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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분간 이어지는 '사실상' 모노드라마

[리뷰] 연극 '당신이 알지 못하나이다'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2017-11-26 09:00 송고
연극 '당신이 알지 못하나이다' 포스터 © News1
연극 '당신이 알지 못하나이다' 포스터 © News1

권여선 소설가가 쓴 중편소설 '당신이 알지 못하나이다'가 연극 무대에 올랐다. 박해성 연출이 각색까지 맡은 이 작품은 피살자 여동생 김다언 역과 나레이션을 동시에 맡은 신사랑 배우의 1인극이라 불러도 될 만큼 그의 비중이 크다.

연극의 밀도는 제17회 이효석문학상에서 우수상을 받은 원작소설이 지켜낸다. 소설가에 따르면 제목 '당신이 알지 못하나이다'는 신약 성경 누가복음 23장 34절인 '주여, 저들을 용서하소서. 저들은 저들이 하는 짓을 알지 못하나이다'를 비틀었다.
작품은 여고생 김해언이 한일월드컵이 열리던 2002년 동네 공원에서 살해된 채로 발견된 사건이 중심에 있다. 이 사건은 경찰이 오토바이 배달부로 일하는 한만우를 용의자로 지목하지만 끝내 범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미제로 남는다.

피살자 김해언의 가족은 14년이 지난 현재까지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소설은 사건이 벌어진 2002년부터 2~3년 간격으로 2016년까지 이어진다. 엄마는 죽은 딸의 이름을 바꾸려고 시도하고, 여동생인 김다언은 죽은 언니처럼 예뻐지려고 두 차례 양악수술 등 성형수술도 감행한다. 작품은 피살자의 여동생인 김다언을 통해 전지전능한 신이 인간의 죄악과 희생을 외면할 때 나약한 인간이 할 수 있는 선택지를 쫓아간다.

23일 서울 중구 예장동 남산예술센터에서 개막한 연극 '당신이 알지 못하나이다'는 신사랑의 나레이션에 맞춰 중간중간 장면을 구성하는 형식을 취한다. 배우들은 무대에서 마주 보기보다 엇갈려 걸어가거나 관객을 보면서 독백을 하듯 연기한다. 이런 형식은 원작의 분위기를 최대한 살려내려는 의도로 읽혀진다.
소설 속 명문인 "죽음은 죽은 자와 산 자들 사이에 명료한 선을 긋는 사건"이라거나 "어떤 삶은 이유 없이 가혹한데, 그 속에서 우리는 가련한 벌레처럼 가혹한 줄도 모르고 살아간다" 등은 배우들의 입을 통해 객석에 전달된다.

작품은 '누가 김해언을 죽였나'와 '왜 죽였나'를 쫓아 흘러간다. 원작을 읽어본 관객이라면 김다언이 용의자 한만우의 집에서 그의 여동생과 함께 맥주와 참외를 먹는 장면을 기대할 만하다. 오토바이 배달부인 한만우는 사건 당시 용의자로 지목돼 고통을 겪다가 무죄로 풀려난 이후 암에 걸려 한쪽 다리를 절단한 상태다. (원작에선 한만우가 죽는다)

일반적으로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극의 경우, 지나친 장면 만들기로 원작 고유의 맛을 훼손하는 경우가 많다. 박해성 연출은 연극 '당신이 알지 못하나이다'에서 일반적 경우에서 정반대의 길로 걸어갔다. 아쉬운 점이라면 이런 그의 선택이 낳은 부작용이다.

원작을 읽지 않은 관객이라면 작품의 흐름을 명확하게 이해하기 어렵다. 원작에선 피살자 여동생인 김다언과 피살자의 동창인 상희가 각 장마다 번갈아가며 해설을 하지만 연극에서 신사랑이 혼자 나레이션을 맡기 때문이다. 또한, 관객이 배우들의 낭독 형식에 익숙해진 뒤부턴 극의 집중도를 끌고갈 반전이 부재하다.

오는 12월3일까지. 관람료 3만원. 문의 (02)758-2150.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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