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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남 시인 "시를 쓰려고 말고 삶을 쓰려고 하라"

[인터뷰]5년만에 시집 '꽃 밟을 일을 근심하다' 출간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2017-12-12 05:30 송고 | 2017-12-12 14:58 최종수정
장석남 시인이 8일 서울 성북구 한 카페 정원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12.8/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장석남 시인이 8일 서울 성북구 한 카페 정원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12.8/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나는 긴 비문(碑文)을 쓰려 해, 읽으면/갈잎 소리 나는 말로 쓰려 해/사나운 눈보라가 읽느라 지쳐 비스듬하도록,/굶어 쓰러져 잠들도록,/긴 행장(行狀)을 남기려 해'('불멸' 부분)

홍안의 인천 덕적도 출신 섬소년이 30년 넘게 시를 쓰다가 50대 초반에 들어섰다. 올해로 등단 30년을 맞은 장석남 시인(52)이 최근 시집 '꽃 밟을 일을 근심하다'(창비)를 출간했다. 첫 시집 '새떼들에게로의 망명'부터 일관되어온 소년과 청년기의 상처와 그의 치유로부터, 꽃이 진 것을 깨닫고 그리고 사소한 상처라도 타인에게 줄까 근심하는 세계로 깊어졌다.
나이든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인의 마음은 그렇기에 슬픔보다는 기대감이다. 지난 8일 서울 성북동의 한 찻집에서 만난 장석남 시인은 "첫 시집만큼은 아니지만 새로 출발하는 듯한, 오래 잊고 지냈던 설렘이 있다"면서 "뭔가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듯한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장 시인은 섬세하고 따뜻한 감수성으로 전통 서정시의 맥을 이어온 시인으로 평가된다. 외모는 '미소년'에서 '꽃중년'으로 바뀌었지만 꽃과 바람, 햇살 한 줄기에도 설레는 듯한 모습은 시 속에서 여전하다. 여기에 '꽃 밟을…'에서는 '고대'(古代)라는 연작 시를 통해 자신과 인류의 근원적인 정서를 캐보려는 시도를 새롭게 한다.

"몸도 늙어가고, 어쩔 수 없는 가족의 죽음 등을 앞두면서 삶과 죽음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생각했고 그러면서 출발점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어려서 말을 많이 안할 때 교감하던 파도 소리, 어둠, 별들과 나눈 것이 말로 된 언어보다 조화로웠다고 생각해요. 지식이 생기기 전의 어떤 원초적인 세계가 훨씬 더 현실보다 모순적이지 않고 조화롭다 생각하며 그런 상태를 '고대'라고 부르고 그려보려 했습니다." 
장 시인은 1997년 영화 '성철'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돼 머리를 밀고 연기했던 경력이 있다. IMF때문에 개봉되지는 못했지만 그 덕분에 불교에 입문하게 됐다. "그게 계기가 되어 불교를 아주 좋아하게 됐어요. 아쉽게도 많이 깊이 공부한 것은 아니지만 불교가 너무 멋졌습니다." 그는 교리가 설득력있고 과학적이면서 대범하고 흔들리지 않는 큰 어떤 것이 불교 속에 있다고 설명했다. "불교를 통해 많은 답을 얻었느냐"고 묻자 그는 "불교는 답을 주는 종교가 아니다. 인간을 질문하게 만드는 게 불교"라고 대답했다.

"'이게 뭘까' 하고 질문해 들어가면 그 질문이 없어져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닌 다른 형태의 해결책을 얻거나 해답이 따로 없이 '이미 질문 속에 해결책이 있었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돼요."

신춘문예 단골 심사위원이자 대학 문예창작과 교수로 10여년간 일해온 그는 요즘 젊은 시인들의 시에는 따끔한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젊은 시인들의 시를 읽을 수가 없어요. 재미없는 채널을 계속 보고 있을 수 없는 것처럼요. 자기 삶에서 나온 것 같지 않고 책에서 보고 재생산한 '만들어진 시' 같아요. 그렇게 만들다보니 자꾸 꼬이고 복잡하고 자폐적인 시가 되는 거죠."

그렇다면 "어떤 시가 좋은 시인가" 묻자 장 시인은 김소월의 시를 예로 들며 이렇게 대답했다. "소월의 시가 얼핏 보면 싱거운 듯한데 보면 볼수록 절절하죠. 시인이 삶의 절실함을 겪었거나 연민의 감정으로 외부의 것에 직접 참여해 얻은 시라는 느낌을 받아요. 그렇기에 아무리 책상에서, 손끝에서 현란하게 시를 써도 그보다 소월의 시가 잘 읽혀요. 요즘 젊은 시인들이나 지망생들은 너무 '시'를 쓰려고 하지만 '삶'을 쓰는 게 바로 시입니다."

장석남 시인이 8일 서울 성북구 한 까페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앞두고 사진을 찍고 있다. 2017.12.8/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ungaung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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