발레STP협동조합'의 현황을 설명하고, 발레계의 성장을 막는 구조적 문제로 대학 무용학과와 국립발레단을 꼽았다.

2014년 시작된 '발레STP협동조합'에는 민간 발레단 '맏이' 격인 유니버설발레단을 필두로 서울발레시어터, 이원국발레단, 서발레단, 와이즈발레단, 김옥련발레단 등 6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와이즈발레단 대표인 김 이사는 "민간 발레단이 한국에서 활동하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며 "함께 모여 발레단의 생존을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협동조합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민간 발레단의 현실은 열악 그 자체다. 월급과 4대 보험 지급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민간 발레단이 유니버설발레단을 포함, 1~2곳밖에 없다. 민간 발레단 대부분이 공연 별로 출연수당을 주고 있으며 소속 무용수들은 아르바이트를 뛰며 생계를 꾸려나가는 형편이다.

김 이사는 한국 무용계가 대학 무용학과를 중심으로 발전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발레뿐만 아니라 한국 무용계는 대학에 무용학과가 많아지면서 발전했다"며 "매년 무용인이 많이 배출되지만 이들을 수용한 민간발레단의 여건이 열악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지금 상황에선 대학이 교육과 공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보니 무용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대학에서 만든 발레단은 전문 무용수와 아마추어의 구분이 불분명하다. 프로 무용수가 활동할 수 있는 단체가 많이 생겨나야 한다"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김 이사는 한국 발레계가 많이 성장했지만 여전히 기초 체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무용수들이 세계적 발레단에서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을 정도로 많은 발전을 이뤄냈다"며 "그러나, 발레계의 구조는 안정적인 피라미드 형태가 아니라 최상위단체인 국립발레단 중심의 역피라미드 구조로 형성돼 영세 규모인 민간 발레단들이 거대한 국립발레단을 지탱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립발레단은 1년 예산이 100억 규모의 거대 단체"라며 "국립발레단이 지방 소도시까지 내려와서 무료로 공연하니까 지역 기반의 민간 발레단이 설 땅이 점점 줄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지역민이 고급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권리도 중요하지만 민간 발레단이 생존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고도 강조했다.

박성혜 무용인희망연대 오롯 운영위원이 12일 서울 대학로 서울문화재단 대학로연습실 다목적룸에서 열린 합동토론회 '건강한 무용생태계를 위한 상생의 비전을 모색하다'에서
박성혜 무용인희망연대 오롯 운영위원이 12일 서울 대학로 서울문화재단 대학로연습실 다목적룸에서 열린 합동토론회 '건강한 무용생태계를 위한 상생의 비전을 모색하다'에서 "무용인들 권익과 복지를 위해 고용보험 입법 단계에서 무용인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7.12.12/뉴스1 © News1 박정환 기자

◇ "현실 반영한 예술인 고용보험 만들자"

"'예술인 고용보험'은 예술인이 예술활동을 준비하는 기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제도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8년 유예 기간을 거쳐 2019년 실시를 목표로 현재 법제화 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박성혜 무용인희망연대 오롯 운영위원은 토론회 1부 마지막 발제에서 "예술인 고용보험이 무용계의 현실에 맞게 제정되도록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단체는 지난 3월부터 매월마다 토론회를 열면서 블랙리스트 사태의 진상 규명과 예술인고용보험 입법 과정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박성혜 운영위원은 "무용인들이 문화예술 블랙리스트 사태를 겪으면서 시민으로서의 예술가의 역할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며 "광화문광장에서 1인 시위를 벌였던 열정이 무용계의 오래된 적폐를 청산하고 복지를 개선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예술인 고용보험'은 고(故) '최고은·김운하'처럼 생활고에 시달리다 젊은 예술인들이 숨지는 비극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마련하고 있다. 문체부의 방안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연 보험료 18만원을 내면 12.5배인 231만원의 실업급여를 받는 구조다.

박 위원은 수급 기간과 요건 등에서 무용인들의 현실에 맞게 '예술인 고용보험' 법안을 다듬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은 "문체부 발표안을 살펴보면 작품 1개당 연습기간을 1개월만 인정한다"며 "무용수가 3년 동안 12개 작품에 출연해야 수급 요건을 충족하는데 특A급에 해당하는 국립무용단이나 국립현대무용단에 출연하는 무용수들이나 겨우 충족할 수 있는 조건"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은 "작품 하나를 올리기 위해 1개월 이상 연습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며 "대다수의 예술인이 '예술인 고용보험' 수급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제도를 만든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연습시간을 현실화하듯 작품 기획회의, 리서치, 갈라공연, 초연작과 재공연 등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도 했다.

밝넝쿨 현대무용협동조합 감사가 12일 서울 대학로 서울문화재단 대학로연습실 다목적룸에서 열린 합동토론회 '건강한 무용생태계를 위한 상생의 비전을 모색하다'에서
밝넝쿨 현대무용협동조합 감사가 12일 서울 대학로 서울문화재단 대학로연습실 다목적룸에서 열린 합동토론회 '건강한 무용생태계를 위한 상생의 비전을 모색하다'에서 "협동조합을 통해 작업을 공유하면서 소통의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말하고 있다. 2017.12.12/뉴스1 © News1 박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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