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정유진의 제작노트①] '7호실' 제작자 "'카트'로 만난 도경수, 사람+배우로 성장"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2017-11-30 11:30 송고 | 2017-11-30 15:04 최종수정
2017.11.23. 파주 명필름 아트센터. '명필름' 대표 심재명 인터뷰 © News1 강고은 에디터
2017.11.23. 파주 명필름 아트센터. '명필름' 대표 심재명 인터뷰 © News1 강고은 에디터

※ 한 편의 영화가 관객들을 만나기까지, 거의 모든 과정에 관여하는 제작자는 감독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을 담당합니다. [정유진의 제작노트]에서는 의미있는 행보를 보여주는 제작자들을 만나 스크린 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명필름 심재명 대표는 현대 한국 영화사의 산증인이다. '접속'(1997)의 제작자로 90년대 이름을 떨친 이래 김지운 감독의 '조용한 가족'(1998), 김기덕 감독의 '섬'(2000),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2000)를 비롯해 '버스, 정류장'(2002) '후아유'(2002) 'YMCA 야구단'(2002) '그때 그 사람들'(2005) '광식이 동생 광태'(2005)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7) '시라노: 연애조작단'(2010) '마당을 나온 암탉'(2011) '건축학개론'(2012) '관능의 법칙'(20130 '카트'(2014) 등의 작품을 선보였다. 흥행작도,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작품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한국 영화사에서 중요한 지점 한 자리씩을 차지한 작품들이다. 지난 22년간 '명필름' 마크를 단 대부분의 영화는 대부분 그 만듦새와 영화적 가치를 인정 받았고, 심재명 대표는 '충무로의 품질보증 마크'라는 명성을 쌓았다.
올해 명필름은 두 편의 '특별한' 상업 영화를 세상에 내놓았다. 영화사 시선과 공동 제작한 '아이 캔 스피크'(김현석 감독)와 A급 배우·스태프가 뭉쳐 만든 저예산 영화 '7호실'이 그것들이다. '아이 캔 스피크'는 일본군 위안부 출신 할머니의 현재를 휴먼 코미디라는 장르에 녹인 작품. 과거 당했던 고통의 '전시'에만 그쳤던 위안부 소재 영화의 수준을 한 단계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들었다.

'7호실'은 압구정을 배경으로 망해가는 DVD방 주인과 알바생이 각기 다른 비밀을 DVD방 7호실에 숨기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블랙 코미디 영화다. 장편 데뷔작 '10분'을 통해 비정규직 문제를 다뤄 많은 공감을 얻었던 이용승 감독의 두번째 장편 영화다. 주인공은 신하균과 도경수가 맡았다. 신하균은 '7호실' 관련 인터뷰에서 뉴스1에 "이런 이야기를 만나기 쉽지 않다. 시나리오를 받고 굉장히 반가웠다"고 영화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낸 바 있다. 신하균의 이야기는 영화 '7호실' 뿐 아니라 '명필름표' 영화에도 해당하는 표현이다. 명필름의 영화는 상업성도 높지만, 영화적으로도 신선하고 매력적인 작품이 많다.

현재 심재명 대표는 제작사인 명필름 외에도 재단법인 명필름문화재단을 통해 경기도 파주에서 신진 영화인 육성 학교인 명필름랩과 문화공간인 명필름아트센터를 운영 중이다. 명필름랩과 아트센터 모두 명필름의 20년 성과를 영화인, 관객들과 공유하고 나누기 위해 만든 곳들이다. 명필름 심재명 대표와 만나 '7호실'과 그밖의 '명필름표'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7호실' 이용승 감독을 단국대 대학원에서 강의를 할 때 스승과 제자로 만났다고 하더라.

▶이용승 감독은 중앙대 연극영화과 출신이다. 미장센 단편영화 ‘런던 유학생 리차드’로 단편영화 수상을 한 경력이 있다. 단국대 대학원 영화콘텐츠학과를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이 학장으로 계실 때 1기 생이다. 제자라기 보다는…. 김동호 위원장이 이춘연 대표님, 김미희 대표, 이유진 대표, 이명세 감독, 윤제균 감독 등을 차출해서 초빙교수로 갔다. 교수라기 보단 현장 영화인으로서 대학원 영화과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던 자리다. '10분'이라는 데뷔작이 있었는데 시나리오도 읽었다. 7천만원 남짓의 예산으로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를 썼다. 그 당시 데뷔했던 감독 중에서 개인을 통해서 사회를 이야기하는 사회파 영화로 높게 평가돼서 관심을 가졌다. 장편 데뷔를 했음에도 초저예산 영화이고, 학교를 다닐 시절에 만들었다.

-이용승 감독과 '7호실'을 함께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다음 영화를 고민하다가 이용승 감독이 회사에 찾아왔다. '10분'이라는 영화가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도 하고 관심도 받았지만 대중적인 흥행 성적은 저조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고민과 아쉬움이 컸던 것 같다. '그 다음에 무엇을 하면 좋겠나?'라는 질문을 했는데, 큰 규모의 영화보다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영화를 하고 싶다고 했다. 이런 저런 아이템을 이야기하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자영업자의 몰락과 젊은 친구의 이야기를 해보자고 해서 하자고 했다. 출발할 때는 낮은 예산으로 하자고 했는데, 생각보다 시나리오 작업이 오래 걸려 2017년 1월에 촬영이 들어가게 됐다.

-배우들 캐스팅 과정은 어땠나?

▶저예산 영화고, 이야기의 호불호가 있어서 캐스팅이 쉽지 않았다. 신하균은 흔쾌히 하겠다고 했다. 감사했다. 도경수는 '카트'를 통해서 영화 데뷔를 했는데, SM엔터테인먼트의 남경수 본부장이 우연찮게 먼저 시나리오를 읽고 먼저 굉장히 관심을 줬다. 좋아하더라. 그래서 캐스팅 제안을 했는데, 바로 하겠다고 했다.
'7호실' 스틸 컷 © News1
'7호실' 스틸 컷 © News1


-도경수의 경우에는 그의 스크린 데뷔작 '카트'가 명필름 영화였다. '카트' 때와 어떤 점이 달라졌던가? 성장이 느껴졌나?

▶도경수는 '카트'때도 인기 아이돌 그룹의 뮤지션이었다. '카트'가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이다. 상업영화계 안에서 쉽지 않은 시도였는데, 도경수라는 배우가 그 역할을 해줌으로써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이고 관심을 받았다. 그 영화를 해준 게 감사하기도 하다. 그때 처음 봤을 때 굉장히 긴장하고, 아직 영화라는 매체에 익숙지 않아서 고생이 많았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잘해줬다. '7호실'로 만났을 때는 훨씬 나이도 들었지만, 사람으로나 배우로서나 다 성장한 것 같다. 역할에 임하는 자세나 태도, 열정, 노력 이런 것들이 굉장히 많이 성장하고 있구나…. 좋은 배우가 되겠다는 생각을 변함없이 갖게 됐다.

-흥행에 대해서 아쉬움이 들기도 할 것 같다.

▶블랙 코미디라는 장르가 가진, 소재가 가진, 도경수라는 아이돌 그룹 출신의 인기인, 신하균의 대중적인 면 등을 고려했고, 수능을 고려해서 스케줄을 짰는데…. 수능이 연기가 됐다. 애초부터 이 영화는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할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제작자로서는 그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 10억으로 만들었다. 10억은 한국영화에서 저예산에 속한다. 신하균, 도경수라는 스타들이 개런티를 낮춰줬다. 참여한 스태프들도 신인이 아닌 A급 스태프들이다. 그들도 개런티를 낮춰줬다. 흥행이 되면 보답을 받는 계약이다. 결과적으로 수입이 크게 날 것 같지는 않다. 손익분기점은 60만 명이다. 수능 연기라는 특수한 상황만 아니었으면 손익분기점은 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렇지만 천재지변이었다. 영화의 흥행을 떠나서 국가적인 천재지변인데 피해자나 당사자들은 얼마나 힘들겠나. 조심스럽다.
7호실' 스틸 컷 © News1
7호실' 스틸 컷 © News1

-최근 명필름이 제작하는 작품들은 사회적 메세지가 있는 것들이다. '카트'부터 '아이 캔 스피크' '7호실' 등이 그렇다.

▶의도를 가지고 그런 류의 영화를 만들지는 않는다. 제작자나 감독이나 무슨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고 싶은가의 고민은 비슷하다. 관심사가 그런 쪽이다. 애써서 '의도적'으로 우리 현실이나 사회문제를 담고 있는 의도는 없었다.

-20년 넘게 명필름을 이끌어 왔다. 그간 성립한 명필름만의 철학, 영화를 만들 때 갖는 소신이 있다면 무엇인가?

▶영화 제작자의 역할은 들어간 돈을 회수해야 한다. 그게 가장 첫번째 역할이다. 문화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치열한 흥행 사업이다. 상업적으로 경쟁해야한다. 열심히 노력하고 만들었는데 그걸 알아봐줄 때, 그 순간, 그런 사람들을 만날 때 보람을 느낀다. 가치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노력하려고 했던 지향하려고 했던 바를 지지해주고 알아봐주는 사람이 있었던 이유로 지금까지 온 것 같다. '현실에 발을 디디고 사람의 이야기를 하자', 그런 가치를 추구했던 것 같다. 현실과 세상의 땅에 발을 디디고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고민을 해왔다. 그것이 형식이 됐든, 주제, 소재가 됐든 뭔가 새롭게, 차별화된 그런 시각에서 다뤄보고자 노력했다.

[정유진의 제작노트②] 심재명 대표 "'아이캔스피크', 위안부 소재 숨겼던 이유?"로 이어집니다. 


eujenej@news1.kr

오늘의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